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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이주노동자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본

 오산이주노동자센터 활동을 중심으로 본

                                     이주노동자선교의 과제와 전망

- 장창원 목사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운영위원장/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한국위원회 코디네이터 )



    (들어가는 말)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한국의 이주노동자 전체 약 40만명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무비자 불법체류노동자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 중 필리핀은 세계에 800만 명의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국가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볼때 자체적인 후원조직과 필리핀 정부, 노동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현재의 변화되는 상황에 긴밀한 대처를 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위하여 일하는 이주노동자후원회, 지원 단체, 대책위원회, 평등노조 이주지부, 인권선교단체들의 입장차이로 또 다른 혼란을 겪기도 한다.


이주노동정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은 교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이주노동자선교의 현장에 함께 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 사업장별 조직과 모임을 만들어서 노동생활과 정세를 공유하고 조합형태의 노동자조직으로 다른 나라 이주노동자들에게 모범적 대처를 잘하고 있다. 우리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정확한 노동자의 의식과 연대와 투쟁을 통한 노동자권리와 기본권향상과 노동권확보를 위한 이주노동자운동전선에 앞장서는 국제이주노동운동과 선교의 선봉장 역할을 감당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은 일제시대부터 고국을 떠나 중국과 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력이 독일과 중동 사우디 등에 진출하여 국가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노동자들의 기본권리 쟁취되었고 노동자들의 임금향상과 작업환경개선,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로조건의 영세사업장과 3D산업에는 이러한 변화를 수용할 수 없었으며 저임금과 근로조건의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세사업장이나 3D산업의 대체인력으로 이주노동자를 채용하게 되었으며 IMF경제위기는 산업구조의 결정적인 변화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일본이나 캐나다, 호주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한국노동자들의 현실과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온 필리핀의 노동자들의 한국이주노동현상은 미국을 중심으로한 초국적 자본중심의 세계경제 흐름속에서 바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제대국의 신자유주의 금융시대의 희생으로 이주노동을 시작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노동허가제, 산업재해 보상법, 건강보험등의 기본권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근로조건과 위험한 노동현장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 몸 말 )

90년대 초반 한국교회를 중심으로한 종교, 인권 양심적인 노동단체들이 이주노동자의 생활과 문화, 선교적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센터를 만들었다. 그 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결성하였고 최근에는 이주노동자를 지원하고 후원하는 여러 갈래의 단체들이 있다. 

이주노동선교실무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요구하는 현실의 구호와 어려운 삶의 현장 이야기와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활동을 소개한다.


- 현대판 노예제인 연수제도 즉각 철폐하라!

- 폭압적인 합동단속과 강제추방 정책을 당장 철회하라!

-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 사면 합법화하라!

- 외국인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권을 보장하라!

-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작업장 이동권을 보장하라!

- 정부는 즉각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유엔 협약'을 비준하라!


1.  부당노동행위 심각한 현장사례

2003년 11월15일 한국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추방이 시작된 이후 낮은 임금, 노동강도 강화, 퇴직금 떼먹기가 만연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못 받고 해고 되거나 이전 보다 훨씬 낮은 임금, 높은 노동 강도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야 할 노동부는 오히려 노동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2004년 8월 법이 시행된 이후부터는 비인간적인 이주노동자 체포와 구금, 추방이 합법화 된것이다.


1) 노동비자 없는 노동자들이 특별단속의 상황을 피하려는 심각한 인권실태

2004년 3월 1일부터 15일까지 처음 특별단속을 한다는 소식 이후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이 평소와 달리 거리에 많이 보이지 않아서 집안에서 숨어 지내는 것 같았다. 실제로 오산지역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데리러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거주 지역을 돌아보았다. 놀란 것은 방문을 밖에서 잠그고 안에 모여서 단속을 피하며 소리없이 생활하는 처참한 사례를 보았다.


2) 영세공장까지 단속반이 들어가서 노동자 4명을 체포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작업환경과 보수가 좋은 경기도 화성의 작은 기업체에서 상담전화가 왔다. 단속반이 공장안까지 막무가네로 들이 닥쳐 4명의 이주노동자를 불법체류자라며 잡아 갔다고 한다. 당장 일손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데 회사를 운영할 방법이 없느냐는 사장의 허탈한 상담을 받았다. 


3) 퇴직금을 50% 못 받고 추방된 필리핀 노동자의 사례

7년간 현장에서 일하고 귀국하기 위하여 퇴직금을 요구하였다. 퇴직금을 못 받은 필리핀 노동자 알렉스가 수원지방 노동부 사무소에 퇴직금 진정서(법적보장)를 제출하여 해결을 의뢰했는데 이 후 공장으로 돌아오니 당일 오후 현장으로 급파된 단속반들에게 알렉스는 구속되어 화성보호소에서 감금되었고 그 후 퇴직금의 일부(300/600만)을 받고 귀국한 사례가 있다.


2. 이주노동자들의 근본 문제를 대처하는 여러 의견과 단체들


우리는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격으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초국적 자본의 금융시장을 통한 세계시장 침탈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앞세운 노동력 수탈을 지켜보았다. 결국 현정세의 흐름은 미국이 전쟁을 불사하면서 에너지자원을 강탈하고 있다. 전쟁과 신자유주의 경제수탈정책은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세계 도처의 민중들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단체에 따라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삶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 등 한국의 이주노동 상황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법과 입장 차이를 보인다. 큰 흐름의 이주노동자 대책은 동일하지만 실천 활동의 내용에 따라서 이주노동단체들의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여 단체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중복과 선택의 폭이 혼란을 주고 현장의 흐름과는 관계없는 불필요한 논쟁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를 큰 틀에서 분류하여 보면

1) 1990년대 초기 종교적 선교와 인권적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보호를 위한 지원과 후원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단체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협의회에 속한 단체들


2) 교회를 비롯한 종교단체들이 선교적 차원에서 문화와 물량주의적 접근을 하는 복지적인 NGO 기관들이 있다.


3) 노동자의 가치관과 입장에 따른 노동조합 중심의 사고를 위한 이주노동단체들


4) 민중, 노동자 운동적인 시각의 해결 방안을 갖고 이주노동자의 주체적인 활동을 후원하는 단체들이 있다.


98년 한국의 IMF 경제위기상황 이후 실업자를 양산하는 노동정책으로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를 대량으로 만들었다.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한 근로자 파견법과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노동정책은 전 지구적 자본의 투자와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노동자를 탄압하는 초국적 자본 중심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노동자의 생산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금융투기자본의 소통과 이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지만 노동자의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이다. 노동권을 회복하여 아름답고 모두가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주노동운동은 민중운동과 인권운동으로 맥을 같이하고 있다.



3.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활동사례


경기도 남부지역(수원, 평택, 화성, 용인)에는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태국, 스리랑카, 중국, 카자흐스탄, 네팔 등의 이주노동자가 약 30.000명 있다고 한다. 경기남부지역의 교통적 요충지인 오산지역에는 실제 3-4000명의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주말의 유동 이주노동자는 훨씬 많아 시장과 거리는 이주노동자들로 거리를 가득메운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모체가 되는 오산다솜교회는 산업선교적인 정체성을 갖고 지역의 민중교회로서 노동자, 민중선교의 중심이 되어 하나님나라를 이 땅에 건설하는 사명으로 1991년에 설립되었다. 그 동안 지역의 오산환경시민모임을 주도하여 오산화성환경운동연합을 설립하는 모체가 되었으며 주민도서실 중심의 독서모임, 공부방, 어린이집 등을 운영하며 현재 지역협동조합운동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으며 지역활동가들과 함께 하는 지역선교의 토대를 마련하고있다. 


1998년부터 여성목회자가 담임목사로 부임하여 가난한 저소득층과 해체가정의 자녀돌보기에 선교의 초점을 맞추면서 노동운동, 현안시국문제 대책활동을 계속하였으며 2001년에는 협동목사인 장창원 목사를 아프리카 르완다의 협력선교사로 파송하여 국제민중교회의 연대와 평화선교사역의 틀을 갖추는 제3세계 에쿠메니칼 노동선교의 실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솜교회는 2002년 지역의 노동조합과 시민대표들의 오산지역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관심과 요구를 수렴하여 이주노동자선교센터의 설립 준비를 하였다. 2003년 예장총회 이주노동자선교후원회의 결의에 따라서 오산노동문화센터가 설립되었으며 첫 번째 실천과제인 오산이주노동자센터를 개소하여 상담과 교육, 조직, 대책, 연대, 건강, 의료, 문화사업을 감당하고 있다. 


센터의 조직은 소장 책임을 장창원목사는 영등포산업선교회부터 함께 하여온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 한국위원회와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연결을 통하여 아시아지역노동운동과 이주노동운동의 결합을 모색하였으며 그 결과 인터넷을 통한 노동자의 소통과 연대를 추진하는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지역노동자들의 연대와 소통을 감당할 아시아레이버넷을 추진 중에 있다.


이미 필리핀 민주노동조합(KMU)이 파견한 카사마코 노동자들과 네팔의 지폰(JEFONT)에서 연결한 네팔노동자들이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필리핀 이주노동운동의 실무책임자인 예장총회 존갈랑선교 동역자와 함께 카사마코노동자모임의 활동에 함께 하고 있으며 수원 화성 카사마코 이주노동자 대표인 마니씨는, 네팔의 이주노동운동 조직 활동가인 버즈러씨와 함께 오산이주노동자센터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한국교회가 풀뿌리 민중들의 노동현장과 연대하려는 예수정신과 노동네트워크인 아시아태평양노동자연대(APWSL) 활동이 만들어준 유산이다. 앞으로 필리핀, 네팔, 한국의 이주노동운동관계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동자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도 새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한 시대적인 요청을 이루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산이주노동자센터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세계질서에 대응하는 아래로부터의 또 다른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연대와 소통의 통로 역할을 감당할것이며 노동권 쟁취투쟁을 만들고 지원하는 노동운동선교적 대처를 통한 새로운 세상, 대안사회를 만들려는 희망으로 일하고 있다.

 

5. 거시적인 이주노동자선교와 역사의 실체 접근과 노동자 국제연대의 주역으로 이주노동자선교의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 우리는 역사속의 노예노동과 노동선교의 발전과정을 둘러보며 한국의 노동사와 이주노동의 실체를 거시적 선교안목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시대부터 시작된 재일 이주노동자들과 지금까지도 일본, 중국, 소련, 하와이 등에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 재외국민 차별의식을 가진 일본과 유교적인 관념 속에 형성된 한국의 유색인종 차별의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종차별국가로 낙인찍혀 있다. 조국근대화의 기수가 되어 세계로 진출한 한국이주노동자들은 연예인으로 진출한 여성노동자들이 실상을 대변하고 있다.


- 독일로 진출한 우리의 광부 간호사 등이 독일에서 겪으며 터득한 이주노동사례를 유심히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사우디, 중동에서의 한국이주건설노동자들의 노동으로 말미암아 한국경제가 발전하였다고 하는데 그 이주노동사례를 생각해야 한다. 그 노동자들이 IMF경제위기 때는 먼저 퇴출되었다. 


- 이주노동선교운동은 연대와 협력선교의 소통과 나눔으로 아름다운 하나님나라 건설과 예수정신의 구현을 위한 아름다운 투쟁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돈에 팔리는 노예가 아닌 참된 노동자의 철학과 사상을 갖는 이주노동자 정체성을 바탕으로 노동자 민중을 연결하는 선교적인 연대 주역은 이주노동자들이다. 노동자선교와 이주노동운동을 발전시키려는 선교적인 사명과 결단은 이주노동자들을 돈과 노예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소중한 오늘의 십자가이다.



   (나오는 말)

1. 고용허가제는 관리와 통제, 억압과 착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 관리함으로서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7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8월 17일부터 시행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 Employment Permit System, EPS)에 들어 있는 법률의 목적에 대한 규정이다. 이 법률의 목적은 결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주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 통제함으로서 한국 자본주의를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함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 동안 산업연수제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의 신분으로 위장하여 가장 하층의 저임금 노동으로 활용하고, 이를 참지 못하고 사업장을 이탈하는 노동자의 불법체류를 구조적으로 조장하여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자 군을 형성시켰던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백히 증명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주는 1개월간 내국인 구인노력을 한 후고용신청을 하게 되고, 산업인력관리공단은 정부가 인력송출양해각서를 맺은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몽골, 베트남 등의 국가로부터 노동자를 도입하여 해당 사업장에 배치하게 된다.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수준이나 이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과수당,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비용을 합치면 100만원 내외가 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 적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인권이 신장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주노동자들을 관리·통제하고 억압·착취하는 제도이다.


첫째,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게 된다.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즉, 사업주의 도장을 받아야 다른 사업체로의 이동이 가능하다. 사업체가 휴·폐업하거나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나은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순간 그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가 된다.


둘째,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노동법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하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게 되어 있어서 사업주가 모든 노동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계약을 거부하면 계약해지가 되고 이는 불법체류자 신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철폐되어야 할 산업연수제도가 병행 유지됨으로 인해 구조적 폐해는 계속된다. 갖은 인권침해와 비리의 온상인 산업연수제도는 저임금 노동착취, 미등록 불법체류를 구조적으로 양산한다.


넷째, 기존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면 사면 없이 강제적인 단속추방만 강행하고 있다. 노예와도 같은 삶을 강요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지 않고 인간사냥하듯이 단속추방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단속추방에도 불구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6월말 16만 6천명에서 7월말 17만 2천명으로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로서 살아온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정부와 자본의 통제아래 '3년 단위'로 이주노동자들을 가져다 쓰고 다시 내쫓는 것을 반복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2. 이주노동자 노동권 쟁취는 노동선교의 중요한 과제


이주노동자의 발생은 자본주의에서 필연적이다.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할 자유와 자유롭게 노동할 권리는 노동자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국민국가의 경계는 지배계급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형성된 것이지, 노동자 계급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다. 세계 자본주의의 불균등 발전의 결과로 저개발 국가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넘는 것은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이며, 당연한 생존권적 권리이다. 또한 초국적자본에 의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동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아시아에서의 이주노동의 확산은 이 지역 민중들의 황폐화된 삶의 조건 속에서 급격히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국내 노동자의 일자리를 침범하는 이해관계의 대립 구도로 사고하는 한, 이주노동자 문제는 영원히 풀릴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제일 뿐이며, 노동자 국제 연대의 당위성과 국내 노동자 계급의 보호라는 양자에서 남한 노동자 운동은 갈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계 경제 호황기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시기에는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호황기에 자본은 단순히 국내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는 이주노동자의 역할에 만족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을 유입하였고 국내의 노동자와 대립 구도가 크게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로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신자유주의는 노동계급을 분할하고 노동조건을 저하시킨다. 저임금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통해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 저하를 의도하여,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이해 관계의 충돌을 기획한다.


국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주권국가의 이해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충돌한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주노동자로 인해 국내 일자리가 잠식당하고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인종, 성, 계층의 분할선을 이용하여 내국인과 외국인,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갈라놓으면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노동자의 이름으로 단결해야 하는 것처럼, 이주노동자와 한국노동자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와 노동권 쟁취는 남한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운동을 노동자운동의 강력한 힘으로 성장시키고, 국제 노동자연대를 위한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에 맞서 노동자 민중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 방향으로 투쟁과 연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3. 이주노동자선교 주체를 형성하여 연대하자!


남한 자본주의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윤율의 급격한 저하에 따른 세계 자본주의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속에서 불안정 노동의 확산과 노동유연화 정책은 극히 불안한 대안인 것이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동의 분할과 위계화를 획책하여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저가 다단계 하청구조를 통해 파견노동과 사내 하청이라는 비정상적인 고용형태를 노동 대중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위계적 불안정 노동의 최하층에 이주노동자들의 오늘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자신의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비정규직을 용인하고 연대하지 못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쟁취를 위한 투쟁에 무관심한 채 외면한다면, 자신의 노동마저 불안정노동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이는 바로 전체 노동조건의 동반 하락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한 민주노조운동의 연대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단속추방 분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은 힘겹게 투쟁해 왔다. 명동성당에서는 320일 가까이 농성을 해오고 있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부정당한 채 온갖 인권 유린과 노동착취 속에서 자연스럽게 저항을 표출하였고, 자본과 정권의 탄압 속에서도 스스로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해 온 것이다.


그러한 투쟁의 결과로 정권이 내놓은 제도개선의 결과물이 바로 고용허가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의 개선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이주노동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하여 만든 법안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없이 오로지 사용자의 의사에 의해서만 자신의 노동이 허용되는 제도에서 어떻게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고용허가제 시행에 맞추어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살인적인 강제단속과 추방과 이미 20여 만명에 가까운 불법체류자 양산은 고용허가제가 이미 실패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이름만 바뀐 산업연수생 제도의 연장판이며, 현재의 이주노동자들을 내쫓고 이후에도 계속적인 단기 순환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장기 체류를 막아, 이주노동자운동이 자주적 계급적 노동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으려는 반노동자적 정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주노동의 자유롭고 합법적인 권리를 위한 노동허가제로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시민단체와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에서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관련 규정 및 부칙 2조의 경과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운동의 방향을 잡으려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하나를 얻기 위해 구조적 문제를 용인하는 것이며 이주노동자들이 운동의 주체로서의 성장하는 것을 지체시키는 단기적 대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고용허가제를 일부 개정하는 선에서 고용허가제를 인정하는 순간, 이후 고용허가제를 넘어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쟁취 투쟁으로 나아가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의 운동은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체가 이주노동자 내부에서 형성되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 법개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투쟁을 통해 운동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 속에서 배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며 그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헌신해 왔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운동의 국제 연대의 훌륭한 모범이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단계를 넘어 이주노동자들 스스로가 운동의 주체로서 확고히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은 스스로의 운동의 성격과 목표에 대하여 인식을 분명히 하고 이주노동자운동의 주체임을 선언하였다. 이주노동자운동이 성장 발전하여 노동운동의 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국노동운동은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pcknm@pck.or.kr 필리핀 이주노동자 선교포럼 현장실무자 강연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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