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철학 수고>>, 칼 마르크스 지음, 강유원 옮김, 이론과실천, 2006. (229쪽, 1만1천원)
<<경제학-철학 수고>>가 완전히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책을 아직 보지 않았으나, 꼼꼼함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번역자가 옮겼기에 기대된다. (적어도 번역자만큼은 내가 나도 보증할 수 있다.) 그래서 출판사 보도자료의 이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세태가 쉽게 읽을 수 있는 혹은 이해하기 쉬운 고전 번역을 주로 하고 있으나, 우리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마르크스의 방점 하나, 용어 하나 풀어쓰지 않는 또박이 번역을 택했다 -- 정확한 좌표가 있어야만 무엇이 가감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까닭에.”
그리고 보도자료 말미의 이 구절은 정말 명문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미 정치운동으로서의 사회주의적 시험은 다 끝났고, 마르크스의 저작은 폐기되어 사문화되어 가는 작금에 그의 저작을 왜 다시 출간해야 하느냐고. 우리는 대답한다. 수고가 쓰여졌던 1844년에도, 출간되었던 1932년에도 그리고, 한국에 번역되었던 1987년 한국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인간 사회의 저 심연에 똬리틀어 입 벌리고 있는 악의 본질이 존재하는 한, 그에 대항하기 위한 강력한 사유의 무기로서 <<경제학-철학 수고>>는 아직도 유효하며, 그 어둠 속에서 길 잃고 방황할 때 다시 돌아가 반성해 볼 수 있는 인간 존재의 집으로서 출간 가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런 책을 고전이라 부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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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게 '대중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이지 않고, 책의 내용이 아니라 미와 지를 겸비한 지은이들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보고 샀던 사람들이 그게 짝퉁이란 게 밝혀지자 제조회사에 반품해달라고 난리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데.. 그런 독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획상품이 성공하는 걸테고..
NeoScrum님처럼 생각하는 것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독자가 있어서 상품이 성공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상품이 독자를 만들기도 할 겁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가 특히 그렇죠. '예쁜 미술가가 쉽게 풀어주는 미술 이야기'라는 그전엔 없던 영역을 출판사가 뛰어난 기획력으로 만들어냈다고 보는 게 타당한 경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