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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등정기1- 인천에서 모시까지

너무 거창한 제목일까...

 

킬리만자로 트렉킹을 다녀왔다.

 

떠나기 전에 몇몇 아프리카 배낭여행객들의 글을 보았는데, 시도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들 뿐이어서 사뭇 긴장했다. 준비를 해서 나이로비로 일단 떠났지만 나이로비에 머무는 며칠 동안 가야할 것인지 계속 망설였다. 나이로비에 사는 교민분들도 계속 말렸다. 위험한 산이다, 죽을 수도 있다, 엄청 춥다, 고산병 무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 감기기운도 있는데... 그런 몸으로 어딜...

 

그래도 비행기 뜰 날짜와 그 때까지 할 일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난 그냥 킬리만자로 가기로 했다. 대신 몸이 많이 않좋아지면, 적당한 때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결국 나이로비에서 몇가지 장비를 더 사거나 빌린 다음 탄자니아로 가는 셔틀에 올라탔다. 그리고 포기할 시점을 놓쳐 결국 우후루 피크까지 가고 말았다.

 

모시에 도착할 때까지.

 

떠나기전에 킬리만자로 트렉킹 프로그램이 있는 한국 여행사를 몇개 물색해 보았다. 한국 여행사들은 항공권까지 팩키지로 하지 않으면 아예 계약할 수가 없었다.  나이로비에 며칠 머물러야 하는 일정 때문에 난 케냐항공사의 자리를 이미 예약한 상태였고, 그래서 한국 여행사와의 계약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비용도 사실 너무 비쌌다.).

 

한국 여행사들이 주선하는 다국적 배낭여행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비싸거나 일정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탄자니아 모시(킬리만자로가 있는 도시)에 있는 여행사 몇 곳을 이메일로 접촉했다.  여러 차례 디스카운트를 시도했으나 결국 모두 4명 그룹을 기준으로 1인당 1000달러 이상을 요구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룹에 끼면 700달러 정도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여행사 사이트에서 보았던 정보를 떠올리면서 400달러면 된다고 들었다면서 억지를 부려보았는데, 그들은 모두 국립공원에 내야 하는 돈만 600달러쯤 된다면서, 국립공원에 직접 비용을 지불할 거면, 400달러에 해 주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계속 디스카운트를 요구하다가 시간이 부족해 교섭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그냥 나이로비행 비행기에 올랐다. 나이로비에서 계속 연락을 해서 가격을 낮춰볼 참이었다.

그런데, 나이로비는 인터넷 쓰는 것이 원활하지 않았다. 인터넷 까페가 드문드문 있지만 속도도 엄청느리고 (7kb/sec), 일찍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다른 일정이 있었던 나는 쉽게 이메일 박스를 열어 보고 적절한 교섭을 하기 어려웠다. 전화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전화비도 엄청 비싼데다, 짧은 영어로 전화를 통해 가격을 깎는 것은 부담스러워 시도하지 않았다.

 한 차례 메일을 더 보냈을 뿐이었다.

 

나이로비에서 며칠 머물러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만나식당"에 묶었다. 이곳에서 나이로비에서 여행사를 하시는 교민을 만나서 킬리만자로 트렉킹 비용을 여쭤봤는데, 혼자 등정하는 경우 1300달러 정도 든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내 예상을 넘는 비용이었다. 물론 나이로비-모시까지의 셔틀비용, 등반 전후 하루씩 모시에서의 이틀 숙박비용까지 포함한 비용이므로 그리 비싸다고 할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이로비까지 가서 한국인 여행사와 계약하여 무난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 그닥 흥미롭지 않아서, 여쭤보기만 하고 계약은 하지 않았다.

 

(그 여행사는 "사랑아프리카" 이다. 김충환 사장님은 아프리카 배낭여행갔다가 아프리카가 좋아서 눌러 앉으신 점잖은 분이었다. 전화: 0722-526474/0733-765617, sopamasai@hotmail.com 현지 여행사와 직접 계약하는 것에 위험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사랑아프리카를 통해 다녀오는 것도 방법이다.

 

탄자니아 아루샤에도 한국인 여행사가 있다.  "나누리 사파리" (255) 754-756724, nanuri_safari@hotmail.com, http://www.nanurisafari.com 

 

전화번호를 적어가면 위급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아루샤에서 나누리사파리 사장님의 도움을 받은 일이 있다.)

 

내가 묶었던 그 근처에 있는 "뉴서울가든"이라는 한국 식당에 가게 되었는데(이 곳에도 나중에 알았지만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그곳에서 손님으로 오신 홍교관님을 만나게 되었다.

이 분은 나이로비에서 "홍베이커리"(전화: 0720-766184)라는 빵+음식점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홍교관님은 킬리만자로 등정 경험이 있고, 마운틴 케냐에도 올랐던 분이었다.

나이로비에 11년 사시면서 탄자니아 여행 가이드로로 가끔 나가신다고..

킬리만자로에 대해, 몹시 춥지만 초보자도 얼마든지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고 용기를 주셨다.

그리고 그분이 함께 등산했던 가이드 "아담(Adam)"의 연락처를 알려주셨다.

비용은 1000달러쯤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과 함께.

 

홍교관님은 오리털 잠바와 두꺼운 침낭이 필수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준비한 것은 일반적인 겨울 등산용품 정도였다. 여름 등산 바지와 티셔츠 한벌, 겨울 등산 바지와 티셔츠, 바람막이 기능이 있는 내피, 고어텍스 잠바, 일반 내복 2벌, 등산양말 두켤레 정도. 나머지는 계약한 여행사에서 빌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뉴서울가든 사장님께서 좋은 침낭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빌려주셨다.

홍교관님의 도움으로 나이로비 구호물자 시장에 들러 오리털 잠바와 겨울 등산용 모자와 스카프를 구입했다. 홍교관님으로부터 헤드랜턴을 빌렸다.

홍교관님께서 스틱도 필수인데, 산 입구에서 파는 것을 사면 될 것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날 25일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셔틀 버스를 탔다.

나이로비에서 킬리만자로로 가려면, 나이로비 시내에서 탄자니아 모시로 가는 셔틀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나이로비 버스터미널에서 나망가 국경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일반 버스는 현지인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현금을 소지한 외국인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교민들의 조언 때문에 나는 한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탄자니아 아루샤에 있는 임팔라(Impala)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했다. 이 버스는 나이로비에 있는 Silver Springs Hotel에서 출발한다. 미리 예약하면 1000 케냐실링(약 14-5불 정도)이고, 예약하지 않으면 1200 케냐실링이다. 모시까지 가려면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한다. 하루에 한번 뿐이다. 아루샤까지 가는 버스는 오후 1시쯤에도 한차례 더 있는 듯했다.

 

전날 예약하고(예약할 때 돈을 전부 내고 티켓을 받는다), 떠나는 날 아침에 7시 40분경까지 실버스프링스 호텔에 있는 임팔라 호텔 셔틀버스 사무실에 갔다. 8시가 좀 넘어서 버스가 왔다.

30인승 정도의 중형 버스였다. 큰 짐은 버스 위에 올려 싣고 일부는 버스 뒷칸에 싣는다.

버스에 올랐다. 내 옆은 영국에서 온 젊은 여자가 앉았다. 지금 모시에 살고 있다고 했다. 영국인의 영어발음은 참 알아듣기 힘들었다.^^;;

같이 버스에 타게 된 한국분이 계셨고, 그 분이 옆쪽으로 와서 앉으셔서 그 분과 내내 대화하면서 아루샤까지 갔다. 그 분은 아루샤에서 내리셨고, 나는 아루샤의 임팔라 호텔에서 내려 다시 모시로 가는 연계 버스로 갈아타고 모시에 도착. 아담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홍교관님께서 아담에게 전화를 해 주셨고,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에 나와 준 것이다.

 

나이로비에서 모시까지 가는 길은 비교적 잘 포장이 되어 있었다. 나이로비 시내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국경을 넘는 일이 매우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는 도로 사정이 좋았다.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자 광활한 평원이 끝없이 펼쳐졌다. 키 작은 나무들이 그 평원에 띄엄띄엄 여유롭게 흩어져 서 있었고, 간혹 야생동물의 무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소나 양을 치는 마사이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망가 국경까지 4시간쯤 달렸던 것 같다. 실버스프링스 호텔을 출발한 셔틀은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나이로비 공항을 들르는 것 같았다. 나이로비 공항을 들렀기 때문인지, 아니면 버스 승객이 중간중간 화장실을 호소한 덕분인지...(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 중간에 아무데나 서서 기다려 주곤했다.) 예상보다 1시간 정도 늦는 것 같았다. 나망가 국경에서 출국신고 하고 (출국 신고 할 때 이민국 직원은 '안녕하세요'라며 한국말로 인사해 주어 무척 반가웠다.) 다시 셔틀을 타고 국경을 넘어 탄자니아쪽에서 비자를 받고(50달러)  동시에 입국신고까지 한 후 셔틀버스에 올라 아루샤로 향했다. 비자받는 데서는 20여분 정도 기다렸던 듯...)

 

자기가 가고 싶은 호텔을 이야기 하면 셔틀은 중간 중간 사람들을 하나씩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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