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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을 바꾸는?
노회찬씨가 내건 야심찬 선거 구호가 '대한민국을 바꾸는 서울시장'이었다. 그것만 봐서는 이 자가 특별히 '진보' 정당의 후보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될성 부르다. 지금은 어디서 뭐하시는지 모르지만 한때 잘나가던 민노당 선수권영길옹이 무슨 '코리아'를 내세운 것보다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서울시장 후보가 아니라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앞으로 또 대통령 후보에 도전할 것이니 '인물 하나 키워 주십쇼' 하고 표를 날려달라는 의미였을까? 그의 깊은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굳이 교보문고씩이나 가서 잘 팔린다는 공약집을 사서 볼 정도로 부지런을 떨 심사가 없으므로 더 할말도 없지만, 어쨌든 이 말발 좋고 개인기 넘치는 인사의 '정치적 미래'를 기대하고 표를 줬을만큼 '영악한' 유권자가 얼마나 있었겠는가? 노회찬 팬클럽 회원들은 제쳐두고.
또, 노동당에서 나올때 당명과는 달리 '코리아 민족'이 언제나 제일 순위 당 전략이 되고 마는 퇴행적 행태를 못 봐주겠다고 그렇게 혹독하게 깠던 것 아닌가? 코리아나 대한민국이나...도대체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말이었소? 방송 토론에도 못 나가는 가난한 당 후보가 한 삼년 육개월이나 둘레둘레 앉아 점심 미팅을 해왔다면 모를까 선거 몇달만에 본인의 '크고 좋은 뜻'이 척하면 척 전달되리라고 판단하시었나?
대한민국을 바꾸던, 뒤엎던 그것은 진보신당 서울시장 노회찬이 하겠다고 내세워야 했을 말은 아니다. 더구나 아무 지향도 없이 일단 바꿔보잔 말은 엠비가 싫으니 못 살겠다 일단 갈아보자던 유시민이나 한명숙이 그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진보라고 턱도 없이 둘러대는 것과 뭐가 다르냐.
2. 노동자 중심?
그런 면에서 차라리 '사람중심 특별시' 운운했던 민주당 전략이 보기에는 더 그럴듯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 중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연이었을지는 몰라도 그들은 한명숙의 정치적 미래를 투표해달라고 내걸지는 않았다. 그만큼 한명숙이 정치적 수완과 노련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전략이었을 것이나, 반대로 노회찬은 과도하게 개인적인 정치적 수완을 믿고 전략을 짠 것은 아니었나? 선거를 개인기대 개인기의 각축장으로 전락시키는 보수 정당의 전략을 따를 것이 아니라, 진보적 정책과 이데올로기 중심의 프레임을 구성하고 뭔가 새로운 언어로 토론하는 것이 제도권 선거에 뛰어든 '진보' 신생 정당의 선거전략이 되어야 하지 않았나? 자칭 진보정당은 이제 표 안되는 '노동'을 앞세워 이야기하지 않기로 결의하였나? 한명숙의 막연한 '사람 중심'을 넘어서, '노동자 중심' 도시 건설 같은 것이 구호가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3. 당?
당원이 아니니 진보신당이 돌아가는 내막이야 알 턱이 없다. 어쨌거나 외부에서 보면 지금 진보신당은 노회찬과 심상정의 당이다. 의원 조승수도 보이지 않는다. 선거를 당해서 애써 찾아봐도 진보신당 중앙당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대변인 발언 몇 줄 이외에. 노, 심 후보 말고도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도 많았을텐데 이 당은 얼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열심히 하는데 언론이 안도와줘서 그랬을까? 언제는 언론이 도와줬나? 보수 언론들이 언제는 의석 한개 짜리 초라한 진보정당에 호의적이었나? 알고보면 참 괜찮은 후보들이고 정말 피눈물나게 열심히들 준비했으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난하지 말라? 보수 후보라고 알고보면 인간적으로 나쁜 놈들만 많을까? 어디 들여다보면 열심히 안하고 그냥 놀자놀자 선거 끝냈다는 자들이 있을까?
4.일상
민주당은 평소에는 한나라당과 주거니 받거니 같이 놀다가 선거 때만 되면 모호하고 이상야릇한 구호를 들고 나오거나 반 누구누구같은 안티전략을 내세워 생명력을 이어간다. 일상의 정치 환경이나 인민들의 삶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한국의 보수(라는 말도 아깝다)정당들에게는 어느 당이 선거용 이벤트를 얼마나 잘 기획하는지에 따라 스펙타클한 장면을 연출하느냐가 선거 전략의 전부겠다만, 어디 진보 신생 소수 정당이야 언감생심 꿈이나 꿔(서야 될) 볼 일인가? 다행히 어디선가 열심히 도와주는 언론이 있다거나, '살림살이 좀 펴지셨습니까?' 정도의 애드립이라도 날릴 재주꾼이라도 있어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 모를까. 구세주 언론도 없고, 넉넉하게 인심쓰고 '진보'의 자리 보장해줄 보수 세력도 없으며, 뉴스쇼 토론쇼에 초청될 정도 말빨 뛰어난 재주꾼이라야 기껏 한두명에 불과하다. 그러니, 진보신당에게 심상정이나 노회찬도 이제는 '당원'으로 되돌리고 그들이 '지도'하지 않는 데서도 중앙의 한나라와 지방의 민주당 모두에게 싸움을 걸고 끌고갈 냉정한 전략을 짜라고 요구하는 것이 의미없는 일일까? 선거때만 나오는 재미난 이벤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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