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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이사람] “지금 노동계, 80년대 상황보다 나빠”

[이사람] “지금 노동계, 80년대 상황보다 나빠”
‘구로동맹파업’ 역사 쓴 노동운동 연구가 유경순씨
 
 
한겨레 한승동 기자 김명진 기자
 
 
» ‘구로동맹파업’ 역사 쓴 노동운동 연구가 유경순씨
 
20년이 지나 그들은 비로소 모였고, ‘구로동맹파업동지회’를 만들었으며, 그들의 역사를 정리하기로 했고, 22년 만에 두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아름다운 연대-들불처럼 타오른 1985년 구로동맹파업〉,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구로동맹파업의 주역들, 삶을 말하다〉(메이데이). 둘 다 노동운동 연구가 유경순(45)씨가 쓰고 엮었다. 2년 동안 꼬박 작업했다.

광주항쟁 이후 신군부의 강압통치가 이어지던 1985년 2월12일 총선에서 야당 신민당이 기적처럼 승리했다. 6월엔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들의 대규모 동맹파업이 일어났다. 6월24~29일 엿새간 계속된 ‘구로동맹파업’은 한국전쟁 이후 노동자들의 첫 정치적 동맹파업이었다. 5개 봉제·전자 업체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고, 롬 코리아 등 5개 업체가 지지연대투쟁에 동참했다. 전국의 민주화운동세력이 함께 저항했다.

“구동파(구로동맹파업)는 노동계의 ‘광주’였다. 1980년대 노동운동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한국노동운동사를 바꾸었고,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싹을 틔웠다.”

당시 23살 나이에 경도실업·동국무역 등 인천지역 봉제공장에서 노조건설작업을 하다 구속되기도 했던 ‘학출’(대학생 출신) 유경순씨가 20여년 만에 직접 당사자도 아니면서 구동파 정리·평가 작업에 동참한 것은 바로 그 중요성 때문이다.

 

“85년 파업은 노동계의 ‘광주’”
22년만에 백서·개인사 2권 결실
“주역들 일부 아직도 후유증”

 

 

“1970~80년대 한국 노동운동사는 아직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다. 이번 작업을 통해 당시의 현장역사를 지금의 현실로 끌어와 거름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가 보기에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갈린 지금의 노동계 현실은 “오히려 그 당시보다 노동조건이 더 나빠졌다. 심각하다.”

50여명을 직접 만나 구술받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으로도 담았다. 총 140시간이 넘는 분량이다. 몇명을 빼면 거의 홀로 작업을 감당했다. “구동파 전후 시기만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들의 출생 이후 모든 삶을 함께 담았다.” 구동파 20돌인 2005년 6월에 그 주역들, 이제는 40~50대가 된 ‘그때 그 사람들’이 사건 이후 처음으로 모여 1주일간 기념사업을 펼쳤다. 그때 5명으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를 구성했고 유씨가 이번 작업을 맡았다.

 

백서라 할 〈아름다운 연대〉는 500쪽이 넘는 분량에 당시 사건의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노조결성 과정, 구동파, 그리고 그 이후와 평가까지를 꼼꼼하게 담았다. 주역들의 당시 그 순간 회고 육성을 본문 기술 뿐만 아니라 곳곳에 배치한 독립 상자글에 얼굴사진과 함께 배치했다. 이것이 일반 백서들과는 달리 활기를 불어넣고 가독성을 크게 높였다.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는 주역들의 출생 이후 현재까지의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재생했다. “집단의 역사에 묻힌 개인, 역사의 주체인 그들 노동자들이 역사의 기록자도 돼야 한다고 본다. 그들이 다시 당시와 거리를 두고 자기시대를 돌아보는 것, 당시의 다른 사업장과 사람들 얘기도 들어보는 것, 그것을 토대로 자신이 참여한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깨닫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건 중요하다.” 50여명의 구술자 가운데 여성 7명, 남성 2명이 서술작업에 나섰고 유씨도 토론과 컴퓨터 작문, 사실확인작업 등을 하며 동참했다.

“백서보다 오히려 〈같은 시대…〉 작업이 더 힘들었다. 몇명은 당시 강제해산 과정의 폭력과 동료들 구속 등 그 뒤의 탄압에 따른 충격으로 지금까지도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지금도 현장에 가고 싶다”는 유씨는 “몸이 아파” 1991년께 현장에서 나왔고, 연구·이론 작업을 하면서 강단에도 서고 노동자교육활동도 하며 그때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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