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43건

  1. 2006/03/31 간파당했다.
  2. 2006/03/29 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3)
  3. 2006/03/06 늑대는 염소를 좋아해~
  4. 2006/03/02 애완할 수 없는 것들 (1)
  5. 2006/02/22 일기 (1)
  6. 2005/12/20 싼타! 그 고민거리에 대해.. (1)
  7. 2005/11/24 6세용 포르노?? (3)
  8. 2005/10/25 프로필이미지-날 갈등시킨 쭌이의 오백원 (2)
  9. 2005/10/11 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3)
  10. 2005/10/02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

Newer Entries Older Entries

간파당했다.

View Comments

뭘?

내.. 속을..

 

오늘도 저녁식사중 유치원생활에 대해 여러가지를 묻고 답하는 시간..

오늘은 목요일 유치원에서 면허증까지 발급받은 자동차운전놀이를 하는 날이었다.

 

나:오늘 자동차 탔어?

쭌:아니. 두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못탔어

 

나:왜?

쭌:한번은 놀다가 늦었구. 한번은 점심을 늦게 먹어서 늦었어.

 

나:................(핑핑..머리를 굴리다 시침을 뚝 떼고)

나:오늘 반찬 뭐 나왔어?

 

쭌:왜 점심 늦게 먹었냐구?

나:......으.......응.

 

왜? 왜? 점심 늦게 먹었어?

어떤 반찬이 너의 편식을 피해가지 못했니?

음식가리면 안되는데..기타등등

맘 속에 잔소리를 한껏 누르고 짐짓 우아하게 물었는데..

 

간파당했다. 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3/31 03:24 2006/03/31 03:24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손가락에 붙은 일회용밴드

View Comments

 

일곱 살 먹은 남자 아이가 열손가락에 일회용밴드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무얼 상상하게 될까?

그 아이가 손가락 빠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간단히 손가락 빠는 걸 막기 위해 벌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다. 그리고 아이의 손가락 빠는 욕구의 이면을 보지 못하고 행위만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는 어느 날 쭌이가 열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보는 어떤 장면이 그 장면이 속해있던 맥락과 떨어져 단지 한 장면으로만 보여 지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 대해 성의 있는 파악이나 깊은 이해 없이 쉽게 판단하고 결론지으려고 했던 나의 경향에 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쭌이가 일곱 살이 되면서 아랫이가 빠졌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1월 중 어느 때다.  아랫 이 두 개가 빠지면서 빠진 자리로 혀가 드나들기 시작했고, 언제부터는 손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엄지에서 검지로 어느 날은 열손가락이 차례로 드나들더니 급기야 무언가에 집중하는 순간에 손가락은 늘 입속에 들어있게 되었다.


이는 이미 새로 나왔지만 손을 빠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가 쭌이의 손가락 빠는 행위를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늘

“쭌아 손가락 빨지 마. 이가 삐뚤어진다.”

“손가락 빨면 손에 있는 세균이 입으로 다 들어간다.”

그러나 너무 귀찮아지면

“손!”

하고 외마디를 외치는 것으로 손가락 빠는 행동에 대해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변화도 없이 시간은 흘러 급기야 석 달이 다가오고 있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며 만족스럽게 손가락을 빨고 있는 쭌이를 보고 나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난 손가락 빠는 애기는 싫어. 일곱 살 아들로 돌아와 줘~”

그 순간 쭌이 휙~하니 건너 방으로 가버린다.

분위기 심상찮음을 느낀 내가 뒤따라 가보니 쭌은 이미 눈가가 벌게져서 울고 있다.

“야. 엄마가 뭐라고 했다고 울고 그러냐?”

그때 쭌이 너무 억울하다는 듯이

“나도 모르게 손이 들어가는 데 어떡하라구” 외치면서 훌쩍인다.


저런,

너무 미안했다.

저보다 서른 몇 해나 더 산 나도 금연부터 시작해서 기타 등등 나의 의지로 성취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고 사는 마당에 이제 겨우 여섯 해를 산 아들에게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의지로 손가락 빨기를 멈추라고 하다니.

쭌이에게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쭌이도 손가락 빨기를 그만두고 싶은 지 물었다.

물론, 이제까지 손가락 빨기의 어마어마한 폐해에 대해 석 달을 들어온 범생이 우리 아들은 자기도 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마다 엄마나 할머니가 말해줄 수 없으니 손가락에 일회용 대일밴드를 붙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쭌이는 그러자고 했고,

그래서 쭌이의 열손가락에는 일회용 밴드가 붙게 되었다.


“엄마, 손가락이 입으로 들어갈 때 일회용밴드가 있으면 손가락 빨지 않기로 했지 하는 생각이 나서 안 빨게 되” 라고 쭌이가 말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열심히 놀고 있는 쭌이의 손가락에서 일회용 밴드는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손가락은 어쩌다 다시 입속으로 들어간다.

또 다음날 쭌이의 손가락에 일회용 밴드를 붙이게 되겠지.

하지만 그 밴드는 쭌이에게 손가락 빨기에 대한 벌이 아니고 엄마가 생각해낸 도움이다.


무심한 엄마에게 우리 아들이 외쳐서 얻어낸 .. 도움.

 

매번 날 반성하게 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우리 아들이에게 엄청 고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3/29 01:35 2006/03/29 01:35

3 Comments (+add yours?)

트랙백1 Tracbacks (+view to the desc.)

늑대는 염소를 좋아해~

View Comments


 

예전에 룰루라는 그림책을 봤었는데..

늑대와 토끼의 우정에 관한.. 그 책을 보면서 이걸 여남관계에 대입시켜 가면서 헷갈려 했던 기억이 있다.

 

헐리우드 영화 마다카스카를 보면서 사자가 말과의 우정을 지키기 위해 생선회를 먹는 마지막 장면에 허허 웃었던 기억도 있다.

 

폭풍우 치는 밤에의 카피는 "오늘따라 친구가 맛있게 보인다" 뭐 이런거였다.

대충 비숫한 스토리를 상상하며 쭌이랑 남산까지 가서 그 영화를 봤다.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폭풍우 치는 밤에"였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둘다 감기에 걸려서 아무 냄세도 맡을 수 없고,

메이는 폭풍우가 두려워 꼼짝 못하고 있었고, 늑대 가부는 발을 다쳐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둘은 아무 편견도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누군가가 절실히 필요했던 그 밤

두려움을 달래며 둘은 긴 대화를 했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공통점을 찾고,

그래서 친구가 되었다.

 

여러 곡절을 겪은 후에

염소 메이는 묻는다. 

폭풍우치는 밤에 내가 염소라는 걸 알았으면 잡아먹었겠지?

늑대 가브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늑대가 초식동물이 되지 않는 한 둘이 어떻게 평화롭게 지낼 수 있어?

메이만 안 잡아 먹으면 되는거야? 둘 만의 평화라는 거지? 뭔가 정의롭지 않잖아?? 기.타.등.등.

결론에 빨리 도달하고 싶어하는 엄마와 달리

우리 쭌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봤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는

우리가 이미 내려진 수많은 결론과 편견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소중한 기회를 잃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었나 보다.

 

이미 내려진 결론 말고,

일단 시작하면서 나만의 열려진 결론을 만들어보라는 뭐 그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3/06 02:46 2006/03/06 02:46

댓글0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애완할 수 없는 것들

View Comments

쭌이의 평생을 같이 산 바둑이가 15년 수명을 다하고 죽은 후 쭌이는 늘 무언가를 기르고 싶어한다.

그러나 15년 동고동락하면서 생명가진 것을 기른것에 대한 책임을 호되게 치룬 어른들은 결코 다시는 강아지는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쭌이가 찾아낸 보완책은 소리내지 않고 귀찮게 하지 않는 것들이다.

첫번째 우리집에 입양된 것은 씨몽키라는 바다새우다.

모종의 처리를 거친 수정란상태로 봉투에 들어있는데 물속에 넣으면 부화한다.

그리고 다 자라면 1.5센티 정도가 된다는데 그걸 젤 먼저 손에 넣었다.

매일 공기주입해주고 사흘마다 먹이주고 때때로 비타민이란것도 넣어주어야 하는 아주 귀찮은 놈이다.

우리집 식탁위에 둥지를 틀었다.

 

것도 모자라는지 어제는 장수풍텡이 애벌레를 사들였다.

장수풍뎅이가 알상태에서 성충이 되는 건 1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대충 고치되기 직전의 것들을 판다.

어찌되었건 얘는 부식토만 넣어주고 물만 적셔 놓으면 지가 알아서 고치가 되고 성충이 된단다.

성충이 된 후에 먹이도 주고 하는데 성충이 된 후 삼개월 정도 생존한단다.

이건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고 해서 우리집 화장실에 자리를 잡았다.

 

간혹 집안을 기어다니는 개미도 잡아서는 관찰통에 넣어둔다.

 

이러다간 집이 조만간 동물의 왕국이 될 것같다.

 

물론 이 모든 즘생들은 시간이 좀 지나 쭌이의 흥미가 떨어지면 어른들의 수발을 받게 될거다.

이 예견된 결과를 두고도 나는 막지 못했다.

 

너 조금 기르다가 밥도 안주고 그럴거잖아. 그럼 어른들이 해야하잖아 . 난 귀찮아서 싫어.

라고 말하면 쭌이는 단호하게 지가 다 할꺼라고 한다.

그럼 난 뭐라고 해야하나.

지나번에도 어쩌구 저쩌구..전과를 들먹이며 왕무시를 할 수도 없고...

 

난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매우 싫다.

그건 눈으로 말하는 개나 꿈틀거리기만 하는 애벌레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그것들이 내 손에서 제대로 돌봄을 못받고 죽는 꼴을 봐야 하거나.

다행스럽게 지 수명을 다한다고 해도 나보다는 빨리 죽을것임으로 그 마지막을 봐야한다.

그과정을 굳이 곁에 두고 보겠다는 사람들은 용기가 있는건지 무심한건지..

 

또 얼마나 이상한 것들이 우리집에 오려는지 두렵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3/02 03:02 2006/03/02 03:02

댓글1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일기

View Comments

오늘 쭌이 어린이집 졸업식이었습니다.

눈물의 졸업식..


담임선생님 울고.
사회보는 선생님도 울고.
또 그거 보는 쭌이반 여자친구들도 울고.
엄마들도 울고..

분위기 봐가며 다른 남자친구들도 울고 있는데.

우리 쭌이는 손으로 베트맨을 만들며 놀고 있습니다. - -;

졸업식 끝나고 나오는 길에 쭌이에게 물었습니다.

나:쭌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왜 운거 같어??
쭌:응. 졸업이니까..기뻐서..

꽈당입니다...

 

나:이제 졸업하면 선생님도 친구들도 매일 볼 수 없는데 안서운해?

쭌:유치원가면 새로 친구들 또 만나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헤어짐과 만남의 깊은 의미에 대해 이미 알아차린것일까요?

 

나 역시 요즘 다가올 이별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그 해 바로 몸담은 조직이 이제 해산을 하거든요.

빈민 여성운동으로 시작하여..

빈민 아동에 대한 관심으로..

또다시 이땅의 아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

계속 고민을 확장해 온 20년간의 활동을 접고,

그간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왔음을 자축하고,

또 앞으로 그 길을 갈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며,이제는 ...

홀씨를 다 날려 낸 민들레처럼 그렇게 조용히 사라지자고 결정했습니다.


흑. 그런데 전 쭌이처럼 쿨~해 지지가 않는군요.

 

쌓여있는 뒷설거지 한숨 쉬면서 처다보지만

이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그 허전한 시간을 어떻게 할까??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쭌이 말대로 이별은 또다른 만남을 예고하는 것이고.

내가 비워놓은 만큼 또 다른 무언가가 들어 올 자리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새로운 변화가 올테니 그걸 기다려 보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2/22 02:10 2006/02/22 02:10

댓글1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싼타! 그 고민거리에 대해..

View Comments

쭌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매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싼타잔치를 한다.

엄마들로 부터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한개씩 가져오게 해서 싼타복장을 한 아저씨가 와서 선물을 나눠주게 한다.

덕분에 나는 밤선물과 낮선물 두개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 훌륭한 기회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방문한 산타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선물을 주면서 내년에 어떠어떠한 점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엔 선물을 안가져다 줄 것임을 넌즈시 알려준다.

 

쭌이 네살때 까지만해도 산타의 등장 자체가 호기심과 두려움이었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모습이다.

 

다섯살 즈음엔 산타의 등장 상황 자체를 즐기고,

산타에게 뭔가를 가져다 주길 기도하기도 하지만,

수염이 이상하다는 둥 약간의 의문을 표하면서도 존재 자체를 의심하진 않았다.

 

올해 여섯살된 쭌은 싼타잔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

물론 선물을 받을 것에 대한 기대는 한다.

어느날 저녁, 원하는 선물을 알아내기 위해 질문했다.

 

나: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뭘 선물해주면 좋을거 같애?"

 

쭌:"음..탑블레이드...근데 어린이집에 오는 산타할아버지는 가짜다."

 

나:"--;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쭌:"내가 수염을 당겨봤는데 가짜였어.."(기억력 짱 좋은 우리 아들)

 

이모:(이모의 수습) "산타할아버지는 바쁘잖아. 그리고 밤에 오시잖아. 근데 어린이집에는 낮에 오시잖아.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못오시고 심부름을 시키는거야..횡설수설"

 

쭌:"응"

 

어른들: ............휴~

 

그런데 오늘 낮에 다시금 이모와 산타에 관한 토론을 했는데

쭌은 여전히 어린이집에 오는 싼타가 가짜라고 생각하는데(산타가 없다는건 아니고)

이유인 즉

어린이집 친구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기가 생각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모의 수습은... "마음속으로 믿는 사람한테만 산타가 오는거야..."였다는데

 

의문.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산타를 믿기를 바라는 걸까? 자신들은 믿지도 않으면서,

온갖 텔레비젼에서는 산타 훈련받는 모습까지도 방송하고,

(물론 성인시대간에 ..그러나 아이들도 본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 몰래' 선물을 가져오라는 주의사항에 친절하게 밑줄친 안내문을

아이들 가방에 넣어 집으로 보낸다

(--; 7세반아이들의 반은 글을 줄줄 읽는다.),

눈가리고 야옹거리면서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도록 지켜주는 것이 어른된 도리라고 생각할까?

왜 아이들이 산타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아동기의 종료라고 생각하는걸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산타는 없어! '라고 말하면

동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삭막한 엄마인것 같은 느낌을 마구 받으면서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이 전전긍긍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만들었었다.

 

오늘 매우 씩씩한 어린이집선생님하고 산타잔치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선생님이 일하는 어린이집에는 몇해 전부터 '산타'대신 '백두할머니'가 오곤했는데

올해는 백두할머니가 오셔서 선물을 주는 대신 선물을 받아갈 예정이란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아예 오시지 않을 예정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했냐고 물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의 대충의 요지는..........

 

크리스마스는 원래 예수님이라는 분의 생일이었는데...그사람이 우짜구 저짜구...

그래서 사람들이 예수님이 태어난 날을 기념해서 선물을 주고 받았는데

선물을 못받는 사람들에게 산타가 몰래 선물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고 ...우자꾸 저짜구..

그래서 그 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선물을 주는 날이다.

백두할머니는 그래서 너희처럼 생일이나 어린이날이나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 말고,

꼭 선물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려고 한다더라...

그래서 우리도 선물을 받는대신 선물을 하였으면 한다...

 

고 했다고..

그래서 언니들은 동생들에게 사탕목걸이를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가져온 선물은 또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 하려고 한다고..

 

머찐 선생님!

기업의 크리스마스의 상술에 놀아나지도 않고,

나눔의 정신도 아이들과 나누고.

그 골치거리 산타도 해결했다.

 

이렇게 산타를 알게 된 아이들은 어쩌면 아주 어른이 되어서도 산타를 믿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백화점에서 만나는 산타는 가짜지만,

'내가 만날 수 없더라도 정말 산타는 있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아질 수도 있을거다.

그런 어른이 많아지면 그래도 세상이 좀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산타 할아부지 내년부터는 우리집에도 오지 마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2/20 01:42 2005/12/20 01:42

댓글1 Comments (+add yours?)

트랙백1 Tracbacks (+view to the desc.)

6세용 포르노??

View Comments

오늘 밤도 쭌의 수다가 늘어지는 가운데

무심히 듣고 있던 나의 귀를 확 잡아당기는 대목이 있었다.

 

쭌: 영준이가 여자가 가슴보이는 책 보여주면 우리가 "뜻"이렇게 한다요.

(참고: 게그콘서트의 한 코너 외인구단에서 게그맨들이 나와서 이상한 소리 할때마다 "뜻"뭐 이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장면이 있다.)

 

@#$%^& 빨간책? 어디서? 어린이집에서??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었다.

 

나:가슴보이는 여자 나오는 책이 뭔데?

 

쭌:그러니까 선녀와 나뭇꾼에서요 선녀가 결혼하기 전에 나오잖아요.. 그리구 또 어디더라..

(참고:선녀의 목욕장면으로 추정됨)

 

허거걱... 선녀와 나뭇꾼도 포르노로 보면 포르노가 된다.

얼마전에 부인과 자신의 알몸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린 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 미술교사가 있었다.

그 사진을 유죄로 판결한 재판부는 그 사진을 포르노로 본거다.

그분들이 이글을 발견하시면 선녀와 나뭇꾼도 포르노가 될판이다.

 

나뭇꾼과 선녀 그림동화는 전혀 음란하지 않을거다.

그러나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부정적인 우리 사회의 문화는

겨우 6세된 아이들도 여성의 몸을, 성을 무언가 부끄러워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선녀와 나뭇꾼이야기는 매우 부도덕한 이야기다.

옷을 훔쳐서 오갈데 없는 여자의 삶을 보호를 핑게로 감옥같은 생활에 가두는....

더구나 그 여성을 유괴하는 찬스는 착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신의 삶을 유린한 그 나뭇꾼을 선녀는 용서하고 하늘로 불러 올린다.

 

이 그림동화를 보면서 남자아이들은 여성을 삶의 동지가 아닌 소유물로 인식하게 될것이고,

여자아이들은 그 이야기에서 체념과 강요된 착한여자의 모습을 배울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일글어진 남여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은

고3쯤 되면 교실에 '한시간 더 공부하면 내 마누라 얼굴이 달라진다' 같은 급훈이 달리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에게

또는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지녀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서.로.존.중.하.는.것. 이란 걸 알면서 자라도록 하고 싶은데

너무 많은 테클이 들어온다.

 

낼은 쭌이랑 진지하게 선녀와 나뭇꾼에 대해 토론해 보아야 겠다.

딸가진 친구들이 그런다...."세상 너무 험하다. 아들 가진 사람들이 아들을 잘 키워야 해..."

정말 그렇다. 불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1/24 00:33 2005/11/24 00:33

3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프로필이미지-날 갈등시킨 쭌이의 오백원

View Comments

 

병원에 다녀오다가 쭌이가 길에서 오백원을 주웠다.-눈도 좋아.

그런데 쭌이가 "엄마 오백원 주웠어"하는 그 순간. 한 오초쯤 경과하는 그 시간 동안

내 머리속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음..그러니까 길에서 돈을 주우면 어떻게 해야하는거라고 배웠지?

주워서 경찰서에 가져다 준다?->경찰이 화내지.

놓였던 자리에 그대로 두고 주인이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근데 이런 경우에 난 어떻게 하지?

 

물론 난,

이게 왠 횡제냐? 하고 가져가지.

물론 신분증이 든 지갑이거나, 엄청난 것일 경우엔 찾아주도록 노력하지->그러고 보니 그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네..

 

앗뜨.. 그럼 이 순간 난 6세 우리 아들에게 무어라고 해야하지?

 

오초 경과 후.

그런니까 쭌아. 길에서 뭔가를 주우면 주인을 찾아주어야 하는데, 이 오백원은 이름이 없으니 찾아줄 수도 없고.

주인이 찾으러 온다는 보장도 없고, 게다가 그리 큰 돈도 아니니 열심히 찾을 것 같지도 않고..횡설수설..

 

결국 쭌이는 오백원 주운 기념으로 기념촬영을 요구했다.

 

흐흐.. 부모 노릇하고 살기 힘들다.

 

웬만하면 타의 모범까지는 아니지만

아들에게는 세상을 사는 모범을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데.

그 모범이란것을 규정하기가  이렇게 어렵군.

 

결국,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터득한 삶의 지혜까지 아들넘에게 알려주었다.

 

야! 원래 꽁돈은 쓰는거래. 과자나 사서 풀어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25 00:15 2005/10/25 00:15

2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View Comments

흑. 이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충격의 강도는 서서희 왔다.

 

어제 늘어져서 프라하의 연인을 보고 있는데 쭌이가 졸리다고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한다.

나:"쭌 엄마 텔레비젼 봐야되.."
쭌:"나중에 컴퓨터로 보면되잖아"
나:"안돼 그럼 천원 내고 봐야되..지금 볼래"
쭌:"엄마는 나보다 텔레비젼이 더 중요해?"
나:"허걱..뭐라고 했냐????"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고,
    "물론 쭌이가 세상에서 젤로 중요해 하지만 지금은 텔레비젼 보고싶어"


그러나 잠시후 나는 그림책을 읽고 있었고 쭌이는 두페이지가 넘어가기 전에 잠이 들었다.

첫번째 강도는 뭐랄까? '헐헐 우리 아들이 좀 컸군..'하는 것이었다면 두번째는 좀 세게 왔다.

보통 어린이집에 가기전 쭌과 나는 갖가지 닭살 애정표현을 한다.
먼저, 두팔을 머리로 올려서 만드는 하트
그리고, 손으로 만드는 심장에서 뛰는 작은 하트
또, 사랑의 쌍권총
하나더.. 사랑의 화살쏘기..

오늘도 여느때처럼 닭살 애정행각을 요구하는 나에게

애정표현의 4단계를 수행하면서 쭌이 비수처럼 날린 한마디.

"유치하지만 참는다"

허걱 이럴수가.

정녕 쭌이의 유아기는 끝나버린것일까?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

.

.

물.론. 정신을 차리고 충격에서 벗어나 생각하니 

그건 녀석의 어른인체하는 말투일 뿐,  여전히 잘때는 가슴을 파고드는 애기다.

그러나

쭌이는 이렇게 나에게 조금씩 준비를 시키고 있는것 같다.

'엄마 나 이제 클거거든.. 엄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하면서 말이다.

 

쭌이를 낳기 전 태교서적으로 본 책 중에 "아이는 길을 묻는 손님이다"라는 책이 있었다.

그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건 친절한 길안내뿐이라는 그 제목의 의미는 충분히 알것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11 01:24 2005/10/11 01:24

3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View Comments

바둑이가 죽었다.

몇달전부터 변을 제대로 못보고 하루에 서른번쯤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내가 여행을 다녀온 몇일간 쉬를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더니만,

오전에 쭌이랑 외출해 돌아오니

바둑이도 이모도 없었다.

 

병원에 갔나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섯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엄마가 애견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수술해도 해결이 될것 같지 않아 안락사를 시켰다고 했다는데 이모는 그후로도 한참있다가 돌아왔다.

 

돌아온 이모에게 쭌이가  "바둑이는"이라고 묻자.

"죽었어"라고 답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그후로 계속..

 

쭌이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쬐금 눈물을 흘렸고,

"엄마 난 눈물이 나오다가 텔레비젼을 보면 눈물이 안나온다"..한다.

 

그리고 좀 있다가 목욕하다가 또 묻는다.

"바둑이 죽었어?"

"응"

"죽은거라도 보고 싶어.."

"볼수 없어"

그러자 눈가가 벌게 진다...그리곤 또 한참을 논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관한 '슬플때도 있는거야'라는 책을 읽으라고 주었더니

한참을 읽더니 종이와 연필을 찾아 무언가를 만든다.

그 책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앨범을 보고 추억하라는 귀절이 있었는데 ..그걸 보곤.

쭌이는 조그만 종이에 바둑이의 초상을 그린다.

'이바독 앨범'이라고 쓴 종이밑에 하트 눈을 한 바둑이가 있고.

'잘살기 기대해'라고 쓰여있다. 바둑이 초상옆에는 마음을 담은 하트가 여섯개쯤 그려져 있다.

그리고 쭌이는 이제 모든게 잘 되었다는 듯이 그걸 제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이란다.

그리고 어른이 될때까지 소중하게 보관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곤 놀다 잠이 들었다.

 

이모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고,

할머니와 나는 저녁 내 말없이 텔레비젼을 보고 있고.

쭌이는 나름의 죽음에 대한 의식을 치루고 혼곤히 잠들어있다.

 

나는 저녁내 비염때문에 콧물을 흘리며 훌쩍거린다.

바둑이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비염 증상이 바둑이가 없는 이 상황에도 여전히 나타난다.

아마 바둑이가 아직 못떠난 모양이다.

근처 어딘가에서 15년 평생을 살았던 우리 옆에서 서성이고 있나보다.

 

우리는 살면서 피할 수 없이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만난다.

그럴때 쭌이처럼 솔찍하게 그 죽음과 만나서 인정하고,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고,

떠나간 생에 대해 애도하고,

그리고..잘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10/02 01:54 2005/10/02 01:54

댓글1 Comments (+add yours?)

트랙백0 Tracbacks (+view to the desc.)

Newer Entries Older Ent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