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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옮긴이의 말

 

개인적으로, 10여 년 전부터 베네수엘라의 역동적인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적 전통과 최근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절묘하게 결합된 정세의 역동성은 21세기의 새로운 변혁운동, 또는 좌파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베네수엘라와 차베스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기에, 주로 인터넷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세를 지속적으로 추적했다.

 

2002년 4월 쿠데타가 극적인 전환점이었다. 베네수엘라 ‘혁명’은 4월 쿠데타와 12월 석유총파업, 2005년 8월의 소환투표라는 역사적 계기를 거치면서 발전했다. 그리고 2005년 1월 우고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볼리바리안 혁명이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임을 선언했다. 군부 출신이자 데마고그형 정치인인 차베스에 대한 좌파의 곱지 않은 시선은 베네수엘라 혁명의 의미를 폄하하는 경향이 국내외적으로 지배적이기에, 그의 주장은 일종의 수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레보위츠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계급투쟁과 베네수엘라 민중의 혁명적 실천 속에서 차베스의 입을 통해 선언된 것이다. 물론, 2007년 12월 충격적인 개헌 국민투표의 패배 이후 베네수엘라 정세가 긴박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이후의 정세를 예단하기 힘들지만, 베네수엘라 볼리바리안 혁명은 현단계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 전선의 핵이다.

 

그러던 와중에 2006년 북미의 독립적 맑스주의의 대표적 출판사인 먼슬리 리뷰를 통해, 《Build it Now》가 출판되었다. ‘21세기 사회주의’는 전세계 모든 좌파의 고민임에도, 신자유주의에 대한, 아니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21세기 사회주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였기에, 마이클 레보위츠의 책은 시의 적절하고 유의미한 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2년 출판된 《자본을 넘어》를 이어받는 《Build it Now》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확인하는 수준의 책이다. 혼란과 해체의 시대를 돌파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학적 자칭 맑스주의자들의 혼란과는 달리, 레보위츠 맑스주의의 원칙성은 문제의 해답이라기보다, 명료한 출발점으로서 제시되고 있다.

 

레보위츠는 사민주의의 실패와 맑스주의의 경제주의로의 왜곡을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반자본주의의 지향을 명확히 한다. 동시에 변혁의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견지하면서, 혁명적 실천의 정치적 도구로서 노동자계급 정당의 필요성을 승인한다. 그가 이 책에서 베네수엘라 정세 속에서 필요성을 지적했던 계급정당은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으로 물질화 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제국주의전쟁으로 국제적 독점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한 지구와 인류를 해방시킬 거대한 21세기 사회주의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그 시작이 비록 미약할지라도, 그 현상이 혼란스러울지라도, 해방을 위한 기획은 전세계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단결과 연대에 기초한 혁명적 실천을 통해 추진되어야 한다.

 

마이클 레보위츠의 짧은 책은 악몽처럼 짓누르는 역사적 패배주의로부터 벗어나, 해방의 프로젝트를 전지구적 운동으로 발전시키려는 혁명적 실천에 하나의 디딤돌이 될 것이다. 독자들이 그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필요는 없겠지만, 지난 2세기에 걸친 해방 프로젝트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변혁프로젝트로 나아가기 위한 투쟁에서 창조적 비전과 전략을 도출하려는 시도로서 이해하고, 활발한 토론과 논쟁을 벌였으면 하는 것이 옮긴이의 소박한 바램이다.

 

마이클 레보위츠가 강조하듯이, 사회주의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완결된 형태의 대안과 해결책을 추구하는 공상적 좌파를 누가 만족시키겠는가? 현실의 계급투쟁과 유리된 좌파, 혁명적 실천을 혁명적 수사로 대체하는 좌파에게 21세기 사회주의는 먼 미래의 일이다. 그들에게 마이클 레보위츠는 말한다: 사회주의는 미래다. 지금 건설하라. 체 게바라가 삼대륙 연대회의에서 외쳤던 슬로건 “둘, 셋, 아니 수많은 베트남을!”은 레보위츠에 의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둘, 셋, 아니 수많은 볼리바리안 혁명을!”

 

2008년 3월
원영수

 



 

1980년대에 학생운동 및 노동운동을 했다.

전진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하며 활동했고 그 뒤 1995년에 출범한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에서 국제기획실장을 했다. 노동자의 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다양한 곳과 영역에서 국제연대활동가로 살고 있다. 국제적 이슈에 대한 다수의 논문 집필 및 번역을 했다. 현재 딱히 직업은 없다.

(사진출처_ 민중언론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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