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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연재 18 - 가자, 노동해방

 

노동자 노래패 기량 뽐낸 <가자 노동해방>
[노래이야기 ⑱] 노동문화 장르발전 전망 잃어, 노동자대회 전야제 경연대회 폐기
 
 
 

노동가요의 확산과 보급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이들은 역시 민주노조의 조합원이고, 그 장은 주로 집회와 파업현장들입니다.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입으로 노래를 부르고 또 같이 부르면서 서로 단결하고, 결의를 다지고, 목 놓아 울기도 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보급의 선봉대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노조노래패들은 노래를 정서적으로 검증하고 보급하는 창구로서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처음 노래를 만들면 노조노래패들에게 먼저 부르게 하고, 노래를 검증받은 후에 대중적으로 보급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곡이 좀 어렵다거나 부르기 어색한 부분이 있다싶으면 곡을 고치기도 했었고, 창작된 노래가 노동자노래패들에게 어떤 정서를 받아들여지는가를 보면서 다시 창작에 대한 고민을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노래패들은 민주노조가 세워진 웬만한 규모의 사업장마다 거의 전국적으로 조직되었고, 지역별 연합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노래패 뿐 아니라 연극패나 풍물패들도 모여서 노동가요를 즐겨 부르곤 했고요.

 

노래운동의 선봉, 노조노래패

이러한 지역의 노래패나 문화패들은 문선대로서, 연대의 선봉으로서, 또 노동가요를 보급하는 중요한 역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래는 지역 집회나 단사 파업에 전문패가 서지 않아도 노조노래패가 노래를 보급하고, 그 자리를 통해서 테이프도 엄청나게 판매되곤 했지요.
 

   
  
또 지역별로 노동자문화제들이 있었는데, 주로 가을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지역별로 문화패들의 그간의 성과를 모아내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89년 즈음부터 시작해 각 지역별로 해방가요제, 가을문화제 등으로 자리를 잡았고, 단순한 노동자들의 문화축제를 넘어서 노동운동의 주요 이슈를 공유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습니다.

방식은 주로 경선대회 형식이었지만 굳이 기능적 우수성을 가리기 보다는 단결과 연대, 투쟁을 자기 정서에 맞게 얼마나 잘 표현했는가를 기준으로 약간의 기념품과 명예를 상으로 주곤 했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선발된 문화패들이 노동자대회 전야제에 모여 공연 형식으로 경연을 벌였습니다.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업종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올라왔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대규모화되거나 종합집체극 형식을 띠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천의 해방가요제나 노동자대회 전야제 심사위원으로 종종 결합을 했는데 전문패 공연과는 다르게 독특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합적인 문화제 이외에도 단사 노래패나 문화패들의 독자공연도 종종 있었지요.

온전히 자신들의 이야기로 구성해서 조합원들과 주변 동지들 앞에서 공연을 하면 아주 구체적인 사안들이 담겨져 공감대를 훨씬 잘 만들어가기 때문에 함께 분노하고 결의하고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어떤 문화패 공연에서는 극중 한 노동자가 자살을 하려는 장면에서 객석의 조합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뜯어말리기도 했고, 극중에서 자본가 역할을 맡은 문화패원에게 온갖 욕설과 신발을 벗어던지는 등의 일들도 종종 벌어졌습니다.

 

문화패원들에게 왜 욕설을?

그러다가 95년 11월, 서울지역 예선에서 <가자 노동해방>을 각기 다른 업종, 연령대의 노동자 노래패 대 여섯 팀이 거의 똑같이 부르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다양한 정서의 노동자 문화를 보여주는 자리로서 의미는 축소되었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자 노동해방>은 그 해 초에 발표되었는데, 노동자노래패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곡으로 대합창곡을 선호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96년 노동자대회 전야제 때 지역의 공연들이 대부분 풍물, 깃발춤, 노래, 극등이 결합된 집체극의 형식으로 문선공연을 짜서 올라온 것을 보면서 더 이상의 노동문화 장르발전전망을 보여주기도 어렵다고 평가되어, 이것을 마지막으로 전야제의 경연대회 방식을 폐기하게 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노동자대회 전야제는 아니었지만 97년 여름, 보라매 공원에서 87년 노동자투쟁 10주년 기념문화제를 한 때가 경연대회로는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물론 지역이나 단사별로는 경연대회 방식을 계속 가져가는 곳도 있지요. 또 그즈음부터 지역별 문화제들이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노동자문화패들은 점점 축소되거나 해체되기 시작했고, 대규모 집회도 많이 줄어 노동문화, 노동가요를 향유하고 보급할 수 있는 장들이 사라져 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회에 이야기한 것처럼 일상의 접점들을 만들어가는 노력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경연대회 방식은 노동자문화패들이 기량을 쌓고, 창작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검증받고자 하는 욕구를 작동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조건과 시대가 변화하면서 노동가요를 향유하는 방식도 달라졌고, 노동문화를 계속 투쟁시기의 문화로만 국한하는 풍토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기에 일상에서 자신의 주체적인 문화를 만들고 향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한 것입니다.

지금은 노동자문화패가 몇 군데 남지 않았고, 또 문화패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문선대적 성격이 강해 이전처럼 문예적 욕구에 기반해 자주적인 대중조직으로서 노동자들의 정서를 드러내고 창작과 보급의 유통체계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패에서 문선대로, 후퇴

98년쯤인가 노동문화일꾼 수련회를 했을 때 전국에서 약 400여명의 문화패, 문화단체들이 모였었고, 그 때 일이년 후에 1000명 수련회를 성취해보자는 결의를 했었는데, 당연히 아직 1,000명 수련회는 열지 못하고 있지만 그 자리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은 여전히 그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 목표가 가능하려면 산별시대에 맞게 지역별 거점을 만들고 단사의 벽을 넘어서는 지역문화활동을 통해 다시금 노동문화를 세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90년대 중반 노래패들에게 가장 많이 불린 노래, <가자 노동해방>을 감상할 것입니다. 이 곡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고, 둘 다 나름대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 <철의 사나이(Czlowiek z Zelaza)> 포스터
폴란드 영화 ‘철의 사나이(Man of Iron)’(1981년, 안제이 바이다 감독) 삽입곡이고, 여기에 지금의 가사를 붙여 <가자 노동해방>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한 단체는 부산 [노동자문예창작단](이하 노문창)입니다.

90년대 초, 아주 선동적인 집체극으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한동안 순회공연을 하며 많은 이들의 인구에 회자되었습니다. 이 후 [바리케이트]라는 음반을 발매하고, 그 속에 선동멘트와 함께 수록되어 더 많은 대중들에게 보급되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한 노동자 율동패에게는 특히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대합창 편성이 나온 후에도 율동패들은 주로 노문창 버전으로 공연을 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또 하나의 버전은 꽃다지에 의해 발표된 대합창 편성인데, 95년 봄 [노동가요공식음반]에 수록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인기에 비해 현장에서 다함께 부르기 어려운 편성 탓에 대중적으로 불렸다기보다는 노래패를 중심으로 공연 때 주로 불렀습니다.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빠르기가 계속 변하는 때문에 악기를 각각 녹음할 수가 없어서, 이 노래에 완전히 매료된 당시 녹음실 엔지니어의 지휘에 맞춰 전체 악기들이 녹음실에 모두 들어가 동시에 연주하면서 한 번에 녹음을 했습니다. 이 두 개의 버전은 각각 너무 의미가 있고 인기도 있었던 터라 선택을 하기가 참 어렵군요. 그래서 오늘은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자! 노동해방>

 

                                          폴란드 곡, 노문창 작사

 

아흔 아홉번 패배할지라도 단 한번 승리 단 한번 승리
바리케이트 넘어 저 너머 마침내 노동해방
멈출 수 없는 우리의 투쟁 아무도 우릴 막을 수 없어
노동자 자본가 사이에 결코 평화란 없다
위대한 노동 그 억센 주먹 기계를 멈춰 열어라 역사를
피 묻은 깃발 노동자 군대 가자 노동해방

 

*음원출처 1 : [노동가요공식음반 2] 중에서 꽃다지 합창
*음원출처 2 : 부산 노동자문예창작단 [바리케이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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