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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말> &quot;구로동맹파업의 아픔을 모두 치유할 수 있기를&quot;

 
"구로동맹파업의 아픔을 모두 치유할 수 있기를"
<월간 말>[저자 인터뷰]'아름다운 연대,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의 저자 유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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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순 연구원 ⓒ월간말 전문수 기자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길,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를까?’ 1984~1985년, 민주노조운동과 구로동맹파업 이야기를 두 권의 책으로 엮어낸 유경순(44) 역사학연구소 연구원, 시대의 아픔을 겪었던 그녀였지만 표정은 더 없이 환하기만 했다.
  
   그가 책을 펴게 된 것은 2005년 구로동맹파업 20주년 사업에 참가했던 것이 계기였다. 문화행사와 증언대회 등을 했던 그 행사에서 편찬위원회를 구성해 편찬 사업을 하게 됐던 것이다. 그는 1999년에서 2000년경에 구로동맹파업을 주제로 논문을 쓴 적이 있었지만, 실제 구로동맹파업의 주체였던 사람은 연락이 쉽게 되지 않아 인터뷰는 두 명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주년 행사 때는 광고나 연락을 통해 모인 50명가량의 구로동맹파업의 주체들을 다 만나 인터뷰 할 수 있었다. 그렇게 2년간 쓰고 엮은 책이 <아름다운 연대-들불처럼 타오른 1985년 구로동맹파업>과 <같은 시대, 다른 이야기-구로동맹파업의 주역들, 삶을 말하다>다.
  
   “역사를 기억하는 행사를 20년 지나서 한 것은 구로동맹파업이 거의 처음이지요. 편찬 작업을 하면서 인터뷰 작업만 1년을 넘게 했었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저와 개인적으로 이야기는 하는데 인터뷰는 꺼리시는 분들, 과거 이야기를 꺼내서 하기에는 상처가 있어서 아예 그 얘기는 하지도 않는 분들도 있었죠. 그래도 적극적으로 임해주셨던 분들이 있어서 책이 나오게 됐지만요.”
  
   구로동맹파업은 성공했던 싸움이 아니라 마지막에 다 깨지고 구속되고 흩어졌던 싸움이었기 때문에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들이 20년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아픔들을 다 털어버릴 수 있기를 바랐었다.
  
   “80년 이전에 선배들의 경험이 어떻게 이 싸움에 이어지는지, 동맹 파업을 어떻게 했는지 등을 <아름다운 연대>에서 다루려고 했죠. 그리고 역사적 평가를 넣고 끝냈는데, 주체들의 평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마지막 장에 인터뷰를 통해서 그 당시 경험을 삶으로 이어가고 있는 주체들의 평가를 담았죠.”
  
   책이 출판된 뒤 책을 읽은 몇몇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장과 자신이 봤던 것 외에도 다른 이면이 있었다는 것을 많이 알았다고 전했다고 한다. ‘나혼자 아픈 것이나 즐거웠던 것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반면, 활동을 크게 하지 않았던 일반 조합원들 중에는 당시 기억을 끌어내기가 두려워 책을 펼쳐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시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만 하려고 들어왔다가 심한 탄압을 받고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것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까지 다 치유할 수 있을지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20주년 행사 이후 이제는 구로동맹파업 당시 같이 싸웠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기념회나 송년회를 같이 보내곤 한다. 서로 이야기 하면서 ‘너네 사업장 그때 왜 그랬어’라고 하면서 가슴 속에 담고 있던 의문을 표출하기도 하며 서로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며 또 앞으로 나아간다. 또 사업장의 중심에서 활동했던 몇몇은 자신의 사업장에서 상처 입었던 동지들을 치유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는 그런 모습들을 성과로 본다. “서로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 그것은 책보다 더 소중한 것이죠”라며 미소를 짓는다.
  
   그는 80년대 전체 이야기를 담는 책을 펴낼 생각도 하고 있다. 더불어 전두환 정권에서 학생출신의 사람들의 이야기들, 70년대 활동했던 분들과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이 살아왔는지를 노동자 중심으로 다시 재생시켜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2007년07월25일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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