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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심.....

 

그 날은 민주노총 지구협에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2주일에 한 번씩 회의가 있다. 그 때가 되면 장우에게 "오늘은 지구협에서 이모, 삼촌들이랑 회의가 있어. 장우도 같이 가자."고 하면, 장우도 으레히 자신의 장난감을 가지고 따라나서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회의에 따라와서 저 혼자 이런저런 장난을 하며 노는 것이 무척 안쓰러웠는데, 지구협 동지들이 장우를 이뻐해 주고, 장우도 그네들을 잘 따르며, 혼자 컴퓨터도 하면서 잘 놀기에 점점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입장에서 내 맘에 편한 방식으로 그걸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안하는...


그 날, 장우의 반응은 의외였다.

"가기 싫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거기 가면 심심하고, 아빠랑 놀지 못하니까...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라 난 당황했다. 회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장우를 설득했다.

"미안해, 장우야. 하지만 이 일을 아빠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서 안 갈 수가 없구나. 이번에는 장우가 아빠를 도와주렴. 다음 회의부터는 장우와 먼저 이야기하고 결정하도록 노력할게..."

결국, 장우에게 샌드위치와 우유, 그리고 500원짜리 종이딱지를 보장하고 회의에 갈 수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장우도 저녁을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터라 장우에게도 밥 먹고 집에 가자고 했다.

처음에는 장우가 싫다고 했다. 아까 회의에 오기 싫다고 말한 것도 있는 터라, 그러자고 했지만, 지구협 동지들이 장우에게 밥 먹고 가라고 하니깐 장우 맘도 변했나보다. 밥 먹고 가겠단다...

 

밥 먹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우 신발을 챙겨주려고 미리 신발장 있는 곳으로 나오려는데, 뒤따라 나오던 장우가 갑자기 토를 했다. 그 전부터 감기로 기침을 하고 있었긴 했다..더군다나, 앉아서 먹는 실내였던 터라 다른 사람들이 밥 먹고 있는 바로 옆에다가 왈칵 토를 한 것이다.

멍하니 서 있는 장우에게 관심이 가기도 전에, 식사 중에 한바탕 토한 것을 벼락맞은 그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장우는 쳐다보지도 않고 휴지로 바닥의 토사물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장우가 또다시 토를 한 것이다. 그 자리에다가....난 너무 당황스럽고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장우에게 핀잔을 주고 다시 토사물을 치우기 시작했다....장우는 얼어버린 사시나무마냥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넋을 잃고 있었고...

지나가던 지구협 동지들이 장우를 챙겨주고 있었다.


순간....

내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장우가 얼마나 놀래고 당황했을까...어린 나이라지만 얼마나 당혹스럽고 부끄러웠을까...토사물도 토사물이고 그 사람들도 그 사람들이지만....혼이 나간 듯이 서 있는 장우를 먼저 안아주고 닦아주고 쓰다듬어 주었어야 하지 않았나....오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와서...빈 책상에서 혼자 여러 시간을 컴퓨터만 하다가...

회의 시간에 아빠 무릎에 와서 앉는 것도 눈치보던 아이....


인간을 위해 운동을 한답시고...아이를 내 운동의 볼모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는 나를 설득하지 못하지만, 아이는 내게서 마지못해 설득당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그 편안함에 난 장우를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군다나, 멀겋게 두 눈만 뜨고서 얼어붙어 있는 아이를 보듬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에 내 민망함만을 생각하지는 않았는가....장우는 나에게 무엇인가?

 

내 욕심, 내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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