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차베스! 한국의 개혁파를 위한 교훈
분류없음 경제위기, 낙수효과, 오바마, 차베스, 허석렬 View Comments
작성자 : 허석렬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
며칠 전 제임스 페트라스 교수는 차베스와 오바마의 경제 사회정책을 비교하는 논평을 발표하였다. 흔히 차베스를 강경좌파라고 언론에서 지칭하고 있으나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메자로스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본 체제(capital system)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역시 자본주의 세계공황의 충격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 공황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반제 혁명 좌파를 자처하고 있는 차베스가 2008년 1차 금융위기 이후 행한 정책은 전형적인 정통적 케인지언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사회주의적 기업의 창설, 국유기업에서의 공동관리와 자주관리의 진전 등에서는 케인지언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주의로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세계 금융공황의 충격을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사회적 약자의 구매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극복(정통 케인즈주의)하고 있는 반면에 월 스트리트 구제에 매달린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와 대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해 고용을 늘리는 트리클 다운 효과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는 정치적 지지도의 차이로 나타나고 있다. 차베스는 금융위기 이후 지지도를 43%에서 최근 56%로 끌어올렸고, 대부분 민중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 반면 한 때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오바마는 대중의 지지를 상실해 내년 선거에서 당선이 위태로운 상황에까지 몰렸다.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노무현 정권의 실패는 재벌기업과 국제금융자본의 이익에 종속된 경제사회 정책을 수행한 결과 대중의 지지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좌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개혁파도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대한 철저한 비판 위에서 경제정책의 전환을 시도하지 않으면 오바마의 전철을 따르게 될 것이다.
다음은 페트라스 교수의 논평에 대한 요약이다.
차베스와 오바마의 경제정책의 대비
1. 차베스는 고용, 사회복지,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장기적인 대규모 공공 투자와 정부지출을 추진했다. 오바마는 대기업 금융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하게 월 스트리트의 투기꾼들을 구제하는데 수천억 달러를 퍼부었으며, 대기업에 정부보조금을 제공했다. 그렇게 하면 은행들이 대기업들에 대부를 제공할 것이고, 사적 부문은 투자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는 고용 증가와 실업 감소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하에서.
2. 차베스의 정책은 사회적 임금(social wage)를 올림으로써 민중적 “수요”를 증대시키고자 하였다. 오바마의 정책은 트리클 다운(적하 효과)을 기대하면서 엘리트의 부를 증대시키고자 하였다.
3. 차베스의 경제회복 프로그램은 자본주의적 시장이 위기를 유발했고, 사적부문의 투자실패를 가져왔다는 평가에 근거하여, 공공부문과 국가부문에 집중되었다. 오바마의 프로그램은 고용을 발생시키는 국내투자를 자극하기 위해 거둔 세금을 사적 부문에 전적으로 이전하였다.
차베스와 오바마의 경제정책 수행의 비교.
1. 차베스는 2008년 금융위기가 가져온 위기에 대해 사회적 프로그램에 대한 공공지출을 대규모로 확대하였다. 100만채 공공주택 건설 사업이 시작되었다. 군사부문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차베스는 새로 출범한 콜롬비아의 우익정권 산토스 정권과 국경충돌을 줄이기 위한 협정을 맺었다.
차베스는 최저임금, 사회보장급여와 연금급여를 대폭 인상하였다. 그리하여, 저소득층의 소비 수요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수입이 증대되었다.고속도로, 철도망을 건설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착수하였다. 이로써 노동집약적 경제활동들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식품과 여타 생필품에 대한 가격통제를 제도화하였다. 그 전까지 지나친 이익을 남기던 식품기업의 이익 일부는 희생되었지만, 저소득층은 다른 소비를 할 여력을 가지게 되었다.
금융자본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차베스는 오히려 금산업을 국유화하고, 해외 보유금의 국내 이전을 통해 수요 지향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반면,
오바마는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장기적 공공투자를 외면하였다. 그의 “미국을 위한 일자리” 계획은 일자리를 0.2% 증가시키는데 그쳤다. 월 스트리트의 채권투자자들을 위해 오바마는 재정적자 축소 명목으로, 사회적 지출을 축소했다. 그의 “미국을 위한 일자리” 계획은 오히려 기업 인센티브를 위해 사회보장과 사회적 지출에 필요한 기업세와 소득세를 감면해야 한다는 형태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많은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사유화되고 이는 다시 월 스트리트에 1조 달러의 횡재를 안겨주었다.
오바마는 은행과 주택 모기지 협잡꾼들을 위한 구제금융을 선호하면서 1000만 가구에 달하는 주택 모기지 파산자들을 무시했다.
오바마는 해외 전투병력을 배가하고, 음모적인 테러 작전과 국내 첩보기구를 확충하기 위해 군사비를 증액하였다. 반대로 교육, 기술기능, 수출 증대를 위한 생산적 투자는 희생되었고 재정적차는 더욱 확대되었다.
2. 차베스는 인종적 소수자인 아프리카계, 인도계 베네수엘라 인들을 위한 직업, 교육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오바마는 실업율 50%의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라티노를 위한 교육과 직업 훈련을 방기했다.
3. 차베스는 연금과 임금을 인플레에 연동시키고, 식품 등 생필풍의 가격통제를 시행하였으나, 오바마는 지난 3년간 7%의 실질임금 감소에도 연방공무원의 연금과 사회보장 급여를 동결하였다.
그리하여 미국 센서스 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2011, 9월) 빈곤율은 2008년 13.2%에서 2010년 15.2%로 증가하였다. 트리클 다운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연간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미국인들은 거의 경제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티프니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매장의 매출은 15% 증가하였다.
최저 소득계층 10%는 2009-2010년 사이에 12.1%의 소득이 감소하였으나, 10%의 최고 소득계층은 1.5%의 소득감소만 경험하였다. 이 결과 미국은 OECD 34개국 가운데 멕시코, 칠레, 이스라엘과 함께 사회계급간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가 되었다.(한국은?)
사회경제적 결과
베네수엘라에서는 실업자나 공식부문과 비공식 부문에 불완전 고용된 노동자의 비율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국공립대학, 초중등 교육에 대한 재정과 기초의료에 대한 재정지출이 대폭 증가한 반면, 미국은 오히려 대규모로 축소되었다.
생산적 기업활동에 대부하기보다는 해외에 자본투기를 일삼는 은행에 대해 오바마는 거의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에 반해 차베스 정부가 투자하고 있는 부문은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인프라, 식량자급 프로젝트, 다운 스트림의 공장, 정유소 등의 건설 프로젝트이다.
이것이 베네수엘라 정치가 안정되고 차베스가 2012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전망을 가져오게 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오바마는 내년 재선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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