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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3 충북지역 건설현장 임금체불 심각

충북지역 건설현장 임금체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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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니까"

"우리 딸이 영어학원 가고 싶어 했는데, 못 보내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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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2 16시11분 천윤미(moduma@cmedia.or.kr)

'하루 종일 일만 한 굴삭기 기사, 신불자 되다'
“사장은 튀었고, 원청은 잘못 없데! 그럼 내 돈은 누가 준다는 거야?”


“내가요,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렸어요. XX”

담뱃불을 붙이는 장모씨의 입에서 욕과 한숨이 나온다. 장씨는 충북의 한 건설현장에서 굴삭기 기사로 일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장씨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을 고용한 하청업체 사장이 원청으로부터 받은 임금을 가지고 도망갔기 때문다.

“준다 준다 해서 기다렸지. 뭐 현장에서 체불되는 거야 일상적이잖어. 여기 말고도 공사 현장이 9개나 더 있는 곳이니까 믿었는데, 돈 들고 토낄 줄이야 내가 알았겠냐고요. 아는 놈이 기다렸으면 그게 미친 놈 아녀?”
장씨는 한두달 체불 되더라도 곧 나오겠지란 마음에 기다렸다고 한다. 직원들이 걱정 말라고 해서, 아무 문제없다 해서 “더러워도 조금만 참자”라는 생각으로 기다려 왔단다. 그런데 10월 말 경 장씨는 하청업체 사장이 9개 공사 현장의 임금 대금을 갖고 날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장씨가 본 가을 하늘은 샛노랬다.

그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부인과 아이들의 얼굴. “우리 마누라가 나대신 돈 벌겠다고 식당 일 다니고 있는데, 사장 튄 거 까지 알면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겄어. 지금 내가 신용불량자거든. 돈이 제때 안나오니까 별수 없이 이 카드 저 카드로 생활비대고 기름값, 차량 보수하는데 썼지. 이번에 월급 나오면 그거 갚고 우리 딸도 학원 보내준다고 그랬는데.”

“내년이면 우리 딸이 고등학생 되거든, 애가 참 공부를 잘해. 이거여, 이거!” 담배를 비벼끄며 장씨가 엄지 손을 치켜들었다. 학원을 한 번도 못 보냈는데도 반에서 일등을 했단다. “우리 딸이 영어 학원을 가고 싶어 했는데 한 번도 못 보내줬어. 그게 어찌나 가슴을 후려치는지, 결혼 안해봐서 모를껴.”

장씨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니까. X팔, 내가 그 넘 말을 믿은게 바보지. 다같이 잘 살자더니 이게 뭐여”라며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장씨는 “자긴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공사도 많이 하고 한 대서 먹고 살기 좋아질 줄”알았단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섯 식구가 전셋집으로 이사도 가고, 딸은 학원도 보내고, 부인 고생도 덜 시킬 줄 알았단다. 그러나 새벽부터 해떨어질 때까지 하루 10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도 일해 온 장씨에게 지금 남은 것은 갚아야 할 카드빚 천 여 만원뿐이란다.

원청 회사에 이 같은 사정을 말했지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듣고 돌아온 장씨였다. “젠장, 큰 회사라고 믿었더니 어디나 똑같네. 자기네는 다 지급되고 있는 줄 알았댜”고 말하는 장씨의 이마에 주름살이 하나 더 깊게 패였다.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쓰메끼리로 인해 생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고 한다

충북건설기계노조 “발주처의 관리 감독 소홀이 문제, 제발 법이라도 지켜라”

이러한 사정은 비단 장씨에게만 한정된 일이 아니었다. 충북건설기계노조 조재현 지부장은 “사장이 돈을 갖고 도망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은 원청이나 발주처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지부장에 의하면, 건설산업기본법 34조에는 수급인이 도급받은 건설공사에 대한 준공금 혹은 기성금 등을 받았을 경우에는 15일 이내에 하수급인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연히 발주처가 책임지고 지급 사실 등을 확인해야 하지만, 발주처의 경우 업체의 이야기만 듣고 지급 되었다고 알거나 사실 확인 자체를 안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설업계에 따르면 업체에서 영수증 등의 조작으로 임금 지급을 했다고 허위보고 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조 지부장은 “단 1개월이라도 임금 체불이 되고 있는 경우에는 원청이나 발주처가 직접 임금을 지급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지만,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 보니 그게 잘 안된다. 또 현장 노동자들이 체불된 임금을 원청이나 발주처에 직접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요구한다 해도 서로 잘못 없다고 발을 빼기 때문에 건설 노동자들이 제 임금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일한 대가를 2~3달 뒤에 받는 임금유보(일명 쓰메끼리)를 건설 현장에서 없애고 발주처 및 원청의 임금 직불제 확대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및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관리 감독만 철저해지더라도 건설 현장에서 생기는 체불과 산업안전 문제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습체불과 산업재해,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들은 수 년 전부터 '차라리 죽여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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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3 15:07 2008/11/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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