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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프랑스 청년들 이겼음, 아니 지켰음

 

프랑스를 ‘거대한 시위장’으로 만들었던 최초고용계약(CPE)이 10일 결국 철폐됨에 따라 프랑스 정국은 일단 안정을 되찾을 전망이다. 학생·노동계로서는 안정적 고용제도 유지에 성공했지만 실업률 23%에 달하는 청년실업 문제는 숙제로 남게 됐다.

CPE를 주도했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레임덕에 빠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치명적인 상처를 안게 됐다. 반면 학생·노동계와 물밑협상을 벌여온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니콜라 사르코지 총재는 더욱 부상하게 됐다.

◆백기 든 정부=프랑스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이유로 내세운 CPE가 거센 반발을 사는데도 한동안 강행 방침을 고수했다.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총파업으로 공공기능까지 마비되고, 지난해 10월 이민자 소요와 같은 폭력 사태가 재연되자 시라크 대통령은 뒤늦게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학생과 노동계가 CPE가 완전히 철폐될 때까지 시위와 파업을 계속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자 정부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CPE 철폐는 있을 수 없다고 버티던 빌팽 총리도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점을 사과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CPE 철폐 발표 직후 프랑스 전국학생연합(UNEF)과 노동총동맹(CGT) 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시민의 승리’라며 환영의 뜻을 표하고 오는 17일로 예고했던 총파업은 취소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대학생과 고등학생 대표들은 새 고용법이 나올 때까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11일 파리에서 시위를 하는 등 산발적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독주체제 열리나=이번 사태로 가장 상처를 입은 것은 빌팽 총리다. 지난해 6월 총리가 된 빌팽은 엘리트 이미지로 인기를 끌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CPE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지지도가 사상 최저인 25%까지 곤두박질쳤다.

시라크 대통령 역시 결정타를 맞았다. CPE를 고집하는 빌팽 총리에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 무능력하다는 질타를 받은 데다가 대통령 직권으로 CPE를 철폐하라는 여론조차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 노동법은=UMP는 일단 청년 근로자 고용 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증가, 레스토랑 등 일자리가 많은 분야의 인턴제 증가 조치 등을 담은 대안을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은 새 고용법이 만성적 실업사태에 직면한 젊은이, 특히 자격증이나 기술이 없이 졸업한 18∼25세의 구직자에게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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