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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10
    "그 흔한 '기자', 나 하나만큼은..." (1)
    Luna ごつき

"그 흔한 '기자', 나 하나만큼은..."

"그 흔한 '기자', 나 하나만큼은..."
기자칼럼 "객관의 허구 속 현장기자를 불청객으로 만드는..."
 
김오달 기자
 
이랜드 사태가 본격적으로 언론보도가 되고, 한동안 중단했던 기자활동을 재개하면서 나름대로 스스로 정리한 바가 있었다. 처음 '기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 없이 고민해왔던 내 안의 질문, 바로 '나는 왜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했는가?'가 그것이다.
 
우연히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게 되고, 한국사회에서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있고,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방인에 대한 멸시와 편견의 시선들이 얼마나 그들을 힘들게 하는가를 알게 되면서 갖게 된 '의문'이다. 왜 그 많은 언론들은 현실을 보도하지 않고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추방시켜야 한다고 외쳐대는가였다. 그러한 의문에서부터 나의 기자활동은 시작되었다.
 
이랜드 투쟁을 되돌아보자. 언론은 지금 이랜드 문제에 대해 어떠한 방식의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가?
 
내가 보고 들은 바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보여왔던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관행 그대로 '현장'은 없고 '데스크'만 있는... 기자들은 말 그대로 기자명함만 내미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많은 현장기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취재권'이 침해 당하는 것을 항의하고 몸싸움도 불사했지만, 공권력에 대한 어떠한 문제제기 기사도 내보내지 않는다.     ⓒ김오달

심하게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랜드 문제와 관련해 메이저 언론들이 보여준 보도태도는 그들이 말하는 '객관'의 허구성에 스스로를 가둔 채 발로 뛰고, 현장과 같이 매순간을 거칠게 호흡하는 현장기자들을 '불청객'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
 
애초에 '객관'이라는게 존재하는가? 이 원초적 물음에서부터 언론의 역할, 아니 기자의 역할은 재논의 되어야 한다.
 
정론직필을 생명처럼 수호해야 할 언론은 어떠한 사건에 대한 보도에 있어 '중립'을 지켜야한다고 매일 떠들어대고 있다.
 
대체 그게 가능한가? 아니 진보, 보수를 모두 헤아려 그런 언론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존재하기는 하는가?
 
최근 들어 내가 올린 동영상 기사에 감정이 복받쳐서 나 자신이 상대에게 욕설을 해대는 것이 여과 없이 나온적이 있었다.
 
물론 그들도 취재원이고 기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고 객관적인 취재를 행했어야 하는 것이 백번 옳은 것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러한 것에도 내 나름의 한계와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난 말하고 싶다.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할만한 '상식' 안에서 행동했을 때만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나 스스로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상식'이 무시되는 사회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그러면 안돼", "기자가 그래서 되나?" 나에게 그런 이야기들은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잘못된 바에 대해 그르다고 이야기하지 못하고, 불편부당한 것에 대해 반론하지 않으며, 불의를 보고도 분노치 않아야 하는 것이 기자라면...
 
난 애시당초 이 길에 발을 들여놓지도, 아무런 생계대책에 대한 고민 없이 4년을 이 짓으로 버티지도 않았을 것이다.

▲기자가 목에 피켓을 걸고 일인시위를 하는게 이상한 것인가? 기자마져도 목에 피켓을 걸고 일인시위를 하게 만드는 이 사회가 이상한 것인가? ⓒ김오달

언젠가 취재현장에서 장애인단체의 요구사항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취재를 하던 나에게 어느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기자가 이래도 되요?"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기자는 시위하지말라는 법이 있나요?"였다.
 
나의 기자로서 취재활동은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는 내 사회운동의 연장선상이며, 그동안 그래왔듯 내가 기자활동을 계속하는 한 그러한 원칙은 지켜질 것이다.
 
다만 '기자'라는 이름이 내 그러한 활동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난 그 이름을 언제라도 벗어던질 용의가 있다.
 
하지만 어떠랴.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게 기자이거늘... 나같은 놈 하나 더 있다고 그게 그리 난리날 일도 아니지 않은가?

(좀더 정리된 글을 올리고 싶었습니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두서 없는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 이랜드 사태 등 현안문제에 대한 기존언론들의 보도태도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후속기사로 다룰 예정이니 관심있게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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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의 여러 이슈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취재해나가는 미디어활동가 김오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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