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효(대표 겸 기자)
전철연 “평택이라는 지역의 특성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이 땅의 소외받고 차별받고 착취당하는 나와 같은 철거민으로서의 연대투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
성매매특별법 시행 5년차를 맞은 23일, 홍대앞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열린 민주성노동자연대와 연대단체가 주최한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재개발의 불도저를 멈춰라!” 토론회에서 당국과 주류여성계 그리고 건설자본에 대한 날선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회를 맡은 사회진보연대 김정은 활동가는 “‘집창촌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강제 철거될 위협에 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를 잃을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이는 “재개발 수익을 노린 이권 집단들이 거대한 물리력을 앞세우고, ‘성매매 근절’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정당성을 등에 업고”있는 것으로 “집창촌 재개발 문제가 당사자인 성노동를 제외하고 논의되고 있는 상황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성노동자들의 일터와 삶터를 짓밟는 재개발의 폭력성을 밝히고 대응방안을 모색한다”며 토론 기획의 취지를 밝혔다.
△(왼쪽부터) 사회진보연대 김정은 활동가, 여이연 김경미 성노동연구팀원, 전철연 이영희 홍보위원장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여이연) 김경미 성노동연구팀원은 발표문「집창촌 폐쇄와 재개발의 문제점」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성전(性戰)과 관련 “한 업주의 자살이 의미하듯 이 전쟁은 성산업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매춘노동 현장 단속을 통해 성노동자들을 추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집창촌 폐쇄와 재개발은 그것이 여성운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여성운동방식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하게”한다고 주류여성계를 겨냥했다.
또 “성특법이 집창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데도 계속 집창촌을 주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집결지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라면서 이곳의 재개발은 “집창촌 부동산 주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개발이익을, 업주들에게는 보상을 뜻하지만 성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터와 삶터와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집창촌 폐쇄와 재개발은 근본적으로 매춘노동을 금지, 근절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므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성특법을 수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성적 서비스 산업의 문제를 법에 의거해서 추진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집창촌에서 살며 일하는 여성들의 삶의 현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며 주류여성계의 각성을 재차 촉구했다.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남경남 의장(이영희 홍보위원장 대독)은 「주거의 권리, 생존의 권리 우리 모두의 당당한 권리」라는 제하의 발표문에서 “과거의 정권을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위기에 몰릴 때마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책들로 민중을 기만하고 있다”며 이른바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그리고 재개발 사업시행 과정에서 그 피해자인 “노동자 철거민은 강제철거 저지투쟁을 전개하면서 단결을 배우고 투쟁 속에서 단련되며 자본, 법, 국가의 본질을 알아나간다”면서 “노동자 철거민은 철거민투쟁을 통해 주거권 쟁취를 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몸뚱아리를 자본가들에게 팔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철거민’운동이 아니라 여러 계급의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자’운동을 전개해야한다는 점을 깨닫는다”고 전철연의 투쟁 기조를 밝혔다.
또 민성노련 성노동자들과 연대와 관련 “전철연 운동이 노동자운동의 일부로 규정하고 모든 철거 반대투쟁을 전체 자본에 맞선 전체 노동자 투쟁의 관점에서 선전선동하고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호소하며 어떤 곳에 무슨 쟁점으로 벌어지는 노동자 투쟁이든, 독립노동자 즉 노점상과 여러 계층(계급)의 투쟁이든지 자신의 투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연대한다”고 밝히고 따라서 “평택이라는 지역의 특성만을 바라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으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이 땅의 소외받고 차별받고 착취당하는 나와 같은 철거민으로서의 연대투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성노동자연대(민성노련) 이희영 위원장은 발표문「재개발의 불도저를 멈춰라!」에서 “민성노련이 선도한 성노동자운동은 ‘민성노련과 단체협약을 체결한 민주성산업인연대의 관계’로 인해 엉뚱한 혐의(배후)에 시달렸다”다면서 “집창촌 폐쇄에 골몰하는 주류여성계와 건설자본 앞에 성노동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일차적인 당사자는 현실적으로 영세한 성산업인(업주)이었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예컨대 누군가가 어떤 회사를 강제로 없애려 할 때 노사가 단결해 방어에 나서는 것과 같은데, 연대단체들조차 이 간단한 이치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야 했으니 성노동자운동에 무심하거나 적대적인 사람들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 최근 민성노련 지역의 움직임과 관련 “정권교체 이후 민성노련 지역 부동산 주인들(지주, 건물주)은 부쩍 바빠졌다”면서 “그들은 그간 성노동자들의 소득에서 상당부분을 임대료로 꼬박꼬박 챙겼지만 더 큰 돈이 필요했던지 재개발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성특법 이후 우리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주류여성계와 자본의 야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역내 재개발을 저지해야 하는 민성노련 성노동자들이 바라는 것은 일반 철거민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주거권과 생존권의 안정적인 확보”라고 밝히고 “민성노련의 경우 영업장소와 주거장소는 한 건물 안에 있”으며 “이 공간은 영세 성산업인들이 건물주로부터 임차한 것으로 대부분의 성산업인들 또한 이곳에서 거주하며 일(성노동자들의 식사 제공, 빨래, 청소, 주차관리 등)”하는 까닭에 “철거민운동에서 성노동자와 성산업인은 현 자리 사수를 위한 이해에 기초해 공동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임시가설시장(가수용 상가)을 제공하게 되어 있는 임대차보호법 '재래시장활성화를위한특별조치법‘을 근간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성노동자들은 우리의 생존권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실효성 없는 시혜성 이벤트나 종교적 도덕주의만 되뇌이는 주류여성계와 재개발 이익을 노리는 건설자본의 저 무지막지한 불도저를 멈추게 할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며 뜻있는 제 사회단체들의 강력한 연대를 요청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전철연 이영희 홍보위원장은 건설자본의 하수인인 용역깡패들을 상대로 한 철거현장 싸움에서 “법 테두리 안에서의 싸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뛰어 넘는 투쟁이 필요하다”면서 철거현장에서 경찰은 ”철거민의 편이 아니라 용역 편이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토론회 참가차 평택에서 올라온 민성노련 성노동자 임원진 5명은 22일 있었던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성노동자들이 당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들은 경찰이 지역에 밀고 들어와 온갖 유도심문으로 괴롭혔다면서 특히 “집으로 연락갈 수 있다”며 성노동자들을 협박했다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이날 성노동자 임원진들은 자신들끼리 자유롭게 기차로 상경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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