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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 윤경로 장로, “부끄러운 역사도 고백해야 성숙한 나라다”

“더 성숙하고 선진화된 사회로 나가려면 부끄러운 과거도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이 9일 연세대의 ‘대화가 있는 채플’에 초대 손님으로 나와 역사학자이자 신앙인으로서 친일인명사전 발간 의미와 자신의 신앙관 등을 담담히 풀어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8년여간의 작업 끝에 지난해 11월 8일 4389명의 친일행위가 담긴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했으며, 사전에 수록된 일부 인사를 두고 치열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었다.

새문안교회 장로인 윤 위원장은 “친일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역사학자로서의 신념과 소신, 그리고 개인적 신앙고백이 사전 편찬 작업을 결심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에게 역사란 고백하는 것”이라며 “40여년간 일제치하에 있었던 것은 우리 잘못도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른 나라 탓으로 돌리기보다 우리 허물도 고백하고 역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서가 위대한 이유도 그 안에 숨겨지지 않은 역사의 ‘고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편찬 작업을 진행하면서 무수한 어려움과 외부 압력이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학문적 신념이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전 수록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윤 위원장은 “어느 시대나 명암이 있듯 그 시대를 살아온 지도자들에게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며 “박 전 대통령도 훌륭한 정책으로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친일행위를 한 사실을 덮어 둘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따지자면 A급 친일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교사를 그만두고 일본 장교가 되겠다고 혈서까지 쓴 것은 분명 친일적 행위이고, 우리는 이것을 역사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석한 학생들에게 “역사란 참 무서운 것이다. 평소 나의 말과 행동이 훗날 어떻게 평가받을 것인지에 대해 늘 성찰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윤 위원장 역시 인간이기에 무엇을 행동하거나 발언할 때 이익과 손해 여부를 먼저 따지게 되지만 그때마다 ‘예수님이라면, 하나님이라면 어떻게 행동하고 말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고백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4313005&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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