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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개악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붕괴를 뜻한다

열린우리당이 끝내 파견법 개악안을 들고 나왔다. 노동계는 난리가 났다. 안 그래도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얼마나 더 몰아치겠다는 것인가. 일전 전쟁과 변혁의 시대에서 "지금은 엄연히 반동이 휘몰아치는 시기"라고 강변했던 필자로서는 더더욱 그러한 몰아침이 암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우리의 노동자 민중들은 몰아치는 반동의 바람에 맞서 더욱 강고하게 투쟁을 다듬고 있는 듯 하다.

 



파견법 개악은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곧잘 엄연한 시민이자 시장 안에서 행동하는 개인이 아닌 단순한 '이익집단'으로 취급되곤 하는 노동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파견법 개악은 소시민과 노동자, 서민가정과 그 가정에 귀속된 청소년들, 학교에서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 모두의 삶을 위협하며,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붕괴를 가져오는 악법임에 틀림없다.

 

이번 파견법 개악을 통해 자본가들은 업종의 제한 없이 비정규직을 양산해 낼 수 있게 되었으며, 2년 이상 근속 시 직접고용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3년 이상 근속 시 직접고용의 '의무'가 있다는 조항으로 바꿔냄으로써 비정규직 양산과 그것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안 그래도 불안할 대로 불안한 우리 사회의 고용상태는 더욱 악화되게 되었으며, 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소수 자본가들을 제외하면 사회 전반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게 되었다.

 

이후 전개될 상황은 안 봐도 뻔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받던 차별을 그대로 뒤집어쓰면서 그러한 차별이 더더욱 안정적이고 영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목도해야만 할 것이다. 그나마 그 동안의 투쟁의 결과로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온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차별과 억압의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런 노동자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의 생계는 점차 불안정과 고난 속에 흔들릴 것이며, 이에 따라 그 자녀들의 삶은 더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1천 4백만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삶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러한 노동자들의 수입을 통해 살아가는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소시민들의 삶마저 압박할 것이고,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은 가정 생계의 프롤레타리아화를 막기 위해 삶의 모든 여유를 자본의 먹이로 갖다바칠 것이다.

 

청소년들은 어떤가, 안 그래도 권위주의와 자본주의적 경쟁 아래 억압받고 있는 그들은 더더욱 큰 억압과 착취에 직면할 것이다. 이후의 삶이 노동자로 직결되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그러한 삶 속으로 빠져들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역설적으로 인문계 고등학생들의 삶마저도 피폐해져 갈 것이고 수험경쟁도 치열해질 것임에 틀림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추기만을 요구받을 것이고, 그러한 현실적 조건들 속에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자아실현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착취당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프롤레타리아화는 청년실업과 청년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할 것이고, 점차 우리의 젊은이들의 앞날은 암울해져만 갈 것이다.

 

현실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개악을 강행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파견법 개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은 또 누구인가? 강고한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이 두려운 자들, 사회 전반에 걸친 행복의 증진이 두려운 자들은 누구인가? 노동착취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가들, 그런 자본가들의 이윤에 기생하여 살아가는 기만적인 신중간계급들, 그리고 자본의 이익을 위해 사시사철 매진하는 보수 정치가들이다.

 

우리는 97년 노동법 개악이 사회 전반적인 고용조건악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 천착하여 큰 투쟁을 벌였고 비록 승리하진 못했지만 그 속에서 많은 지지와 결실을 얻어낸 바 있다. 이번 파견법 개악도 마찬가지다. 지금 저 반동배들은 이 악법을 통해 억압받고 착취당할 바로 그 이들에게 기만적인 이데올로기와 잘못된 인식을 유포하고 있으며, 그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돌파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단결한 노동자들일 수밖에 없다.

 

몰아치는 반동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그보다 더 강고하고 힘차게 몰아치는 우리의 투쟁밖에 없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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