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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4.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上)                         목차로

우리나라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역동적인 국가입니다. 선진국들이 100~200년에 걸쳐 이룬 경제적 성과를 30~4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냈으니까요. 말 그대로 압축성장 1위입니다. 그러나 이런 압축성장의 신화는 지난 회에서 살펴보았듯 양극화의 심화라는 ‘그늘진 응달’도 함께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그 그늘에 햇빛이 들도록 국가와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 참여정부가 말하는 '동반성장'입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는 응달에 햇빛을 들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저출산 고령화'라는 시한폭탄입니다. 2004년 기준 우리 출산율은 1.16명으로 미국 2.04, 프랑스 1.89, 영국 1.73, 일본 1.29등 그 어느 선진국보다도 낮습니다. 홍콩(0.94)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극저출산국 1위입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게 됩니다.

압축성장 속도 1위, 저출산-고령화 속도 1위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노인인구 7%를 고령화사회, 14%를 고령사회, 20%를 초고령사회라고 합니다. 우리의 경우 2004년 노인인구 비율은 8.7%로 고령화사회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입니다. 우리는 고령사회(14%)로 진입하는 데 18년, 초고령사회(20%)로 진입하는 데 다시 7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프랑스의 115년/40년, 미국의 72년/16년, 이태리의 61년/20년에 비할 바가 아니며 초고속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일본의 24년/12년도 앞지르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가의 노쇠화도 1위입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대로 있으면 우리의 미래사회와 아이들에게 크나큰 재앙입니다. 게다가 지금 당장 절박하게 느껴지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무서운 재앙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대책이 필요하면 정책으로 만들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주목하지 않거나 외면하고, 재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문제만 집착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켜선 안 됩니다. '세금폭탄'이라는 정치적 공세로 미래대비를 위한 준비와 노력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정도 수준까지는 국가가 책임져야 된다'라고 하는 사회적 기준을 만들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중풍이나 치매에 걸리면 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들의 삶이 통째로 파괴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인구 440만명중 약 9%인 39만명이 치매중풍 환자입니다. 이중 약 4만 2천명은 노인요양병원, 요양시설을 이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대다수는 가족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폭동, 사회통합 게을리 했던 정치권의 책임
이런 문제는 이제까지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지만 개인이 책임지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입니다. 최소한 국가가 책임져주는 구조를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지난 해 프랑스 폭동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회통합을 게을리했던 정치권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다수였습니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곤층과 상류층의 단절된 문화가 굳어지면서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비정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를 하고 있다.

안정된 통합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가 이와 같은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인가를 해주어야 합니다. 양극화 해소 노력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첫 시도로 지난 해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3가지 대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어려운 계층에 대한 국가적 보호를 두텁게 하기 위한 대책입니다.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선정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8년 노인수발보험제도도 처음으로 도입하고 실비 노인요양시설을 110개소로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惠ϨϨ͒È䪂͒È䪂͒È䪂͒È䪂

둘째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것입니다. 먼저 노인일자리를 10배 정도 늘려 2009년 30여만 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08년 노인수발보험제도도 처음으로 도입하고 실비 노인요양시설을 110개소로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출산대책입니다. 향후 5년간 저소득층 불임부부 24만명에 대한 시험관아기 시술비를 지원하게 되며 저소득 가정 18만명에 대해서는 산모 신생아 도우미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만5세아 무상보육 대상도 현재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80% 이하에서 2009년 130% 이하 가정으로 확대할 예정이고 또한 육아휴직급여도 현재 40만원에서 2007년 50만원까지 늘려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해 나가려 합니다.

그러나 희망한국 21 프로젝트은 저출산·고령화를 위한 미래대비의 시작입니다. 저출산·고령화문제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입니다. 적극 대비해야 합니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는 없다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휘발유든 경유든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안전망대책이든 저출산 고령화대책이든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만들고 그 수혜자가 있다면 통상 재원이 소요됩니다. 대책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출산·고령화대책을 추진하는 데 소요되는 재원 충당 문제를 두고 '세금을 더 내고 싶으냐, 덜 내고 싶으냐'라고 물으면 안 됩니다. 전형적인 우문(愚問)입니다. 누구라도 자기 부담이 느는 것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극화 문제를 그대로 덮어두고 갈건지, 아니면 양극화 완화를 위해 무언가 해야 할건지’ 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 그럴 필요가 없는가’ 라는 문제를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답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비용부담을 꺼린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 무임승차를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해 30.5조원 규모의 희망한국 21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20조원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이미 반영하였고 나머지 10.5조원에 대해서는 세출구조조정과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 조달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가 꼭 해야 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소요되는 재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정부 스스로 내놓을 수 있는 재원이 무엇인가 검토하는 것입니다. 최대한 예산낭비요인을 제거하여 얼마를 절약할 수 있는지, 세출사업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구조조정하여 얼마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정당하지 못하게 비용부담을 회피해 온 계층에 대해 과세투명성을 높여 어느 정도를 추가 확보할 수 있는지, 이제까지 지원해 온 비과세 감면조치를 재점검하여 축소할 경우 추가재원이 얼마만큼 나오는지를 검토하게 됩니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어떤 대책이 좋은지 진정 고민해 보자는 것입니다. 세금을 추가 부담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범위 내에서 가능합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정부가 억지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세금을 올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올리지 않으면 어떤 재원 조달방안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복지지출 수준, OECD 최하위
연초 양극화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비한 담론이 제기되었을 때 일부에서는 '세금폭탄'이라는 선정적 용어로 매도했습니다. 진정한 공론화는 가로막혔습니다. 또, 이미 실패한 서유럽 복지병의 답습, 남미 포퓰리즘식의 복지 과잉론 등으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적인 표현 이전에 우리의 복지수준이 정확히 어디에 와 있는지, 우리의 복지수준 좌표는 어디인지 선진국들과 비교해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 프랑스 소요사태 <사진 = 연합뉴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의 복지지출 수준은 국제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국가별로 복지지출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를 나타내는 것은 통상 그 나라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과 재정규모 대비 복지지출비 비중으로 가늠합니다.

먼저 고령, 유족, 장애, 의료, 가족, 노동시장, 실업, 주거 기타 등 9개 분야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을 의미하는 공공사회지출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2005년 OECD가 발표한 각국의 공공사회지출의 GDP대비 비율('01년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6.1%로 OECD회원국증 최하위 수준입니다.(우리나라만 동일기준으로 05년 비율을 추정한 결과 8.6%로 상향되었습니다.) 스웨덴 28.9%, 독일 27.4% 등에 비해서는 1/4 수준, 미국 14.8%, 일본 16.9%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퇴직금 등 법정 민간지출까지 포함한 총사회지출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비중이 8.7%(05년 추정11.4%)로 2.6% 포인트 오르고 여타국들은 1% 포인트 정도 올라 그 격차가 줄어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차이는 현격합니다.

 

두 번째로 재정규모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보아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IMF가 발표한 각국의 중앙재정규모 대비 '복지 및 삶의 질' 지출비중(03년 기준)을 보면 미국 57.7%, 캐나다 52.7, 스웨덴 51.9%(02년), 호주 50.5% 등으로 선진국들은 50% 이상인 반면 우리나라는 23.4%(04년)에 불과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물론 보다 엄밀한 비교를 위해서는 선진국과 우리나라 간 중앙재정의 포괄범위, 경제개발단계 및 교육자치 등의 차이에서 오는 중앙재정 세출구조상의 차이와 같은 나라별 재정 특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복지 및 삶의 질 지출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해 말 OECD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규모를 합한 총재정지출대비 복지비 지출비중(03년 기준)이 담긴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일본 56.6%, 스웨덴 56.4%, 영국 55.1%, 미국 42%(04년) 수준인 반면 한국은 26.1%(02년) 수준을 보이고 있어 이 역시 선진국의 절반 수준입니다.

 

복지과잉론은 허구, 문제는 ‘비만’이 아니라 ‘체중미달’
몇가지 데이터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우리의 복지지출 수준이 우리의 경제규모와 재정기능에 비추어 볼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우리의 경제규모, 재정규모에 걸맞는 복지지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 <사진 = 연합뉴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문제는 '비만'이 아니라 '체중미달'이라는 것이 정확한 진단입니다. 선진국이 사회보장 지출을 줄이는 것을 보고 실패한 모델로 규정짓는 것은 마라톤에서 선두주자들이 반환점을 돌아서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던 주자도 덩달아 뒤돌아서 달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양극화를 완화해 나가고 보다 성숙한 사회, 통합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성장과 분배, 복지문제를 보는 시각과 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제 '낙후부문'을 끌어 올려 '선도부문‘과 함께 동반성장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분배가 중요하냐, 성장이 중요하냐 하는 논쟁은 이제 접어야 합니다. 경제 분야는 성장을 위한 것이고 복지 분야는 분배를 위한 것이라는 이분법적 시각보다는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균형분배’를 논할 만큼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성장이 중요하냐, 분배가 중요하냐 묻기보다는 균형을 말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 지표를 놓고 어느 수준까지 가면 좋겠느냐 하고 물어야 합니다. 그 지향하는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별기획팀>


목차로

5.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下)                           목차로

복지지출이 늘어나면 성장 동력이 훼손돼 결국 분배도 성장도 놓치게 된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소득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는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촉진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복지지출 확대를 우려하는 학자들은 이런 논리를 이유로 듭니다. 관대한 실업 급여나 조기은퇴 급여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결국 노동투입이 축소된다. 특히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를 할 경우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내외국인의 국내 투자 의욕 저해 등의 부작용으로 성장이 저해된다. 세입이 계획대로 늘어나지 않는데도 무분별하게 복지지출만 늘릴 경우 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대충 이런 논리들입니다.

복지지출 늘리면 ‘성장 훼손’은 낡은 고정관념
그러나 이 같은 가설을 기우(杞憂)로 만드는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통계적으로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복지지출 비중을 높이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7년 기준으로 독일·스웨덴의 노동자는 1인당 연간 1,550시간, 노르웨이의 노동자는 1,400시간을 일하면서도 훨씬 많은 시간동안 일하는 미국(1,966시간)이나 일본(1,900시간)과 비슷한 양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후생(well-being)의 기준으로 보면 복지국가의 노동자들이 훨씬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입니다. 미국 국내에서도 코네티컷,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복지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에서 경제성장이 저해되지 않고 오히려 촉진된 것도 좋은 예입니다.

Ǎ| 같은데 실제 별로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복지지출 비중을 높이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첫째, 역사적으로 복지지출을 통한 재분배가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심하게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둘째, 복지국가들은 재원조달 과정에서 성장촉진적인 조세의 조합을 선택해왔다. 즉, 술·담배 등 비탄력적 부문에 대한 세율, 환경 관련 세율 등은 높으나 자본과 노동소득에 대한 한계세율은 높지 않은 편이며 청년층이 노동과 훈련을 기피할 유인을 극소화하는 정책들을 채택해왔다.

셋째로 조기퇴직이나 실업자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취업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성장을 저해하지 않았다.

넷째, 복지국가들은 구직 지원, 재교육, 공공부문 고용창출, 보육지원을 통한 여성인력 활용 등 성장촉진적인 사회정책들을 병행하였다 등입니다

복지지출 부족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저해
오히려 복지지출을 도외시할 경우 장기적으로 내수가 위축되어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첫째, 고령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현재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고용불안이 커지면 중장년층이 노후대비를 위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둘째, 양극화로 인해 저소득층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전체의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복지지출 확대 없이 시장에만 양극화 문제를 맡겨두면 기업 투자행태의 보수화, 비정규직 증가, 해외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분배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인 ‘물흐름 효과(trickle-down effect)’가 약화되어 양극화 심화를 막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양극화 추세를 좌시하면 치유할 수 없는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되어 잠재적 사회불안요인이 되고 결국 중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등입니다

결국 복지지출을 늘리면 성장이 훼손되므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시장중심의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의 현실변화와 역사적 사례를 소홀히 한 낡은 주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양극화와 미래대비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시장의 역할을 중시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증거가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제 복지지출 확대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복지예산 늘리면 수혜자, 비용부담자는 누가 될까
지금보다 더 복지를 확충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누가 주요 수혜층이고, 누가 주요 비용부담자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같이 소득 계층별 수혜-비용부담 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수혜 복지지출 사업이 너무 다양한 데다 수혜자 그룹을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히 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각 복지프로그램별 수혜대상을 고려해 개략적으로 복지지출의 수혜자층을 잠정 추정해 본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전 국민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원 등을 포함할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소득 1·2분위 계층이 약 60%, 소득 5분위 계층이 약 15% 전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전체를 5분위로 나눴을 때 하위소득 20%를 1분위라고 함)

이 같이 1, 2 분위층에 복지혜택이 집중하는 것은 기초생보자 지원, 의료급여, 장애인수당, 빈곤아동 지원 등 대다수 복지프로그램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는 반면 전 국민이 수혜자인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은 도입기간이 짧아 본격적인 서비스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 국민연금 지급이 본격화되고 보육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가 확충되면 수혜계층이 전 분위계층으로 점점 고르게 확산되리라 예상됩니다.

비용부담구조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지출을 늘리면 복지 이외 다른 분야의 사업비를 줄여 충당하거나 국민세금 등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업비를 줄여 충당하면 그 사업의 수혜계층에 대한 혜택이 불가피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복지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시멘트 재정에서 사람 중심의 재정으로
과거 30~40년 동안 개발연대의 재정은 ‘시멘트재정’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재정은 ‘사람중심의 재정’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인터넷참여연대)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도로, 항만, 공항 등 경제사업 지출이 중앙재정의 25∼30% 수준까지 차지해 이를 빗대어 얘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도 여건변화에 따라 늘어나야 하는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제사업 지출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왔으며 지난 해 그 비중을 19.9%까지 낮추었습니다. 성장의 원천이 도로, 항만 등 물적자본에서 사람, 기술, 지식 등 인적자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에 대한 투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한편, 복지지출을 늘려 누군가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주로 어떤 계층이 부담하게 될까요? 이는 어느 세목의 세 부담을 늘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세나 소득세 등의 세 부담이 높아지면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이나 종업원에게 전가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만약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가 늘어난다면 계층별 세 부담 비중이 완화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세 부담 확대문제는 매우 꼼꼼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보육인력, 의료인력, 방재인력, 여권발급, 지적업무 같은 대민 행정인력 등 국가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요구와 지적은 끝이 없습니다. (사진 = 연합뉴스)

 


고소득층은 부담 늘리고, 저소득층은 혜택 늘려야
추가적인 세 부담 측면보다 더 관심이 많은 분야는 과세 투명성 제고를 통한 세수확대와 여건 변화에 맞게 비과세 감면제도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신용카드의 활성화, 고소득 전문직 소득파악 강화, 부가세 과표 양성화 등 과세절차와 징수를 보다 투명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정당하지 못하게 비용부담을 회피해 온 계층의 부담을 정상화 하는 것입니다. 직접세의 비과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경우 그 부담의 80% 이상이 대기업과 소득 5분위 계층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복지지출의 확대는 고소득층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의 수혜폭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복지지출은 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투자입니다.

복지예산 증가는 앞서 설명한 ‘복지병’ 논쟁뿐만 아니라 ‘큰 정부-작은 정부’ 논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즉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노력, 동반성장, 따뜻한 사회 구현 등을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참여정부는 '큰 정부(Big Government)‘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Good Government)’를 선호합니다.

‘큰 정부’가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
참여정부가 관심을 두는 것이 '큰 정부'가 아닌 만큼 ‘큰 정부-작은 정부’ 논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해를 풀기 위해 이 점은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어떤 지표상으로 본다면 우리 재정은 작은 정부에 해당합니다. 몇 가지 기준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GDP 대비 재정규모, 조세부담율, 국민부담율 등을 보면 우리는 OECD 최하위수준입니다. 객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OECD가 발표한 04년 기준 GDP대비 재정규모 비율을 보면 한국은 27.3%로 미국(36%), 일본(37.6%)보다 낮은 수준이며 영국(43.7%), 독일(47.7%)에는 한참 뒤떨어지고 스웨덴(58.2%)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혹자는 소득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소득수준 1만5천불 당시 재정규모 비율을 비교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37%(83년), 일본 32.2%(86년), 영국 42.2%(90년)로 우리의 27.3%(04년)에 비해 모두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이 큰 정부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국민 서비스 인력 크게 부족
공무원 수로 비교해 봐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저수준입니다. 2000년 기준으로 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천명당 공무원 수가 우리나라는 18.5명입니다. 일본 31.2명, 독일 52.9명, 미국 70.4명, 프랑스 71.7명에 비하면 결코 큰 정부라 할 수 없습니다.

최근 행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복지전달체계 분야의 공무원 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복지 분야 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가 영국 337명, 호주 806명, 일본 2,13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78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공무원 수로 파악하는 ‘큰 정부’ 논쟁에 대해선 국민이 국가에 요구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겠습니다. 치매와 중풍으로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수가 6만명, 암환자가 31만5천명, 재가환자가 25만명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만 보면 사회복지사 1인당 담당인구가 영국 280명, 호주 800명에 비해 우리는 3,900명입니다.

국가적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지난 번 수입 농수산물에서 발암의심물질이 검출되고 기생충알 김치파동도 있었습니다. 국가가 수입식품을 전수조사해서라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수입식품의 검역을 철저히 해달라고 합니다. 많은 검역인력이 필요할 것이 뻔합니다.

문화재관리에 대해서도 언론은 매장문화재를 발굴만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매장문화재 보전처리 담당인력은 203명으로 기존 문화재 보전처리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태라고 합니다. 역시 전문 인력 확충이 전제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이외에도 보육인력, 의료인력, 방재인력, 여권발급, 지적업무 같은 대민 행정인력 등 국가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요구와 지적은 끝이 없습니다. 이런 수요를 모두 충족하려면 공무원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고 재원도 엄청나게 소요됩니다.

좋은 서비스 늘리려면 비용에도 관심 가져야
그러나 언론은 제대로 된 국가 서비스, 정부가 꼭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드는 비용에는 무관심합니다. 전문 인력을 확충할 경우에도 자꾸 공무원 수만 늘리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비판합니다.

문제 제기를 했으면 해법에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즉 좋은 서비스를 원하면 그 비용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꺼이 더 많은 부담을 할 준비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지면서 정부역할이 줄어드는 분야도 생기고, 이 경우 과감하게 인력을 줄이거나 구조조정해 더 필요한 분야에 투입해야 합니다. 향후 필요한 분야에서의 증원이 절실하다면, 불필요한 분야에서의 구조조정 또한 게을리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GDP대비 재정규모 비율로나 공무원 수로나 결코 ‘큰 정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정부’에 가깝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국민이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공공·사회적 서비스를 제 때 제공하는 '할 일을 하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합니다.

 

정부 힘만으로는 부족…공동체 힘 합쳐 보완해야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힘만으로는 모자랍니다. 지역과 사회 단위의 공동체 정신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힘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네의 어려운 독거노인에 대해 정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연말이면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고 불우이웃돕기가 이루어집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언론사를 중심으로 재해민 돕기 운동이 진행됩니다.

특히 지난 해 말 시청 앞에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이 같은 행사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사회를 촘촘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부문화 자선정신이 그것입니다. 미국은 국세청(IRS)처럼 기부금액을 집계할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IRS에 따르면 총기부금의 80%를 개인이 내고 있다고 합니다.

시청 앞에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이 같은 행사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불우이웃돕기성금의 경우 78%를 기업이나 법인이 내고 개인이 내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도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5년 자원봉사 참여율(최근 1년간 자원봉사 유경험 20세 이상 성인/20세 이상 전체인구)은 20.5%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영국 51%(2003), 미국 50%, 호주 46%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따뜻한 사회’를 위해 우리의 더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복지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3~4세 유아에 대한 투자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이뤄지는 ‘사후적 대책’보다 7.16배 더 효과적이라는 실증연구가 있습니다(Perry Study, 2003). 아동 1인당 2년간 약 1만 5천불을 투입하면 20년뒤 10만 5천불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범죄예방 등 사회비용의 절감과 성인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 절감, 세금 수입 등을 통해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같이 복지투자는 단순히 가지지 못한 자를 그냥 도와주는 예산이 아닙니다.

복지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실업, 장애 등 사람의 위기는 곧 노사간 갈등, 계층간 갈등과 같은 사회의 위기입니다. 복지투자는 이러한 사회의 위기를 줄이기 위해 사람에 대해 이뤄지는 ‘선투자’입니다. 특히 취약아동, 장애인, 근로빈곤층 등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과 균등한 교육기회를 위한 교육지원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인적 자본’ 투자입니다.

복지투자는 사회적 역동성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히 주어질 때 사회적 역동성이 창출됩니다. 복지투자는 기회의 평등, 조건의 평등을 이끌어내는 투자입니다. 따라서 복지투자는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성장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복지투자는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선투자이고 동반성장을 위한 실천수단입니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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