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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30
    "촛불문화제 내가 배후다, 날 연행하라"
    Luna ごつき

"촛불문화제 내가 배후다, 날 연행하라"

"촛불문화제 내가 배후다, 날 연행하라"
[취재수첩] 시민의 울부짖음 들으며 부끄러움에 카메라 놓은...
 
김오달 기자
 
속된 말로 '기자질'이라는 걸 시작한지도 5년이 넘어갑니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고 '기사'를 통해 만난 이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요 근래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김오달 기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너무나 많음을 느낍니다.

전 그리 냉철한 사람이 못 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만나는 현장들은 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만큼의 무게로 다가오며, 스스로 제가 '기자'임을 강제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울컥'하는 것이 그동안의 저였습니다.

▲ 기자라는 직업은 다른세상을 사는 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게 아닙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담기는 이야기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김오달 기자

2004년 겨울 명동성당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제 기자인생은 지금까지 언제나 33년을 장애인으로 살아온 저와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과 함께 하려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이번 글에서는 현 상황에 현장에서 같이 기자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감히 지면을 차지하려 합니다.
 
오마이뉴스의 한 기자분께서 쇠고기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정말이지 기자로써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의 참담함이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지금부터 연행을 시작할테니 기자분들은 안전한 곳으로 나가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경찰서장의 '안내방송(?)'은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 허탈하게 다가옵니다.

▲ 오마이뉴스 기자의 말대로 저들은 기자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단지 기자의 눈과 귀가 자신들을 향하는 비수로 되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할 뿐입니다.     © 김오달 기자
 
대부분의 현장에서 시민(그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든, 중증장애인이든 간에)들은 중무장한 경찰력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아니 맨몸으로 버틸 수 밖에 없는 약자들입니다.
 
때로는 자신들의 상황을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항변으로, 때로는 자신들이 당해 온 부당한 처사에 대한 분노로, 때로는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처절한 상황으로 내몰린 자신들을 봐달라며 거리로 나선 이들에게 공권력은 한결같이 '강제진압'이라는 카드를 들이밉니다.
 
28일일 늦게 찾은 청계광장은 여전히 촛불의 물결로 넘치고 있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함께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과 자괴감, 그리고 이런 상황에까지 몰린 대한민국의 정치적 저열함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다 들었습니다.
 
▲     © 김오달 기자

그렇게 하릴 없는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기자의 본능'이란건 이런 상황에 너무 잔인할 정도로 기민하게 발휘됩니다. 어떤 판단보다 먼저 발이 움직이게 되니까요.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전경들이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시민들의 발길을 묶어버렸더군요. 그것도 차도도 인도도 아닌 어느 빌딩 앞마당을 점거하고서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자신의 폭력에는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자신들이 저지르는 불법에 대해서는 그것이 불법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이 나라의 공권력입니다. '자신이 곧 법'이라 믿는 그 오만함 앞에서는 어떠한 논리나 설득조차 당해낼 수 없습니다.
 
▲ 저들은 자신이 곧 이나라의 법이며, 자신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모든 이들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 굳게 믿습니다.     © 김오달 기자

3살도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아이를 등에 업은 아이 엄마가 집에 가기 위해 길을 터줄 것을 요구합니다. 그 자리에 있던 시민들은 "우리들은 괜찮으니 아이엄마라도 나가게 해달라"며 간곡히 경찰들에게 호소합니다.
 
그러면서 길이 열리면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한걸음 두걸음 아이엄마를 중심으로 뒤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아이엄마 한명이 나가서 차도를 점거할거냐?"며, "가만히 있을테니 아이엄마만이라도 지나가게 길을 열어달라"고 말입니다.
 
순간 전경들도 고민하는 눈빛이 역력히 보입니다. 그들을 지휘하던 지휘관도 "이걸 어찌해야하나?"하는 눈치입니다. 사실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시민들 말대로 '포대기로 아기를 등에 업은 젊은 엄마' 한명이 이명박 정권을 전복시킬 정도로 위험한 인물일리 만무하니까요.
 
▲ 순식간에 카메라 플래쉬에 둘러싸인 아이엄마의 눈물은 그 자리에 모인 기자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낸 훌륭한 연출장면입니다.     © 김오달 기자

그렇게 시민들과 전경들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벌어진 그 순간, 순식간에 십수명의 기자들이 카메라 플래쉬를 터뜨리며 아이엄마를 둘러쌉니다. 일순 그 아이엄마는 어느 기자회견장에 스캔들과 관련된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연예인인냥 수 많은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를 당하며, 끝내 눈물을 보입니다.
 
29일자 인터넷 포털에 일제히 실린 모 일간지의 '울먹이는 아이엄마'의 사진은 그렇게 잘 짜여진 기자들의 공동연출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입니다.
 
물론 기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저를 제외한 어느 기자도 그 아이엄마의 귀가길을 열어주려고 노력한 기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카메라는, 특히 기자의 카메라는 어떤 누구의 그것보다 폭력적이며, 그 자체로 권력입니다.     © 김오달 기자

오히려 전경들 주위를 둘러싸고 아이엄마를 고립시킨 후 플래쉬를 난사할 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당황하고, 경찰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한 아이엄마는 너무나 당연하게 눈물을 흘리며 울먹인 겁니다.
 
흔히들 기자가 카메라를 놓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카메라를 놓아야할 때는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퓰리쳐상'에 대한 논쟁을 끄집어내려는 게 아닙니다.
 
닭장차(전경버스)를 밀고 들어오며 거리에 연좌한 시민들을 폭력연행하려는 공권력에 대해 "기자분들이 막아달라"며 하소연하던 시민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부끄러움에 거리로 나서 함께 연좌한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요즘 촛불문화제를 비롯한 현 상황에 어떤 배후가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게도 배후가 필요하시면 저를 잡아가시기 바랍니다.
 
제가 배후입니다. 이 모든 상황을 사주하고 주도한 장본인이 바로 접니다. 경찰이나 검찰 출두를 요청하시면 바로 나가드리겠습니다.
 
저 지금 자수하고 있는겁니다. 공무수행 제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26일과 27일 양일간 열린 촛불문화제의 현장스케치.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 내가 배후다.     © 김오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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