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전국돌아보기11] 통영에서 마산까지

View Comments

 

5월 22일 통영에서 고성 동해면까지 (30.5km)

아침부터 농사일이 한창이다. 한쪽에선 어머님들이 마늘을 뽑고, 다듬고 계시고, 한쪽에선 논물을 대고 로타리를 치고, 모를 심고 계신다. 오늘도 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고성으로의 국도를 버리고 많이 돌지만 77번 지방도를 택한다. 한적한 시골길이리라.
뻐꾸기 소리가 이쁘게 흘러나온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온갖 새소리를 듣게 된다. 차로 이동할땐 느끼지 못하는 호사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방정맞은 까치소리부터 중저음의 까미귀소리, 참새, 제비소리는 물론 이름도 모른 온갖 새들의 소리가 들린다. 가장 이쁜소리는 물론 뻐꾸기다.
나는 것이 멋있는 놈은 단연 매다. 저 높은 창공에세 바람에 몸을 맡기다 한순간에 먹이를 채러 날아가는 매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멧비둘기도 이쁘고 학도 참 이쁘게 난다. 제일 방정맞은 놈들은 꿩 종류다. 장끼, 까투리 이놈들은 사람 소리만 들리면 파닥파닥 소리도 요란하게 날개짓 하며 도망간다. 방정맞기는...
그런데 이놈들 사진끼기는 정마 힘들다. 뚝딱이는 불가능하다. DSLR은 가능한데 꺼내다 보면 없어진다. 설혹 꺼내도 워낙 빨라 촛점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그리고 한번 날아가면 절대 근처로 오지 않는다. 젤 만만한건 인간이 주는 먹이에 친숙한 갈메기뿐이다.

 

예상과는 달리 77번 지방도가 최악이다. 레미콘에 덤프트럭에, 승용차까지 차도 많고 갓길도 없다. 분명 레미콘회사가 근처에 있다. 역시다. 고개를 넘으니 레미콘회사다. 지나니 한결 한가하다.
안정면이라는 동네 신흥 산업단지가 들어서고 있나보다. 아마 주변의 중공업 회사를 지원하는 것 같다. 속속 식당과 숙소가 신도시를 이루며 들어서고 있다.
거류면 당동마을 새로 신은 신발에 적응하느라 발등과 발가락에 물집과 딱지가 내려 앉아 통증이 온다. 뜨끈뜨끈하다. 샌들로 갈아신어본다. 뭐 발바닥이야 워낙 단련이되서 상관없을 것 같다. 시원하고 좋다. 이동네도 참 이쁘다. 가두리 양식이 한창이다. 축양한다고 한다.

마산으로 가는 해변도로다. 시원하고 좋다. 그런데 해변도로를 따라 온갖 조선소 하청회사들이 즐비하다. 공사도 한창이다. 덤프들이 오간다. 덤프연대 차량에게 힘껏 손을 흔들어 준다. 자동이다. 덤프도 반겨준다. 그런데 산을 온통 깍아 내나 보다.

해변도로라고 만만하게 봤는데 그게 아니다. 바닷가 해발 5m에서 120m까지 오르락 내리락 꼬불꼬불한 길의 반복이다. 장난아니다. 더구나 운무가 끼어 가시거리도 영 좋지 않다. 앞에 있는 섬들도 뿌옇다.
공룡발자국 유적지란다. 열심히 경로를 이탈해 내려갔더니... 10여분을 찾았다. 다행히 굴을 따시는 분들이 있어 물어보니 엥. 바로 앞에 있단다. 지름 50cm 정도의 발자국 5개... 가르쳐 주지 않았으면 못 찾을 뻔했다. 약간 허무하다.

이 산길에 웬 노동가요? 덤프연대다. 방송차량 10여대가 연이어 지나간다. 쌍수를 휘두르며 환영해 본다. 저쪽도 내 호응에 기분이 엄청 업되나 보다.

정말 열심히 걷는다. 오후 6시 양촌마을이다. 갈길은 8km정도 남았는데 난감하다. 시골동네라서 여관도 없다. 어쩐다. 일단 걸을 수 있을 만큼 걷자.
또 나온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 그렇지만 이미 지쳐버린 나는 경치를 볼 새도 없다. 해넘이가 7시 30분이었느니 무리하면 목적지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고... 아! 눈앞에 모텔이다. 천만다행이다. 무리하지 말자. 10시간을 걸었느니 충분히 무리했다.
어. 무인모텔이다. 2층인데 아래층은 주차시설이고 열린 주차공간으로 들어가 셔터를 내리고 방문앞에서 만원짜리를 넣으면 방문이 열린다. 사람 마주칠 일이 없다. 말 그대로 "러브 모텔'이다.


 

5월 23일 고성 동해면에서 마산시까지 (32.7km)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가시거리가 10m가 채 않된다. 어쩐다. 위험하다. 그래도 가야지. 오늘 청주로 가야 한다. 43살 먹은 노총각이 내일 장가를 간다. 동생이 간다면 그냥 모른 척하겠는데 43살의 노총각이라서... 남은 거리가 28km정도라서 여유가 있다. 천천히 가자.
바다로 부터 날아오는 안개로 인해 바로 앞의 아름다운 길이 하나도 않보인다. 억울하다. 그런데 더 멋지기도 하다. 운무속에 언듯 언듯 드러나는 섬들의 자태는 끝내준다. 100m 정도로 높은 동진대교에서 바라보는 구름속의 마을은 신선의 마을이다.

 

전화가 온다. 내일 어디가냐고? 하루 같이 걸어 주겠다고... 에궁 낼 결혼식땜에 올라 가야 하니 억울하다. 어쩔수 있나?
다시 덤프연대다. 경유값이 너무 올라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차량 시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걷기를 시작할때 1519원이었던 경유가가 오늘은 휘발유가와 같은 1850원, 불과 한달사이에 330원이 올랐다. 그러니 덤프나 화물차는 죽을 맛 이리라.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그 권리를 누릴 수 없다. 뭔가가 잘못 되었다면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 쾌재를 부르고 있는 놈들은 정유사 밖에 없다. 한번 올라간 기름값은 결코 내리지 않는, 가격 담합의 귀재들... 정부가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

 

다시 2호선 4차선 국도다. 처음이다. 이렇게 차가 많기는... 엄청나게 몰려온다. 굉음이다. 견딜 수가 없다. 첨으로 mp3 플레이어를 꺼내 볼륨을 높인다. 절로 욕이 나온다. 그런데 탈출할 길이 없다. 이길을 5시간 이상은 가야 한다.
터널이 앞에 있다. 어쩌나? 일단 슈퍼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쮸쮸바를 산다. 이놈 근 2주만에 나타났다. 2주동안 슈퍼에서 자취를 감추더니 포장에 한 글자만 바뀌어서 나타났다. 500 => 700원으로... 않오르는게 없다. 물가잡는다던 대통령 서민들만 잡는다. 에궁... 그런데 그 대통령 누가 뽑았나?  그 손가락들 확...

 

당연하지만 다행이도 터널을 돌아가는 길이 있다. 산하나를 넘어야 하지만 좋다. 한적한 산길 데이트 족으로 넘쳐 난다. 경찰차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정차해 있다. 둘다 졸고있다. 에구 국민의 혈세로 순찰하라했더니 저렇게 자고 있다니...

산을 내려오니 다시 굉음이다. 그 와중에 갓길도 좁은 가드레일에 갇힌 내 눈에 큼지막한 먼지가 들어갔다. 죽을 맛이다. 차의 홍수 속에 눈을 감고 간신히 먼지를 빼내고 다시 걷는다.

마산이다. 해변을 끼고 형성된 마산 역시 이쁘다. 그런데 마산은 홀로 표현이 되지 않는다. 꼭 마창으로 불린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때문에 몇차례 왔었는데...

 

 아침부터 농사일로 바쁘다. 농번기다.

 공룡발자국 이란다. 찾아봐라.

 위에서 보면 이렇단다. 요게 발자국이다. 이러니 못찾지.

 안개 낀 마을 저 멀리 길이 아애 보이지 않는다.

 안개속에 강태공들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바다를 끼고 발달한 마산시.  

 안개속의 장미 넘 이쁘다.

 유류세 인하하라. 덤프연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5/25 11:07 2008/05/25 11:07

댓글0 Comments (+add yours?)

Leave a Reply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laborfree/trackback/23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