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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성폭력 사건, 결코 잊지 않으리

또 다시 터져나오고 있다. 한도 끝도 없지만, 이번 일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초록정치연대에서 벌어진 일

녹색대학에서 벌어진 일

2007/02/08 13:12 2007/02/0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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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독자 서평(?)

이미 많은 사람이 알겠지만, 혹시 아직도 모르는 이들을 위해 몇자 적는다. 나는 인터넷서점에서 ‘서평단’을 모집해 책을 거저 주고 서평을 쓰게 하는 걸 얼마전까지 몰랐다. 그냥 어떤 책에 서평이 많이 달려 있으면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책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에도 ‘잡초’가 섞여 있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됐다.

 

그래서 몇시간 조사해봤다. 조사한 곳은 알라딘서점이다. (다른 인터넷서점도 서평단을 모집하는지 어쩐지는 모른다.) 보통 모집하는 서평단 규모는 책 한권 당 10명이다. 조건은 책을 읽고 언제까지 서평을 올려달라는 것뿐이다. 서평단 뽑는 기준은 알 길이 없다.

 

확인 결과 두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첫째, 서평단에 뽑힌 사람 가운데 기한까지 서평을 올리는 이는 전체의 절반 정도라는 사실이다. 둘째, 서평을 쓰더라도 자신이 거저 책을 받았다는 걸 좀처럼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 5권을 따져봤더니, 제 때에 서평을 올린 사람이 각각 4명, 5명, 5명, 6명, 9명이었다. (물론 기한 내에 안썼다고 끝내 안쓸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총 29건의 글 가운데 서평단에 뽑혀서 글을 쓰게 됐다는 사실을 밝힌 글은 딱 하나였다. 나머지 28건의 글은 책 이야기뿐이다. (확인해본 책은 <스***, ** ** **다>, <노* **리>, <까** *족>, <편*>, <질***학>이고, 확인한 때는 대략 일주일 전이다.)

 

10권 거저 주면 5명 정도가 서평을 쓰는 데다가 거저 책을 받았다는 것도 밝히지 않는다면, 출판사쪽으론 할 만한 일이다. 이른바 유명인들에게 증정본 뿌리는 것보다 이게 효과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수룩한’ 구매자들은, 독자 서평이 많다고 꼭 주목받는 책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둬야 하겠다.

 

덧붙임: 이 정도의 간단한 확인 결과를 일반적인 것처럼 여기면 안된다. (요즘은 난독증이 만만치 않아서 분명히 덧붙인다.)

 

<< 2월7일 추가 >> 알라딘서점 이야기만 쓴 것이 찜찜했기에, 오늘 시간을 내어 예스24도 조사해봤다. 결론은 똑같다.

 

약간 차이점은 있다. 거저 주는 책이 20권이다.(역시 큰 서점은 다르다) 그리고 서평은 두번 써야 한다. 서평단 전용 클럽과 개별 책에 딸린 독자 서평란, 이렇게 두곳에 써야하는데 서평단이 알라딘보다 더 충실하게 글을 쓰는 것은 뜻밖이다. 또 하나 겹치기 출연이 종종 눈에 띈다. 여기는 혹시 서평 충실히 쓰는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나?

 

무작위로 다섯권을 골라봤더니 20명 가운데 16, 18, 16, 17, 16명이 서평을 썼다. 83명 가운데 서평단에 뽑혀 책을 얻었다고 밝힌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확인해본 책은 <캐*닛>, <옳** **** *신>, <호* *****스>, <차**, *** ***다>, <불**** *고>다.)

 

여전히 섣부른 일반화는 곤란하다고 생각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거저 책을 얻은 사람들이 왜 약간의 친절을 베푸는 데 그렇게 인색할까 하는 점이다. 설마 서평단의 암묵적인 규칙은 아니겠지?

2007/01/24 15:53 2007/01/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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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오늘의 세계적 가치'

보통의 지식인이 아니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식인들이 미국 하버드대학 학생들과 요즘 시대의 가치를 논한, 일종의 인터뷰 특강을 책으로 묶었다.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 하비 콕스, 피터 싱어 같은 '대중적인' 지식인들보다는 도리어 문학자 일레인 스캐리(Elaine Scarry), 흑인 여성 법학자 라니 구니어(Lani Guinier), 언론인 에이미 굿맨(Amy Goodman), 반자본주의 운동가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여성주의자 캐사 폴릿(Katha Pollitt)이 더 많은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인권운동을 하는 의사 제니퍼 리닝(Jennifer Leaning)의 통찰력도 대단하다. 우리에겐 덜 알려진 여성 활동가들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물론 남성들의 이야기도 훌륭하다. 하워드 진과 노엄 촘스키가 헛소리할 사람들이 아니고 신학자 하비 콕스는 '시장이 곧 신'인 자본주의 시대의 병폐를 정확히 짚어낸다. 윤리학자답게 피터 싱어는 우리에게 실존적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아이티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 폴 파머(Paul Farmer)의 말들도 무겁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변명을 덧붙이자면, 이 책의 판매량은 내게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과 무관하다. 그래서 '내가 번역한 책은 내 블로그에 선전하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원칙을 한번 깼다.

 

덧붙임: 책 초판에는 이 책을 묶은 브라이언 파머에 대한 소개가 실수로 빠졌다. 그래서 여기에 추가한다.

 

엮은이 소개: 브라이언 파머(Brian Palmer)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하버드대학 종교학과에서 가르쳤다. 그는 2001년 가을 학기와 2004년 봄 학기에 ‘개인의 선택과 전지구적 변화’라는 강좌를 진행했다.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동시에 수강하는 근대 서양 종교 과목으로 개설된 이 강좌는 주목을 받는 만큼 비판도 받았다. 경제학자 자격으로 초청됐던 이 대학 총장 서머스와 수강생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등 논란이 커졌고, 파머는 2004년 6월 계약이 연장되지 않아 이 대학을 떠났다. 현재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비슷한 형태의 강의를 맡고 있다. 케이트 홀브루크(Kate Holbrook)은 파머의 강좌 조교를 맡았고, 앤 킴(Ann S. Kim), 애너 포트노이(Anna Portnoy)는 조교이자 다큐멘터리 필름 제작자로 강좌에 참여했다.



옮긴이 후기

 

이 책의 원 제목은 ‘Global Values 101’이다. 번역하자면 ‘전세계적인 가치들에 대한 개론서’라고 할 수 있다. 지구 전반의 보편 가치들을 탐구해보자는 시도는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제국의 중심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꼭 부정적인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지적인 데 빠지지 않고 전세계를 돌아볼 폭넓은 시각을 유지하는 건 참으로 소중한 자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세는 세계의 중심에 머물면서 항상 깨어있는 지식인이 아니면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그래서 간접 수단을 통해서라도 이런 시각을 접해보자는 것이 번역서의 의의가 아닐까 싶다.

 

하버드대학 종교학과의 강좌 내용을 골라 묶은 이 책에서 16명의 지식인들은 때로는 진솔하고 때로는 날카로우며 때로는 감동적이고 가끔은 냉소적인 태도로 수많은 쟁점들을 넘나든다. 특히 주목할 것은 다양한 인생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념을 고백하는 태도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은 새로운 발견에 있다. 미국 대학 입시제도와 선거제도에 대한 법학자 라니 구니어의 비판이 특히 그렇다. 언론인 에이미 굿맨이 들려주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인터뷰에 얽힌 사연과 동티모르 학살 현장의 경험담도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의사이자 인권운동가인 제니퍼 리닝의 정보 수집 방법론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어떤 지역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지역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머리 속에 담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런 세부 사항들은 보편 가치 측면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될까? 백화점식 나열로 느껴질 만큼 다양하게 제기되는 쟁점과 가치들은 특정한 연결고리로 묶일 수 있을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문제는 코소보·아프가니스탄·이라크·아이티·동티모르 같은 분쟁지역의 현실 그리고 이런 지역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킬 방안이다. 이 문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외 정책과 직접 연결된다. 그래서 국제사법재판소 같은 국제 기구 강화 필요성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제3세계의 끔찍한 현실은 다국적 기업 주도의 세계화, 시장 만능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 경제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이들까지 착취하는 무자비한 마케팅 활동과 소비문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만나게 된다. 이런 경제 문제는 오늘날 미국의 병폐 한가지를 대표한다. 미국의 또 다른 병폐는, 주권자들의 뜻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비례대표제를 철저히 배제한 선거제도,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다.

 

연결고리를 반대 방향에서 보면, 미국의 소수 독점 정치 체제와 소비주의 경제 체제가 결국 제3세계의 빈곤과 분쟁으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이 “우리는 매일 매순간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칼이 될 것인지 방패가 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결정입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미국인들이 전세계를 겨누는 칼이 될 것인가 전세계를 지킬 방패가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고, 이 선택에 따라 전세계 현실이 전혀 달라진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이 던지는 윤리 문제다. 한마디로 줄이면 이 책의 모태가 된 하버드대학 강좌 제목 ‘개인의 선택과 전세계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세계의 중심에 있는 지식인들이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질문만은 아니다. ‘위태로운 변방’ 동아시아의 독자들에게도 비슷한 무게로 느껴질 법하다. 여기서 논의되는 쟁점 상당수는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렇다.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국도 이미 국제 분쟁에 개입해 있고, 다국적 기업 주도의 세계화는 우리가 씨름하는 현실이다.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이중 잣대와 핵 억제론에 대한 비판도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시장이 이제 종교를 대신하는 지경에 왔다는 신학자 하비 콕스의 지적은 마치 우리 현실의 분석처럼 느껴진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할 대목들도 있다. 1990년대에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보스니아 분쟁과 코소보 전쟁에 대한 의견 차이가 그렇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은 서방의 무력 개입을 비판하는 반면, 주 오스트리아 미국 대사를 지낸 스와니 헌트는 폭격을 지지한다. 법학자 마사 미노는 코소보에 대한 폭격을 인도주의적 개입 시도로 본다. 발칸분쟁은 서양 지식인 사이에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된 것만 가지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또 노동자들도 세계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 전 노동부장관 로버트 라이시의 주장은 패배주의적인 느낌이 짙다. 이런 태도는 전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 맞서는 캐나다 출신 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의 태도와 아주 대비된다.

 

마지막으로 번역에 대해 언급하자면, 질문하고 답하는 강의실의 느낌을 살리는 걸 가장 신경 썼다. 그래서 간혹 자연스런 표현을 위해 원문에 덜 충실한 번역을 감수하기도 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 번역서는 옮긴이 혼자의 것이 아니라 문예출판사 여러분의 많은 노력을 더한 집단적 결과이다. 다만 오역의 최종 책임만큼은 옮긴이에게 있다. 옮긴이의 전자우편을 통해 번역서를 비판하거나 지적해주시면, 성실히 검토해서 답변하거나 수정할 것을 약속한다.

 

2006년 12월
옮긴이 신기섭

2007/01/17 13:45 2007/01/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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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진보 진영의 글을 번역해 공개하는 걸 주 목적으로 하지만 요즘은 잡글이 더 많습니다. mari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