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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돌아보기10] 사천 곤명에서 통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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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사천시 곤명면에서 사천읍까지 (20.3km)

아버님 제사와 비로 인해 3일을 쉬었다. 쉬는 동안 A/S 받은 베낭을 찾고 한달만에 밑창이 다 닳아 버린 트레킹화를 창갈이 해 맡겼다. 그리고 남은 절반을 같이 할 신발을 구하러 다녔다. 우선 발 볼이 충분히 넓고 5mm정도 큰, 그리고 가볍고 쿠션이 좋고 통풍도 잘되는, 그러면서 밑창이 단단한... 찾다보니 산악용마라톤화다. 요즘은 비브람 깔창도 나와 있어 훨씬 더 튼튼하다.

 

 

채비를 마치고 다시 진주로 간다. 1시 20분경 진주에 도착, 곤명면으로 가려는데 시내버스가 3시 30분 차란다. 도저히 그 시간이면 불가능하다. 택시기사에게 물어본다. 1만 5천원 정도면 될 거란다. 다행이다. 택시로 간다. 기사 할아버님 생긴거 답지 않게 터프하게 운전하신다. 1만 7천원을 넘어섰다. 제길... 4차선 한가운데 차를 세운다. 내가 돌아갔던 곳이다. 1만 8천원. 도보여행중이라고 그냥 1만 5천원을 주고 내린다. 어차피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니 기사 아저씨 그냥 간다.

 

진주로 갈 게 아니니 곧장 남하한다. 다시 걷는다. 쉬어서 그런지 발바닥이 따끔거린다. 그런데 속도는 엄청 빨라졌다. 2시간 거리를 1시간 반도 않되어 주파한다. 축동면에 들어서니 이런 비행기 소리가 장난아니다. 40초 간격으로 경비행기가 내 머리위를 떠다닌다. 똑같은 경비행기다. 뭐냐? 사천공항쪽으로 돌아서니 공군 비행단이란다. 어쩐지... 훈련기였다. 그나저나 이동네 사람들 매일 저러고 있으면 시끄러워서 어떻게 사나? 비행기 소리에 새?는 총소리 까지... 장난아니다. 시진 찍으려니 군사시설이란 경고가 장난아니다. 알았다. 그런데 비행기는 시설이 아니니 상관없겠지? 급작스레 사이렌이 울린다. 종소리가 요란하다. 어... 저거 테프콘 3. 진도개 상황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긴 제대한지 12년이 흘렀으니... 좀더 가니 군발이들 소방서와 함께 화생방 훈련중이다. 방독면 저거 장난 아닌데...

 

사천읍에 도착한다. 원래는 삼천포시 사천읍였다는데 지금은 사천시 삼천포읍이 되었단다. 사천에 이런 저런 항공관련, 조선관련 기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사천시로 몰려들었단다. 그러면서 삼천포는 규모가 줄어들다 사천시에 흡수되어 새로운 사천시가 형성되었단다. 동광양과 같다. 그런데 지도엔 삼천포가 나와있지 않다.

 

머리가 길어 깍아야 겠어서 미용실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런 파마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와 미용실 사장님이 꼬시기 시작한다. 직모 힘들지 않냐고... 자연스럽게 표시않나는 파마가 있다고... 에구 얼마냐니까 3만원이란다. 비싸다니까 2만 5천원 해주겠단다. 그래 한번해보자. 파마는 고2 여름방학때 한번 해 봤다. 엄마하고 선생하고 한판 하고 담날 삭발했다. 몇년만이냐? 남사스레 파마를 해본다. 뭐 어때. 휴가중에 할 것 않할 것 다해 보기로 했는데...

  

5월 20일 (화) 사천읍에서 통영시 도산면까지 (37.4km)

오늘... 어디까지 가지? 고성까지는 약 30km, 통영시까지는 50km. 그런데 통영시까지 와서 한려수도 구경도 못하고 가면 않되지? 통영에서 최소한 가볼수 있는데는 가기 위해 최대한 가다. 출발부터 공사현장이다. 부분부분 아무도 없는 공사도로를 혼자간다. 정말 좋다. 그런데 그런 구간은 얼마 안된다. 대신 공사로 인해 파헤쳐진 갓길도 제대로 없는 꼬불꼬불 위험 천만한 길을 간다. 애구... 2시간여를 가다보니 4차선 국도로 넓혀진다. 다행이다. 이 길 참 좋다. 갓길도 넓고 차들도 그리 빨리 달리지 않는다. 덤프들은 내가 인사하면 비켜주며 같이 인사한다. 좋다.

 

상리면을 접어드는데 나이드신 농민 한분이 불러세운다. 뭐 빤한 질문이 오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신다. 아들 둘은 부산에서 대기업에 과장이고, 딸은 서울에 시집가 잘 산단다. 아드님 집에 가서 사시라니 절대 않간단다. 내집 놔두고 왜 아들들 신세를 지냐고... 그러더니 갑자기 부인이야기를 하면서 목이 메이신다. 얼마전에 돌아가셨단다. 애구...그러더니 가고 가란다. 엥 지금 12시인데? 죄송하다고 갈길을 간다. 그런데 솔직히... 이 어르신 말씀 절반도 이해를 못했다. 사투리 심하다. 정말. 고성이다.

 

2009년에 공룡엑스포를 한단다. 공룡? 여기에 뭐 있나? 발자국정도 아닐까? 하여간 엑스포 많이한다. 그런데 외국애들은 않오고 우리 애들만 오는 엑스포... 엑스포 맞나? 함양 나비엑스포처럼 지역 사람들 도움되는 엑스포라도 되길... 또다시 길이 산을 잘라놨다. 우씨. 옛길을 걸어본다. 현재의 길보다 80m정도 위에 잘려있다. 80m를 줄이려고 산을 무너뜨리다니... 애구 인간들아... 아무도 없는 그길에서 푹 쉬어본다. 다시 현재의 길로 합쳐지려 하는데 진도개처럼 생긴 덩치 큰 놈들 두마리가 나를 쳐다본다. 뭐 쳐다보면 어쩔라구. 근데 이놈들 슬그머니 다가온다. 엥? 모가지 줄이 없다. 옴마. 대체 저리 큰놈들을 놔서 키우면 우짜냐? 스틱을 길게 늘이고 돌을 집어들고 겁을 준다. 다행이다. 이놈들 보기보다 비전투적이다.

 

고성읍이다. 강원도가 아니라 경남에도 있네. 항공고등학교도 있다. 운동장이 인조잔듸로 깔려 보기도 좋다. 4시다. 어쩐다? 일단 내일 최대한 빨리 읍내를 탈출할 수 있도록 읍 외곽쪽으로 가보자. 완전 러브모텔이다. 좀더 가보자. 내일 최대한 걷는 거리를 줄여보자. 통영까지 20km란다. 가보자. 고성읍을 벗어나자 다시 바다다. 와 얼마만이지? 5시 30분. 어쩐다냐? 아직 해는 있다. 그래 도산면까지만 가보자. 그안에는 있겠지. 숙소가... 아마 제일 오래 걸은 것 같다. 무리를 해서 그런건지, 신발이 맞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님 너무 많이 쉬어서 그런건지 발에 물집이 두개씩이나 잡혀있고, 여기 저기 쑤신다. 그냥 칼로 따버린다. 뒤끔치가 따끔거려 보니 양말까지 뒷축이 닳아 없어져 신발과 마찰로 벌겋다. 애구... 1년여 나와 함게 했던 밀레 양말이 오늘로 수명을 다했다.

 

정말 파김치가 다됐다. 6시 30분 도산면이다. 아... 여기서 사량도 지리망산 가는 배가 있단다. 작년에 왔다가 사람에 치여 죽을 뻔한 지리망산... 자느라 몰랐는데 그길을 다시 가고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10시간, 약 40km를 걸었다. 통영까지는 12km이니 3시간이면 족하다. 역시 도산면내에는 숙소가 없단다. 통영으로 나간다.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먹는데 내 커다란 배낭을 보더니 배낭여행 중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두 아주머니들 하던일도 놓고 내 여행기를 털어놓게 만든다. 연신 부러워 하시며... 다른 분이 와서 돼지국밥을 시켰는데 정신이 빠져 돼지국밥에 돼지고기는 빼놓고 국물만 내놔 한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평생소원이 배낭여행이라는 두분 덕분에 나는 덤으로 순대가 듬뿍들어간 순대국을 먹을 수가 있었다. 이곳은 옛 충무로 새로 조성된 도시라 주변에는 새로지은 모텔밖에 없다. 가보자. 역시 아주머니 4만원. 혼자고 이틀 묵는다고 6만원 부르니 절대 않된단다. 한달여의 여관생활. 알았다고 옆집가고겠노라 하니 그렇게 하잔다. 마지막 쐐기. 컴퓨터 되는 방요. 한번 무너진 김에 왕창이다. 컴달린 방을 3만원에 잡았다. 봉잡았다.

 

 

5월 21일 고성 도산에서 통영읍까지 (6.8km)

어디부터 갈까? 일단 관광부터 하고 어제 걷지못한 나머지를 걷자.
아침 일찍 관광안내소로 전화를 한다. 한려해상공원 판타지코스를 이용하려 한다고 하니, 매물도 코스 밖에 운행을 않한다고 한다. 어쩔수 없지. 위치를 묻는다. 내 위치가 시외버스터미널이라고 하니 2층으로 오란다. 가보니 아무것도 없다. 다시 전화를 한다. 배를 타는데 왜 거기 가있냐고 한다. 그런 그렇지 시간은 8시 40분, 10시 배라니까 충분하다. 시내버스를 탔다. 배를 타러 간다고 하니 기사 아저씨 친절하게도 알려주신다. 여기서 내려서 조금만가면 된다고... 내렸다. 그리고 물어본다. 엥? 유람선 터미널은 따로 있단다. 에구. 어쩔수 없이 택시를 타고 급히간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이 아침에 응원 메시지가 왔다. 농담 한번 했다가 맘을 상하게 했나보다. 미안해서 어쩌지? 이쁜 사진 찍어 만회해야 겠다.
참 맑은 날씨다. 파도도 거의 없다. 선장 왈 이런 날씨 보기는 일년에 서너달밖에 안된다고 운이 좋단다. 단촐한 배다. 한산섬 제승당이란다. 이동네는 모든 것이 이순신 장군에 맞춰져 있다.

문득 "거북선은 누가 만들었나?"라는 김진숙동지의 물음이 생각난다. 물론 탁월한 전투력과 통솔력을 가졌다 손 치더라도 전투의 실질적 승패는 일반 사병들의 용맹에 달려있다. 물론 거북선도 이순신 장군이 아이디어를 냈을지 몰라도 그를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온몸으로 만들고 침몰하고 만들기를 반복한 일반 사병들의 몫이었다. 즉 거북선은 조선의 수병, 일반 민초들이 만들었다.
제승당. 삼도 수군의 본영으로 이순신 장군이 거처하면서 삼도 수군을 지휘하며 무기를 만들고 군량을 비축하던 곳이란다. '한산섬 달밝은 밤에...'의 그 유명한 시조도 이곳 수루에서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 철쭉이다" 그런데 아니란다. 뭐냐 이거 꽃은 비슷한데 잎새는 아니고...

 

다시 매물도로 간다. 할머니들이 떼로 타신다. 선장이 이런 저런 여행 설명을 한다. 그런데 엔진소리와 스피커의 울림, 결정적으로 선장님의 사투리에 절반도 알아듣지 못한다. 에구 그냥 밖에 나가자. 선장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지만 그냥 무시한다. 셔터만 죽어라 누른다.
매물도...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으로 이루어졌는데 참 이쁘다. 선장양반 베테랑 답게 상세히 보여주기 위해 절묘한 묘기로 동굴을 코앞까지 간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은 물이 빠져 이어져 있다. 물빠지면 길은 없어진다고 하니 여기도 "신비의 바닷길"이다. 뱃길 참 이쁘다.

매물도를 돌아 터미널로 가는 길. 여기도 나이트 관광유람선이 된다. 뽕짝이 흘러나오고 할머니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역시 우리 할머니들 멋지시다. 10시에 출발한 배가 1시 30분이 넘어 도착했다.
일단 충무김밥을 먹자. 육지에서는 오창휴게소에서 사먹어 봤었는데... 참 맛있다. 특히나 고추가루 아끼지 않고 무친 무우, 오뎅, 오징어가 별미다.

 

다시 도산으로 가자. 30분을 기다렸다. 에구 이놈의 시내버스. 시내를 구석구석 뒤진 버스는 3시가 되어서야 도산삼거리에 내려놓는다. 12km가 남았으니 넉넉잡고 세시간이다. 엥. 그게 아니다. 그 무지막지한 배낭을 계산 못했다. 두시간도 않걸려 통영에 도착한다. 배낭의 무게... 그거 장난 아니었다. 한번도 않쉬었는데 힘들지도 않다. 시속 6km가 넘는 것 같다.

 

어... 남은 시간 뭐 한담? 가까운 관광안내소로가 안내를 받는다. 달아공원에 가보란다. 낙조가 일품이란다. 좋다. 가자. 전망 참 좋다. 멀리 구름인지 대기가스인지 끼어 멀리 남해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사량도도 보인다. 달아공원에 있는 슈퍼가 있다. 이곳 아주머니 참 친절하시다. 그러면서 알지 못했던 여러 사실을 알려주신다. 통영운하를 보면서 저게 '왜 운하인가'하고 궁금해 했는데, 임진왜란때까지 올라간단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 통영과 미륵도 사이의 수심이 얕아 배가 진행될 수 없음을 간파하고 왜구들을 함정을 파 이곳으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왜구들이 살려고 밤새 바다 바닥을 파서 소수지만 도망을 갈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의 명칭이 '판대목'이란다. 여기서 조금만 내려가면 워낙 많이 죽어서 '송장곳'이라 불린다고 한다. 이후 배들이 이 곳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단다. 그런데 일제시대 일본놈들이 통영과 미륵도를 이으면서 다리를 놓지 않고 동양최초의 해저터널을 뚫었다고 한다. 지놈들 선조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곳, 선조들의 머리위를 지나다닐수 없어서... 의리는 있네 이놈들.
또 하나. 워낙에 유람선 코스가 거제의 해금강을 거쳐 매물도까지 이어지는 판타지 코스가 있었는데 지자체가 되면서 거제시에서 해금강 코스를 못오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해금강을 보려면 거제도까지 가야한단다. 에구...
구름때문에 환상적인 일몰을 보지 못한다. 슈퍼 아주머니 가게를 닫고 태워주신다. 어쩔수 없지 뭐. 통영운하 한번 찍고 가자.

 

 한달만에 밑창이 다 닳아빠진 내 신발...

 연습중이 공군기

 끈끈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

 제승당 입구. 저게 철쭉이냐 뭐나?

 이순신 장군 영정

 한산도의 아름다운 해변

 오륙도 란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등대섬의 기암괴석. 누가 저돌을 저기다 박아놨나?

 뒤에서 본 등대섬. 꼭 한번 와서 걸어봐야지.

 마늘 뽑기에 한창이다. 마늘 먹고 곰 한번 돼 볼까?

 달이섬의 낙조. 여기까지가 끝이다. 우씨..

 통영운하. 넘 이쁘다. 이놈 한번 찍으려고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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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1 22:54 2008/05/2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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