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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의 성립과 전개과정 2

 

Ⅱ. 광주항쟁과 80년대 초반의 민중가요


 1. ‘80년, 민주화의 봄’이라는 시기


 70년대의 마지막이자 80년대의 시작이 바로 ‘80년의 봄’이었다.

 ‘80년대의 봄’ 민주화투쟁과정을 통하여, 70년대 후반의 민중가요가 대학의 대다수 대중들에게 확산되면서 민중가요의 대중적 기초가 만들어졌으며, 노래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과 운동성, 즉 민중가요가 집단적 정서를 고양하고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확인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대학 내의 노래써클들도 초기 포크송 경향의 취미써클로부터 민중가요 일반을 받아들이고 보급하는 운동성을 띤 써클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 80년대 초반 민중가요의 발전과 그 경향


 ① 처음부터 민중가요로 만들어진 노래들의 생산

 8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부터 이제 민중가요는 기존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노래가 사회적 의미로 취사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생 스스로의 손으로 창작되어진 노래들로 점차 바뀌게 되었다.


 ② 단조 행진곡의 시대

  가. 행진곡의 서정성 획득

 <임을 위한 행진곡>, <전진하는 새벽>, <전진하는 동지>, <선봉에 서서> 등 이 시기의 행진곡은 단순히 구호를 반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정서를 강하게 담고 있는데, 이는 곧 이들 노래를 부르던 학생들이 운동을 단순한 명분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나. 장조의 세계에서 단조의 세계로

 70년대까지 <해방가>, <정의가>, <솟아라> 등 행진곡의 대부분은 장조였고, 복음성가류 역시 장조의 노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80년 겨울, <전진가>(일명 <가자 가자>, 박치음 작사․작곡)가 나와 삽시간에 전국에 퍼지면서 80년대 초반 단조행진곡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단조행진곡은 80년 봄의 죽음과 패배, 절망의 비장함과 이를 딛고 일어서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몇 가지 대표적인 노래를 거론하자면, 앞에서 이야기한 <임을 위한 행진곡>(81년), <전진하는 새벽>(82년), <전진하는 동지>, <선봉에 서서> 이외에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선봉에서>(84년경), <광주출전가>, <민족해방가 1>(85년경)로 이어지면서 단조행진곡은 우리 민중가요 행진곡의 전형을 이루어 후에 살펴보게 될 80년대 후반의 노동가요로까지 계승된다.


 3. 단조 서정가요의 시작


 단조의 비장함은 비단 행진곡만의 현상은 아니었다. 느리고 유장한 이른바 서정가요에서도 단조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비로소 이 시기부터 행진곡과 서정가요의 작품경향이 일정하게 만들어졌다. 이 당시에 불려진 단조 서정가요로는 <친구 2>(81년경), <타는 목마름으로>(82년경),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민중의 아버지>, <이 산하에>(문승현 작사․작곡), <노래 2>(김남주 시), <사월 그 가슴으로>, <부활하는 산하>(이성지 작사․작곡), <의연한 산하> 등과 그 외에 드라마 주제가 <예성강> 등을 꼽을 수 있다.


 4. 80년대 초반 민중가요의 작품경향과 그 의미


 ① 비장함, 희생, 격렬함

 80년대 초반, 5공화국 초기인 당시의 상황은 이러했다. 이미 80년 봄의 죽음과 패배를 경험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괴롭고 억압적인 상황이었고, 자유와 진리와 양심과 민중의 모든 권리와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모든 요구가 무참하게 압살 당하는, 절로 비명이 터져나오는 상황, 바로 그것이 80년대 초반의 상황이었다.

 따라서, ‘낮은 어둡고 밤은 길어’, ‘어두운 그림자 하늘 가려’, ‘억압의 발길에 짓밟혀도’, ‘어두운 죽음의 시대’, ‘밤’, ‘하나님의 혀가 짤린 세계’, ‘사슬의 묶임’ 등 당시 노래들의 가사는 대개 비유적 표현으로 형상화되어 있고, 또한 ‘죽음’과 ‘희생’의 이미지가 뚜렷하다. ‘동지는 간데 없고’, ‘친구는 멀리 가다’, ‘쓰러져간 사람들’, ‘피’, ‘쓰러진 전우’, ‘뿌려진 피땀’ 등의 표현은 억압적인 세계의 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민주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혼신의 노력이 만들어낸 희생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노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광주사태, 광주항쟁에 대한 패배의식이 극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월의 노래>, <무등산가>, <임을 위한 행진곡>, <오월>, <부서지지 않으리>, <광주출전가> 등의 노래는 학살, 죽음,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으로부터 부활하는 광주, 투쟁하며 승리하는 광주의 이미지로 나아가고 있다.


 ② 양식적 변화의 의미

 양식적으로 볼 때, 단조 행진곡은 단조 군가(진중가요)의 영향을, 단조 서정가요는 단조 스탠다드와 가곡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따라서 포크에 비해 보다 넓은 계층, 보다 넓은 연령층에 호소력이 있는 스탠다드의 전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민중가요가 포크의 영향을 받아들인 것보다는 더욱 넓은 연령층에 호소력을 지닐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또한 격렬한 절정부, 절절한 비극성이 있으며, 비극, 슬픔과 눈물은 있으되 뽕짝처럼 과잉되지 않고 나름의 절제를 해내고 있는 이 시기 민중가요의 변화, 즉 포크(복음성가류 포함)에서 단조 행진곡과 서정가요로의 변화는 작품에서 그리는 인간형이 혼자 담담하게 사색하는 지식인에서 집단적으로 행동하고 격렬하게 고뇌하는 지식인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70년대 후반에 비해 김민기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84년 노래모임 새벽 창립 후 문승현의 <이 산하에>가 드디어 민중가요의 중심에 진입했고, 이는 후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성지의 <사월 그 가슴으로>, <부활하는 산하> 등 단조 서정가요로 나타난다. 그 외 <부서지지 않으리>(김준태 작시․이미영 작곡), <코카콜라>(곽재구 작시․김제섭 작곡) 등이 있다.


 5. 민요운동의 시작과 고민


 84년에 민요연구회가 창립되어 민요운동이 시작되었다.

 포크를 중심으로 한 노래써클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노래운동과는 달리, 풍물운동처럼 마당극을 중심으로 한 연행예술운동의 발전과정에서 만들어진 민요연구회는 당시 전통민요 보급으로부터 창작민요 창작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였는데, 그들은 <둥당에타령>, <액맥이 타령>, <질꼬내기>, <비타령>, <노세소리>, <이어도사나> 등 전통민요와 <진도아리랑>, <아리랑타령> 등 신민요, 그 밖에 동요, 구전가요, 독립군가까지 계승하고자 하였다. 창작민요로는 <돌아가리라>(신경림 시),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신경림 시), <저 놀부 두 손에 떡 들고>(양성우 시․이상, 김용수 작곡), <우리 것이다>(신경림 시․김석천 작곡), <비야 비야>(김석천 작사․작곡), <광주천>(박선욱 작시․이정란 작곡)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민요운동의 시작은 기존 노래패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했던 국악과 민요의 진보적, 민중가요적 계승에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큰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대중의 자생적인 민중가요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민요의 적극적 계승은 쉽게 대중화되지 않았으며, 민중가요가 점점 대중화됨에 따라 아이러니컬하게도 민요운동의 세는 점점 약해졌다. 한편, 노래운동에서는 민요운동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계승, 수용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일반 대중보다도 더 민요적, 국악적 감수성이 적은 실정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민요운동은 대중성을 위해서 서양음악적, 대중음악적 측면을 받아들이면 노래운동과 다른 독자적 민요운동의 영역이 없어지게 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었다.


 6. 그 밖의 노래들


 김민기의 작품창작이 뜸해진 대신, 기층 민중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소외 받은 사람들의 삶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형상화하여 포크로 담아내는 한돌의 작품들이 김민기의 뒤를 이어 생산되었다. 당시 한돌의 작품으로는 <갈 수 없는 고향>, <터>, <땅>, <가지꽃>, <소>, <내일이면 간다네>, <못생긴 얼굴> 등이 있다.

 그 외의 노래로는 70년대 말부터 불려진 김의철의 <군중의 함성>, <이 땅의 축복위하여>, <불행아> 등과 안혜경의 70년대 <민주>, <허깨비>, <황혼>, <까치길>과 80년대 <침묵의 봄>, <작업장 타령> 등, 그리고 박용범(박치음)의 <전진가> 외에 <산처일기>, <땅의 사람들>이 있고, 기타 <이 세상 사는 동안>, <작업장>, <서울길>, 구전가요 <해야 솟아라>, <고아>, 대중가요 <에레나로 불리운 순이>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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