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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교회 어린이부 교사로 지난 1년 동안 함께 했던 한 아이.

 

그 아이가 이제 중학생이 되어 함께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지난 성경공부 시간엔 좀 특별한게 하고 싶었다.

 

종이를 한장 주고 나무를 그리게 했다.

그리고 열매가 맺히는 자리엔 중학생이 되어 해보고 싶은 것을,

뿌리엔 그것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그리고 쓰게 했다.

 

좀 실망스러운 그림을 나에게 보여준다.

열매에는 온통 '물질' 투성이다.

'돈','핸드폰' 등등... 그러다 '친구'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라니까, 아이는 가지고 싶은 것을 잔뜩 늘어놓았다.

그렇다 보니 뿌리에는 다시 '돈'이 나오고, 그 돈을 줄 '엄마', '아빠'가 나온다.

 

그래도 이야기는 들어 봐야지.

아이의 그림 설명은 나를 놀라게 했다.

'중학생이 되서 왕따 당하지 않을려면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하고, 친구를 많이 사귈려면 돈도 많아야 하고, 핸드폰도 폼나는 걸로 있어야 돼요'

 

마음이 무거워온다.

졸업과 입학의 기쁨과 희망보다 먼저 찾아오는 왕따의 두려움.

뭔가 이야기 해야하지만 말문은 꽉 막혀버렸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다.

그러다가 문득.........

 

예수는 왕따들의 친구였는데....

왕따들을  왕따 시키던 사람들은 예수를 미워했는데....

그래서 예수도 왕따가 되었는데....

 

2천년이 흐른 지금,

왕따들은 여전히 왕따로 남아 있고,

예수도 그 모습 그대로이고,

왕따들을 왕따시키던 자들도 여전하다.

 

예수는 2천년 째 만인의 존경과 사랑을 뒤로한채 왕따들의 친구로 살아있고,

그 예수가 사랑한 왕따들은 여전히 맘여린 왕따로 살고 있고,

예수와 왕따들을 왕따 시키던 그 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채

만인의 적으로 2천년을 살아오고 있다.

 

아이와의 마지막 수업은

왕따의 친구로 왕따가 되어 우리 곁에 있는 예수 이야기로 마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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