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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7/31
    성폭력을 노래한다?(14)
    은수
  2. 2006/07/28
    노동하는 섹슈얼리티(3)
    은수

성폭력을 노래한다?

  plsong.com의 민중가요 감상실에는 Deadly TaeKwonDo bOi 라는 밴드의 곡, 8곡이 올라와있다. 그런데 그 노래를 클릭하는 순간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이지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고 있다. 노래의 가사를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계속보기'를 누르셔도 좋다. 공개된 포스트라 단지 제목을 보고 클릭했다는 이유로, 저런 온 가사가 성폭력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노래를 봐야만 하는 것도 또다른 폭력일테니까, 보기 싫은 분들은 보지 않으셔도 좋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런 노래가 마초들을 비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정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후배가 하는 원맨밴드인데요.. 마초이즘에 물든 극우펑크밴드(를 포함한 모든 마초들;)를 비꼬는 노래라고 하더라구요;; 곡조의 우울함으로 가사를 반어적으로 해석이 어쩌고... 사실 진짜 녀석의 생각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ㅡㅡ;

-답글 중

 

노래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 당신들도 그토록 싫어했던 꼰대가 됩니다. 단어에 집착하지 맙시다. 단어는 기호에 불과한데..

-답글 중


마초들을 비꼬기 위해서 이런 성폭력으로 가득찬 노래를 불러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것이 표현의 자유와 가사의 반어적 의미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 노래가 올라온 이후, 감상평에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감상평에도 여러 답글을 통해 여성동지들이 '불쾌감'을 토로하며 삭제를 요청하고 있고, 요청게시판에도 삭제요청 글이 올라와있다.


Deadly TaeKwonDo bOi 노래를 삭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노래 제목과 가사가 성폭력적입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노래 제목,여성을 비하하는 욕설로 가득찬 노래 가사. 민중가요 감상실을 클릭할 때마다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 정말 불쾌합니다. 이 노래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사들을 듣고 모멸감을 느끼게 될 지도 모르는 여성 동지들은 생각도 안 하십니까?

-김재영 님의 글 중


그러나 피엘송닷컴의 운영자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은 쉽지가 않군요. 삭제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이 굳혀진 것은 창작의도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입니다.저를 반여성주의자, 마초 라고 비난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여성주의에 입각하여 해석하면 들을만한 노래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많은 노래들이 가사를 수정하여 재녹음되지 않은 노래들이 많으니까요.물론 정도의 차이, 노골적인 가사 등의 차이가 있지만요.님이 예로 드신...'노동형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들이 '노동동지'로 바뀌어 불리우고 있을지는 모르나, 바뀌어 녹음된 노래는 없습니다.오래된 음원이기 때문이죠.문제제기를 하시려면 과거 음원들까지 모두 문제제기 하셔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면 제가 오버하는 것일까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과거 음원에 대해서도 분명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고, 그것을 삭제하는 기준을 세우는 것은 매우 주관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다행히 PLSong.com에서는 창작자의 요청 또는 창작자와의 협의를 제외하고는 노래를 삭제한 적이 없습니다.이번의 경우에도 그런 맥락을 이어가려고 합니다.불쾌해 하는 많은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미루어 짐작되지만, 운영자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결국 많은 여성들이 이 가사를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고 있는데도, 그래서 삭제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번째로 창작의 의도가 마초들을 비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여성주의에 입각하여 해석하면 들을만한 노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이 노래는 여전히 민중가요 감상실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클릭하고 성폭력적 가사에 놀라는 사람들이 또 생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노래와 그를 둘러싼 반응들을 보면 나는 두가지 사건이 떠오른다. 첫번째는 잘 알려진 고 윤금이씨의 사진전시와 관련된 논의이며. 두번째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조금 길게 서술해보겠다. 학내 강의실 성폭력(교수들의 언어 성폭력)에 대해 반대한다는 한 진보단체의 학생들이, 교내 곳곳에 교수들의 언어성폭력 문구만을 피씨로 써서 거는 일이 있었다. 두가지 사건의 공통된 점은 바로 이것이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좀 더 '자극적인' '적나라한' 사진/문구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보를 자처하는 그들이 한 행동은, 그러나 동시에 수많은 여성들에게 사진/피씨를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서 또다른 성폭력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피엘송닷컴의 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밴드가 성폭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인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대상화하며,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이런 노래는 어떤 식으로 어떤 위대한 목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지금 그 노래가 민중가요 감상실에 등록이 되어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들에게 불쾌감과 성폭력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노래는 즉각 삭제되어야 한다. 그것이 더이상의 성폭력의 재생산을 막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하자면, 피엘송 운영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존의 민중가요는 反여성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비단 '노동형제'로 상징되는 여성배제적인 가사 뿐만이 아니라, 여성은 오직 모성이데올로기를 상징하며 전형적인 성별분업을 반영하는 노래들을 곳곳에서 볼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노래가사를 바꾸어 부르는 작은 실천으로부터, 반여성적인 가사와 그것을 부르는 민중가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온 동지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확장시키는 실천이지, 그것을 '과거의 것'으로 묵인하는 것이 아니다.



지랄 떨어봤자 너넨모두 병신
빨간옷 입은 새끼들은 모두병신
친북좌익 새끼들도 모두모두 병신
레즈비언 썅년들도 모두모두 병신
씨발년 너 말이야 너

-국가폭력 기념일

 

남들이 나를 섹스머신이라 부르지
하지만 난 여자 가슴도 만져보질 못했네
남자가 되려면 사창가에 가야해
그전에 사람이 되려면 군대도 가야하지
사실 난 엠티가면 떼씹한다길래 대학도 갔어
하지만 떼씹은커녕 가슴도 못 만졌지
-사나이 여자 가슴도 못 만졌네

 

나는 남자라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나이 강간을 하고 도망간다네 하면 된다 배추란 포기를 셀때나 하는 말이다 나는 남자라네 강간을 하고 도망간다네 나는 존나 강한 사나이 나는야 진짜 사나이 강간을 하고 도망간다네 나는 남자라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나이 강간을 하고 도망간다네 하면 된다 배추란 포기를 셀때나 하는 말이다 (chrous) 나레이션: 사나이 대장부 이땅에 태어나서 못할게 그 무얼쏘냐 무지한

-나는야 한다면 하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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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섹슈얼리티

 

사람이 많은 주말, 큰 서점에 가면 없던 용기도 생긴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갔다. 요즘은 또 어떤 책이 나왔는지 두리번 거다가 몇권의 재미있어보이는 책을 잡고 바닥에 쪼그려앉았다. 사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살수만 있다면 몰라도, 돈없으면 이렇게라도 신간을 봐야지. 하긴 신간이라고 하기엔 두달 쯤 된 책이다;;

 

 

<노동하는 섹슈얼리티>는 제목으로 어느 정도 짐작이 가겠지만, 성매매(혹은 성노동)에 관한 책이다. 조금 특이한 점을 꼽자면, 서구 페미니즘이 넘쳐나는 이 때에 '일본' 책이라는 것이고, 그리고 성노동에 관한 논쟁과 성매매가 일어나게 되는 사회구조적 원인(이론적인)을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미나 용으로도 괜찮을 듯 하다. 뒷부분에는 일본에 들어온 이주 성매매 여성(타이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여러 저자들의 논문을 묶어놓은 형식의 책이라 그런지,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뒤로 갈수록 후다닥 읽었다. 사실 다리가 저려서 뒤에는 다 읽지를 못했다.

 

 

성매매/성노동과 관련된 지금까지의 논쟁은 이분법적 구도를 띄고 있었다. 전자는 성매매=성노예 이므로 금지하여야 하고,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모두 피해자라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입장, 후자는 그녀들은 수동적인 피해자가 아니며 그녀들의 일을 성노동으로서 인정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 전자는 탈성매매운동을, 후자는 성노동자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둘다 '성매매여성' (아직 고민이 완전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성매매라고 일단은.) 을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후자의 입장에서도 이른바 인신매매나 강제적 성매매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사실 내가 성노동자운동을 처음에 접할때는 성노동=성매매 합법화의 논리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반감이 상당히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글들을 너무나 많이 접했던지라, 정말로 감정적인 거부가 컸던 듯하다. 뭐 어쨌든 민성노련이라는 조직이 출범하고 한국에서도 성노동자 운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여성주의 내부에서도 성매매/성노동 논쟁이 핫이슈가 되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 그리고 내가 공감하는 바, 자본주의 내에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성매매가 아닌 다른 '대안적인 직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인것 같다. 전반적인 사회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결혼제도(가족)나 성매매 모두 여성을 억압하는 하나의 제도임에 틀림 없다. 이것을 부르주아 정부가 강제로 금지시키는 법률을 발효시킨다고 한들, 일시적이고도 기만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실 노동이냐 아니냐의 부분은 성노동자 운동에서 핵심적인 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그 어떤 이유를 차치하고 "현실적인 이유"-노동자로서의 권리획득을 통한 생존권 보장-때문에 성노동자 운동을 꾸리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한다면, 성노동자운동의 생존권적 투쟁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지금 현재 성노동자운동(을 이끌어가는 지도부)과 그 방향성에는 많은 문제가 보이는 듯하다. 이 방향성을 어떻게 만들어갈것인가가 앞으로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합법화/공창제 등의 마초적이고도 포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논리로 가지 않고, 또한 이 운동이 나아가 부르주아 정부와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이 되려면 말이다.

 

비판과 지지, 둘 다 함께 생각해야할 일이겠다. 예전에 성매매 여성들의 수기나 경험 위주로 된 책이나 이런것들만 보다가, 이론적인 책을 보니까 좀 더 다른 고민들이 많이 드는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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