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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데이는 어떻게 메이데이가 됐나

2004년 모월 모일,
좌파운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출판운동을 고민하던 P는 함께 고민을 나누던 W와 함께 출판사등록을 결심한다.
처음 P가 고민한 이름은 '푸르른 날', '미래로부터의 통신' 등이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푸르른 날'은 이미 등록된 이름이었고 '미래로부터의 통신'을 낙점하고 있던 어느 날, P는 지인들과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다.
맑은 기운을 잔뜩 얻어 하산한 P의 일행은 소주 한방울-매우 큰 방울로-을 나누는 자리에 있었다. 
최근의 고민 -출판사 이름- 을 두런두런 풀어놓고 있는데 일행 가운데 한 명이 메이데이 어때? 하는 게 아닌가!
마침 P는 메이데이에서 만든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등산복 메이데이 인증샷

 

 

 

이리하여 메이데이 출판사의 이름이 메이데이가 되었다는 전설.
(믿거나 말거나)



그 이름에 그렇게 깊은 뜻이!
   ― 출판사 이름에 얽힌 이야기

    <기획회의> 편집부

 

 

가야북스 …… 숨어있는 콘텐츠를 찾아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삼국시대’는 엄밀히 말해 562년부터 660년까지의 98년  동안에 지나지 않는다. 가야와 부여가 600년 이상 존속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와 상호 유기적인 협조 또는 경쟁 관계를 맺고 있었다. 부여가 실질적으로 연나라와 고구려의 위성국 지위에 머물다가 494년에  그 왕족이  고구려에 투항하였으므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사국시대’인 것이다.
가야북스와 가야미디어의 대표인 김영철 회장이 영국 팬더자동차회사를 정리하고  귀국하던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사국시대’는 낯설기만 했다. 김 회장은 출판·잡지를 통한 문화사업을 구상하던 중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가야’를 떠올리며 사명에 쓰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소중한 역사인 ‘가야’를 발굴하고 재평가하여 역사의 한 줄기로 정립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단행본과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더군다나 ‘KAYA’는 외국인들이 기억하기에도, 발음하기에도 편한 단어인 점이 더해졌다. 덧붙여 한마디, 가야대학교, 가야산, 가야농장… 등과는 전혀 관계없다. <편집장 김영회>

 


가치창조 …… 가치를 창조할 그날을 위해

도서출판 가치창조는 올해 여덟 살이  되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유아기를 벗어나  학령기에 접어들어 초등학교라는 제도권의 교육을 받으며 책임감을 키워가는 나이가 된 것이다.
가치창조는 2000년 10월 9일 한글날에, 서로에 대한 신의로  뭉친 다섯 명의 젊은이가 의기투합하여 탄생시킨 기업이다. 출판에 평생을 바치겠다는 대단 혹은 대담한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들은 출판사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였다. 뭔가 ‘가치’로운 이름이 없을까, 꽤 치열하게 고민하였다.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를 위한 책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은 그들은 계속해서  끊임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식상하지 않은 ‘창조’적인 이름을 내걸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순간, 머리를  맞대고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듯 한마디를 던졌다. 가치창조! 가치창조 어때? 모두 ‘같이’ 이 시대가 원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있는 책을 ‘창조’해내는 거야! 그리하여 ‘가치창조’라 명명된 도서출판 가치창조는, 오늘도 독자들에게 귀한 ‘가치’를 심어줄 책을 ‘창조’하기 위하여  늦은 밤까지 불을 밝혀  일한다. (당시 ‘가치창조’라는 이름을 선언하듯 외쳤던 사람은 바로  도서출판 가치창조의 백승선 대표다.)  <출판기획팀장 변혜정>

 

 

 

강 …… ‘강’이라는 이름

 

1995년 3월로 기억한다. 지금은 홍성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한승오 선배가 서교동에 출판사 사무실을 냈고, 나는 편집부원 없는  편집부장 명목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시인 안찬수가 기획실장이라는 근사한  직함을 달고 합류했고, 막  전업작가 생활을 시작한 소설가 김소진이 사환으로 책상 하나를 차지했다. 그러긴 해도 막상 뚜렷하게 할 일은 없었다. 출판사 이름을 짓는 게 그나마 눈에 보이는 화급한 사무였다. 책을 내는 일은 둘째 치고 출판사 등록을 하려면 이름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문학  출판을 해보자는 뜻 정도는 모아놓은 상태였다. 문학무엇, 문학과 무엇, 무슨 문학… 이것저것  머리를 맞대고 작명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천리안에 들어가 검색해보면 다 임자가 있는 이름이었다. 8월이  되었고 첫 책을 내자면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급한 일이 없다보니 여름휴가는  챙겼다.
오랜만에 아버지 산소도 찾을 겸해서 가족들과 함께 하동에  갔다. 석양의 섬진강이 근사했다. 돌아와서 또 작명회의를 했다. “섬진강 어때요? 섬진강 좋던데.” “야, 섬진강은  그렇고, 그냥 강으로 하자.” 다들 지친 상태였다. 마침 임자가 없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렇게 강출판사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그리고 13년이 강물처럼 흘렀다.  많은 일이 있었다. 김소진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실개천으로 줄어들고, 바닥이  보이기도 했지만, 어찌어찌 지금까지 흘러왔다. 이젠 다른 이름을 상상하기 어렵다. 강출판사,  좋지 않은가? <대표 정홍수>

 

 

 

거인 …… 상상력의 상징

아버지의 구두를 냇가에 담근 적이 있다. 현관에 놓여 있던 그 까만 구두가 내 눈에는 거인의 신발로 보였다. 멋진 배가 될 거란 생각에 냉큼 밖으로 들고 나가 조약돌 선원들을 태워 물에 띄웠다. 그 이후는 상상에 맡기자.
슈퍼맨을 비롯한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기 전, 우리는 책을 통해 많은 초인들을 만나왔다. 요정과 도깨비, 마법사와 마녀, 그리고 거인. 거인은 늘  그렇게 나를 비롯해서 아이들의 그림책에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아왔다. 엄청난 힘을 가진 이 거인이  있는 곳엔 항상 금빛 찬란한 보물이 있었고, 구출해야 할 공주님이 있었다. 당연히 거인의 주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했다. 거인은 그런 상상력의 상징이다. <과장 박순철>

 

 

 

그린비 …… 그리운 비, 그리운 선비 혹은 초록벌

그린비의 애초 뜻은 ‘그리운 비’였다. 한국의 1980년대는 강퍅한 시대였다. 그 시대의  대지를 출판의 이름으로 적시고 싶어, 아는 선생님한테 조르다시피 해서 얻은 이름이다.  그린비에는 ‘그리운 선비’라는 뜻도 있어 출판사 이름으로 이보다 좋은 게 없지 싶었다. 그린비는 90년대 중반에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초록벌’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도메인 이름을 지을 때였다. 그린비 영문 표기가 문제였다. greenbi로 하자니, ‘그린바이’로 읽을 수 있어서 제외하고, greenbe로 하니까  ‘그린브’로 읽을 수 있어서 제외했다. 가장 가까운 소리가 결국 ‘greenbee’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홈페이지  주소 greenbee.co.kr이 만들어졌다. 그 후 명함에 새겨진 홈페이지 주소를 보고  그린비가 초록벌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다. 듣고 보니 나쁘지  않았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가 될  것이고, green은 그것을 상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 벌은 꿀 1리터를 모으기 위해 100만 송이의 꽃을 날아다니는 존재다. 꿀을 모으는 벌의 수고로움은 꽃들의 짝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그린비는 정말 꼭 필요한 책을 위해서는 100만 번의 발품과 마우스 클릭도  마다하지 않을 각오로 책을 만들며, 그렇게 만든 우리의 책이 필자와 독자를 짝지어주는 결과로 나타나길 바란다. <대표 유재건>

 

 

 

글항아리 …… 뭐요? 굴항아리요?

출판사 이름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한 달가량 수십  개의 이름을 지어놓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입에서  굴려도 보고 그랬다. ‘마음소리,  따뜻한문장, 문장소반, 말그림, 갈매나무, 하늘문장, 글읽는소리, 책생각’ 등이 있었고,  영어 이름은 ‘북이안book+ian, 레터즈letters,   소울북soul+book,    라잇북스like+books,   북퍼블릭book+public,    북스칼라book+scholar’ 등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노골적이고 유치해서 등골이 오싹해진다. 책은 종이니까 ‘물’과 관련된 이름은 피해야 한다는 잔소리도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항아리’가 떠올랐다. 최순우  선생이 그렇게 사랑하며 쓰다듬었던 달항아리의 변주였을 것이다. 항아리에서 된장, 간장이 숙성되듯 우리 항아리도 글을 숙성시켜 세상에 내놓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항아리는 어린이책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앞에 ‘글’을 붙였다. ‘글항아리.’
출판사를 시작하고 책이 나오기까지 6개월의 시간이 있었다.  필자들과 계약을 하면서 이름이 쓸만한가 물어봤다. 철학하시는 박영욱 선생을 만났을 때였다. “뭐요? 굴항아리요?” 발음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형조 선생은 연암 박지원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양반은 조각글을 쓰면 항아리에 던져두었는데 나중에 그게 책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소가 뒷걸음질에 쥐 잡는다는 게 이런 것이다. 의미를 붙여주신 한 선생님께 다시 감사드린다.  <대표 강성민>

 

 

 

나무생각 …… 나무 아래에서

쉬고 싶은 곳,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곳, 마음속 탐욕은 없어지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곳, 막힌 공간이 아니라 탁 트인 공간,  연둣빛 물방울이 톡 떨어지는 곳, 그러나 멀리 있지 않고 늘 가까이 있는 곳,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닌 누구나 갈 수 있는 곳,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생명의 산소를 아낌없이 주는 곳. 그곳은 바로 나무 아래였다.
그래서 우선 나무라고 써보았다. 책은 나무의 몸인 종이 위에 만들어진다. 그곳에  인간들의 생각과 진리를 담아낸다. 그래서 생각이라고 써보았다. ‘나무생각’.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우선 나에게.
우리가 직접 만나지 못하는 수많은 독자들도 각자 삶의 무게를 안고 인생의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께 더 무겁고 딱딱하고 권위가  가득한 책을 한 권 더 얹어 드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방바닥에 누워  뒹굴다 후딱 집어 들고 싶은 책, 생각  없이 읽기 시작했으나 숲으로 난 오솔길로 접어드는 책, 읽다 보면 키득키득 웃음이 터지며 상자 속에 갇혀 있던 생각들이 감옥을 풀고 나오는 책(유쾌한 시리즈), 엄마나 아이들이 같이 읽을 수 있는 책(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리즈), 그런 책을 만드는 곳이  나무생각이다.  <주간 한순>

 

 

 

너머북스 …… 경계에 서서 나와 역사를 보자

‘경계’가 키워드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편견을 버리고 나와 세계, 삶과 역사를  성찰하자는 뜻을 내포한다. 너무 멀리 나가면 길을 잃기 쉽고 머물러 있으면 갇혀 버린다. 가령 민족 문제 같은 것을 논할 때에 한국사 연구자들에게는  안의 집착을, 서양사 연구자들에게는 밖의 한가함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된다. 과연 낯설음과의  소통이 가능할까? 계界에 선다는 것은 이상인가?
경계에 서고자 함은 인간답게 사는  것의 조건에 관한 심도 있는  사고이다. 역사는 무엇인가? 세계 그리고 인간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안과 밖, 좌와 우, 이상과  현실, 여성과 남성 등의 경계들  속에서 경계의 가름은 불가피한 것인지, 그 사이의 길은 없는지, 그렇다면 삶의 보편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를 출판을 통해 따져 묻고자 한다. 경계 넘기가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화두라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너머’다. 너머북스의 생각을 한마디로 하면 “경계에 서서 나와 역사를 보자”이다. 출판 분야는 ‘역사’다. 그 깊고 넓은 역사 중에서 굳이 출판사의 모토와 연관지어  출판방향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전통과  현재의 경계에 대한 탐색이다.  ‘19세기의 재발견’ ‘식민지시대학’ ‘전환기의 현대사’ 등 가까운  역사에서 근대를 맞이하는 시점을  거쳐 식민지 역사의 상처를 기억하고 미래의 눈으로 시대와 삶을 드러내는 가운데, 그 모든 것의 ‘계界’를 이야기하고 싶다. <대표 이재민>

 

 

 

노블마인 …… 소설광산의 괭이질

웅진 단행본 그룹의 임프린트를 시작한 것이 2005년 5월 1일이었고,  첫 책을 낸 것이 같은 해 7월 31일이었다. 임프린트 또는 브랜드의 이름을 만들고  로고 작업을 하는 것도 임프린트에게 맡겨져 있던 터라 두 달여의 짧은 기간 동안 브랜드명 후보의 롱리스트를 만들고 다시 쇼트리스트로 줄이고 최종  결정까지 하게 되었다.  쇼트리스트에는 ‘상상박물관’처럼 출간하는 책의 성격을 대변하는 이름과 소설과 에세이라는 문학 전반을 아우르려는  의지가 담긴 ‘마음풍경’ 같은 이름들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노블마인’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소설이라는 뜻의 ‘novel’과 광산이라는 뜻의 ‘mine’이 합쳐진 이름은 출간분야를 지극히 한정짓는 이름이기에 망설임도 있었지만 웅진에서  대중소설, 장르소설을 내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매출이라는 목표를 위해 다른 분야의 책들도 내볼까 하는 유혹을 뿌리치고 한 우물만 팔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름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브랜드명이 노블마인, 즉 소설광산인데 비소설광산에 가서 괭이질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 덕분에 브랜드 컬러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브랜드명 때문에라도 계속 전문성을 유지해야 할 수밖에 없을 테니 소설 시장에서 뭔 일을 내든 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며 열심히 금맥을 찾고 있다. <대표 채영희>

 

 

 

다산북스 …… 차의 산? 多産, 多山!

내가 다산 정약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것은 대학시절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나서부터였다. 백성을 생각하는 애민정신과 편지 글에 묻어 있는 절절한 감정들에 공감한 나는 이 책을 사서 주변의 후배들에게 선물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출판사를 만들면 다산이라는 호가 들어간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독립을 해서 출판사를 설립할 무렵이 되자 고민이 생겼다. 이미  다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출판사가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정약용의 정신을 좀더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산’에다가 ‘북스’라는 현대적 어휘를 붙여서 지금의 ‘다산북스’라는 이름이 태어나게 됐다.
나는 ‘다산’이라는 말이 차의 산이라는 뜻으로 정신을 맑게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산多産, 즉 많이 낳는다는 의미도 가졌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단순히 책을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산 선생이 평생 500여 권의 책을 저술했던 것처럼 우리도 좋은 책 500권을 만들겠다는 소박한 꿈을 담은 것이다. 이것은 다산多山, 즉 책들의 많은 산봉우리를  만들겠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개인적으로, 또 사업적으로 힘겨운 일이 닥쳤을 때 강진에 내려가 다산초당 길을 올랐다. 그 인연으로 두 번째 브랜드인 ‘다산초당’이 생겨났고, 이후 다산책방, 다산어린이, 다산라이프, 다산에듀의 브랜드들이 탄생했다.  <대표 김선식>

 

 

 

다섯수레…… 사람들이 모름지기 읽어야 할 다섯 수레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  

‘다섯수레’라는 출판사의 이름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두보의 시구절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에서 따온 것이다. 이  시구에 나오는 ‘오거’가 ‘다섯수레’가 되어 첫 책을 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1988년에 처음 출판등록을 할 때 출판사 이름은 ‘파랑새’였다. 동아일보 해직 기자인 김태진  대표가 당시 암울했던 사회에 희망을 전하고자 지은 이름이었다.
그렇게 희망을 품은 ‘파랑새’의 대표로서 첫 책을 준비하던 중에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20년 20일 만에 햇빛을 본 신영복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김태진 대표는 신영복 선생에게 출판사의 이름을 새로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인문·사회과학 출판에 관심을 기울인 터라 ‘파랑새’라는 이름이 조금은 낭만적이라고 생각되어서였다.  얼마 후 신영복 선생은 한문으로 쓴 ‘오거五車’를 보여  주었다. 신영복 선생  특유의 필체가 돋보이는  그 ‘오거’를 후배인 신문사 기자에게 보여주었더니 “‘오거’가 ‘오차’로 읽히는데요”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뜻밖의 문제에 부딪쳐 고민을 하는데, 김태진 대표의 둘째 아들이  “한문을 한글로 풀면 되잖아요” 하며 의외로 쉽게 답을 내었다. 그렇게 출판사의 이름은 ‘다섯수레’로 마무리되어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남자(사람)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데, 그만큼의 읽을거리를  만들어내는 출판사의 이름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다.  <아동팀장 고은경>

 

 


도깨비 …… 우리 아이들을 닮은 도깨비

“도서출판 도깨비는 국내 창작  그림책과 동화책을 만드는  어린이책 전문출판사입니다.” 그동안 나는 이 말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해왔고 또 수없이 많이 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린이책 출판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 어린이와 국내 창작. 이것이 도서출판 도깨비를 함께 시작한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였고, 우리 모두의 초심이었다.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것이, 도깨비 방망이로 보물을 내놓기도 하고, 심술궂고 괴팍하여  사람들을 해코지하거나 혼내주기도 하는 도깨비. 괴이한  신통력으로 못된 사람은 골탕 먹이고,  착한 사람은 도와주는 마음씨 착한 도깨비. 그러면서도 좀처럼 그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깨비. 어쩌면 이토록 우리 아이들과 닮았을까?
당시 도서출판 도깨비에 열정을 쏟았던 사람들은 도깨비를 이런  존재로 여긴다. 오늘도 한결같이 ‘어린이와 국내 창작’을 지향하며 열정의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도깨비’와 더불어 어린이를 위한 좋은 책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어가고 있다. <대표 윤한구>

 

 

 

두드림…… 두드린다 혹은 do dream

사회 초년병 시절 잡지사와 출판사를 몇  년 다니다가 긴 세월을 IT업계에  머물렀다. 좋을 때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 정신없이 빠른 변화를 따라가는 게 피곤해져서 늦은 나이에 출판사 차릴 궁리를 했다. 며칠 고민한 끝에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수많은 덕목 중에서 두 가지를 가지고 출판사 이름을 지었다.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살핀다는  의미의 ‘두드린다’,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한다는 의미의 ‘do dream’을 한꺼번에 표현한 “두드림”으로 회사이름을 정한 것이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이미 두드림이란 출판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출판사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었고 한번 마음에 든 이름을 포기하기가 싫어서 “도서출판 두드림”이란 이름으로 등록을 했다.
그런데 첫 책을 만들고 영업을 다니는데 인쇄소와 서점 담당자에게 명함을 주면 열에 다섯은 기독교 관련서적을 출판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종교 분야의  책을 낼 생각은 없었으니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성경문구가 널리 인용되고 알려진 것을 고려하지 않은 작명이었다.
이런! 그래도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용기를 내어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해주는 책을 출판한다는 마음으로 지은 두드림이란 이름이 나는 좋다. <대표 탁연상>

 

 

 

들녘…… 야인의 놀이터

1987년 가을. 마포의 어느 찻집에 앉아 지인들과 출판사 창업 문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장소, 운영방침, 목표, 출간하고  싶은 책의 리스트 등등, 내일이라도 당장 원하던 책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출판사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히자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사람이 자기  이름을 평생 짊어지고 다니듯 사업체 이름도 한 번 정하고 나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출판사는 좋은 책을 만들고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문화의 산실이자 진실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사랑방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는 찻집을 나와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잔이 서너 잔 돌았다. 좋은 이름 좀 말해 보라고 다그치자 동료들은 저마다 생각나는 대로 한마디씩 읊었다.  그때 편집장을 맡기로 한 친구가 “들녘은 어때?” 하고 말했다. 순간 학창시절 좋아했던 이효석의 들이란 소설이 떠올랐다. 지평선이 아롱거리는 온통 푸른 들판. 들은  내 세상이다. “그래, 맞다, 들녘 좋다!
들녘 하면 야인도 떠오르잖아?” 흡족했다. 권력, 돈, 명예 이 모든 세속적인 것들을 떨쳐버
리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들녘을 걸어가는 야인. 얼마나 멋진가! 내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이었지만 웃지 못 할 사연도 있었다. 구청 직원이 받침을 잘못 표기하는 바람에 ‘들녘’이 ‘들녁’이 되어버린 것이다. 함께 갔던  친구와 나는 만년필을 꺼내 들고 ‘ㄱ’ 받침에 줄을 하나 그어 ‘ㅋ’으로 만들었다.  그 후로 나와 창업 동지들은 들녘을 ‘들녁’으로 표기하는 사람을 보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곤 한다. ‘ㄱ’이 아니라 ‘ㅋㅋㅋㅋ’인 것을! 지난 21년 동안 나는  들녘을 거닐며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 아주 소중한 인연들을 지었다. 때로 생각보다 일찍 해가 떨어지기도 하고, 어두운 지평선에서  회오리가 몰아쳐오기도 하고, 폭풍우에  곡식알이 날아가기도 하지만,  어떠랴. 들녘은 여전히 내 세상인 것을. 그리고 우리 사랑하는 직원들의 생의 터전인 것을!  <대표 이정원>

 

 

 

뜨인돌 …… 심부름센터인 줄 알았다구요?

“뜨인돌입니다.” 상대방이 당황스런 목소리로 “네?”  하며 되묻는다. 이 정도쯤은  괜찮다. 회사 앞으로 날아오는 우편물에서 발견하는 기상천외한 이름, 트인돌(화통하다는 의미일까?). 예약한 음식점에서 보게 된 이름, 뜨신돌(너무 높여주셔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설마 따뜻한 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결국 고인돌이라며 거침없이 원시시대로 보내 버리는 일까지 당하다 보면 말이다. 최근 가장 충격적이었던 이름은 ‘떼인돈’이었다. 심부름센터인 줄 알았나? 소음으로 인한 청력 감퇴는 현대 사회의 큰 문제다. 흑흑.
뜨인돌은 고영은 대표가 출판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기도하며 성경을 보다가  불현듯 발견하신 이름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출판사를 차리겠다고  했을 때 부딪혔던 모진 반대들을 종식시키는 단초였다고나 할까. 뜨인돌은 구약 성경 다니엘서 2장 31절에 나오는 말로서 ‘우상을 파괴하는 돌’이다. 참한 이름과 달리 아주 역동적인 돌이다.
성경의 뜨인돌처럼 뜨인돌 출판사는  종교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부조리, 불평등 그리고 편견이라는 우상을 파괴하고 ‘독자들이  시대를 읽고 사유하며 행동하는’  인문서적, ‘삶에 위로와 힘을 주는’ 비소설 서적,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청소년  서적, 그리고 ‘꿈·도전정신·지혜를 키워주는’ 어린이 서적을 출간해 나갈 것이다. <기획편집부 편집장 인영아>

 

 

 

리수…… “하리수 할 때 리수요?”

“현정아, 리수로 해라.” 특유하게 맑으면서도 늘어지는 목소리의 소유자 맑실 언니(사계절출판사 대표)의 이 말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출판사 이름을 찾지 못해  출판사 등록을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최종적으로 유력했던 이름이  ‘산책’과 ‘꿈틀’이었는데, 당시에  출판등록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교보에 책이 한두 종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내가 그냥 등록을 해버릴까 싶을 정도로 막막한 심정이었다.
里洙, 마을의 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 이름은 내 딸 이름이다. 효자동 입구에 있는 김봉수 작명가로부터 받았다. 마을리가 인명 한자인지를 비서에게 물으시더니 이 이름이 제일 좋다고 지어준 이름이다. 내 아이가 읽으면 좋겠다, 하는 책들을 출간하겠다는 의지로  출판사명을 리수로 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리고 마을을 흐르는 물처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며 소중한 존재로 사명과 역할을 다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더욱 흥이 났다.
우리 아이 이름이 출판사 이름이 된 지 몇 해 후 새로운 이슈를 몰고 온 이름이 있었다. 바로 하리수. 대번에 유명해진 이름이라 아이도 자기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친구를 주제로 글짓기를 해 상을 받아오기도 하고, 출판사도 이름을 대면 “하리수 할 때 리수요?” 하는 말을 듣곤 했다.
이 하리수 때문에 갑자기 마음 덜컥 했던 적이 있었다. 하리수가 계약사와 안 좋은 일로 관계가 종료되면서 ‘핫이슈’를 가지고 만든 이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리수 측은 대번에 ‘리수’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전 분야에 걸쳐  신청한 게 아닌가! 결론적으로 ‘리수’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통보를 받기도 전에 종전대로 하리수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해프닝으로 끝나버렸지만. 우리야말로 상표등록을 해놓았으니 망정이지 안 해놓았다면 정말 크게 마음 졸일 뻔했다. <대표 김현정>

 

 


마음산책…… 마음산+책, 마음+산책 = 마음산책

처음에는 ‘독서로 이루는 산’을 뜻하는 ‘마음산’으로  출판사를 등록하려 하였다. 한글 이름을 살려 쓰고자 한 것이었는데, 주변에서  ‘마음산’만으로는 왠지 추상적이라고들 하였다. 해서 출판사의  색깔을 강화하려  ‘책’을 더하여 ‘독서로  이루는 마음산의  책,’ ‘마음산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창업자 정은숙 대표는 ‘마음산책’이라 작명하면서 ‘마음+산책’의 의미결합구조를 염두에 두었다.  ‘마음으로 떠나는 산책, 사유의 산보’라는 뜻이 그것이다. 요즘의 ‘마음산책’은 ‘마음산+책’보다  ‘마음+산책’의 맥락에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마음산책’은 일반명사로 만든 회사명보다  특이하게 인식되었기에, 그  가치를 생각하고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하였다. 한데 이런 사실이 간과되어 웃음  짓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좀 생겨났다. ‘어떤 마음산책’이 책을 펴냈다가 ‘원조  마음산책’의 문제 제기로 회사명을 바꾸고, 기존의 책을 서점에서 수거한 일과 한 출판사가  책 제목을 ‘마음산책’으로 지었다가 차후에 표지갈이를 하고, 인터넷상의 정보 수정을 책임지기로 약속한 일이 그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온라인 카페, 음식점 같은 가게들, 그리고  기획 연재 글의 제목에서까지 ‘마음산책’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업계가 아닌 이상 그것까지야 어쩌겠는가. ‘마음산책’의 의미가 그들에게도 호소력이  크다는 걸 느끼며 웃을 수밖에. <편집부 팀장 최동일>

 

 

 

메디치미디어 …… 메디치 이펙트

메디치미디어는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가문은 요즘 말로 하자면,  좋은 것은 다 가지고 있다. 금융업으로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꽃의 도시 피렌체의  행정권을 인수했고, 문화와 예술을 진흥했다. 그러니 메디치미디어가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서로 시작해, 인문·사회 과학 책을 내고, 이어  미술·문학 같은 책을 낸다면 메디치 가문과  족적이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메디치는 당대의 ‘문예 식객’을  많이 거느렸다. 단테, 페트라르카,  다 빈치,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등. 21세기에 존재하는 메디치미디어는  거꾸로 필자를 섬겨야 한다. 많이  섬기고 싶다.
메디치는 통섭이다. 메디치 가의 세종대왕 격인  로렌초는 “식탁에서 미켈란젤로에게 무거운 조언을, 맞은편의 문인에게는 시나 경구를 던지고, 철학자와는 다양성 내의 통일성을  논했다.” 메디치 이펙트Medici Effect이다.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에는  창대하리라”는 게 세상사 법칙인데 너무 큰 이름을 지어놓은 게 아닐까 고민도  한다. 그래도 갈 길이 선명하니 좇아가는 이의 발걸음은 덜 힘들지 않을까 기대한다. <대표 김현종>

 

 

 

물푸레…… 유연하고 강하고 질긴 나무

물푸레는 나무 이름이다. 나무의 특성과 용도를 보면 유연하고 강하며 질기다. 철기(쇠그릇)이 개발되기 전엔 목기로 사용했으며 햄머 자루나 도루깨로 사용되는 등 친인간적인 나무이다. 북유럽에서는 키가 너무 커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伸으로 추앙받기도 한다고 한다.  1998년 잘나가던 전 출판사인 창현출판사가 어려움에 처했다. 매일 사무실 앞산을 1시간씩 오르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어느 날 물푸레 나무를 떠올렸고 상호를  바꾸게 되었다. 태생이 시골 출신(충주)이고 도구로 사용해보았기 때문에 쉽게 떠올리고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출판사 상호를 바꾸려하자 직원들과 거래처, 주변에서 왜 지금까지  잘 키워놓고 이미지 좋은 출판사 이름을 바꾸느냐는 우려와 반대가 심했지만 과거에 집착하고 소극적이며  부분적인 변화로는 그 당시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다행스럽게 첫 번째 책(『N세대의 무서운 아이들』)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고 출판사를 3년 안에 정상화 할 수 있었다. 그때 남  다하는 사재기 했으면 물푸레 빌딩  몇 개 올라 갔을 걸요! 사재기 하지 맙시다! <대표 우문식>

 

 


부크홀릭 …… 책에 빠진 사람들의 정체성

“홀릭은 좀 그렇지 않나요? 한국투자교육연구소라는  좋은 회사 이름 놔누고… 굳이  홀릭을… 점잖지도 못하고… (구시렁구시렁)” ㈜한국투자교육연구소의 출판 브랜드로 부크홀릭book-holic이 거의 확정될 무렵, 출판계 지인이  보낸 이같은 반응은 사실 내부적으로도 고심하던 바였다.
첫 책 『워렌 버핏만 알고 있는 주식투자의 비밀』에서 보듯 부크홀릭은 투자 관련 경제경영서를 주로 출간하는 출판 브랜드로 탄생했다. 특히 투자로만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인 가치투자를 지향하며, 이에 들어맞는 책들을 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워렌 버핏도 그렇고, 정석투자라 할 수 있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게걸스러울 정도로 책을 읽어대는 독서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책에서 인생과 투자의 가치를 찾는다. 그래서 이들의 자부심을  높여줄 수 있는 책과 이에  맞는 브랜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름 짓기가 결국 부크홀릭으로 귀결됐다.
알콜릭alco-holic에서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나 약간의 가벼움 때문에 처음에는 홀릭  대신 ‘마니아’나 ‘팬’ 같은 단어도 생각해봤지만, 막상 모니터링 결과는 달랐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독자층에서 ‘홀릭’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북’ 대신 무크mook를 연상시키는 ‘부크’라고 한 것은 출판계의 중견 편집자가 멋을 부려준 것을 그대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부크홀릭’이라는 이름이 예쁘다는 말을 곧잘 듣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함을 전한다.  <출판부문  대표 김재영>

 

 

 

부키…… 중간에서 한 박자 쉬어주세요

거참, 난감한 질문이다. 우습고 한심하게 보일까 봐 쓰고  싶지 않았으나…. 부키는 10여 개 거래처를 가진 이미 등록된 출판사였다. 새로 등록하는 것보다는  몇 개라도 거래처가 있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이유로 선배인 그 출판사 사장에게 명의를 넘기라고 윽박질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이름에서 언뜻 풍길지 모르겠지만, 부키는 원래 아이디어 종이접기를 만들던 아동물 출판사다. 일명 ‘아티부키’라고.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지 않나. 이 아티부키는 말이 출판사지 부업으로 출판사를 차렸던 터라 3년  동안 책을, 그것도 20쪽짜리니  책이라고 붙이기도 뭣한 책을 4권 내고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이렇게 열댓 개의 거래처와 약간은 유치(?)한 부키란 이름으로 불온서적을 내는 ‘부키’가 시작되었다. 우린 부랴부랴 이게 뭔 뜻인지 싶어 작은 사전에는  등재도 안 된 단어를 찾기 시작했다. 베개로도 쓰기 어려운 엄청난  크기의 사전에만 나오는 bookie의 뜻은  ‘1. 사설 마권업자 2. 상업적 출판인’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 전에는 저마다  해석이 달랐다. book에 key를 결합시키는 사람, book에 독일어 형용사형이라는 -ie를 붙이는 사람 등등. 그런데 사단이 났다. 해외 출판사나  저작권사들과 접촉할 때 ‘부키’가  아니라 ‘bookie’를 쓰다 보니 서양인들은 그 사전적 뜻이 영  그런가 보다. bookie의 한 필자가  책을 낸 지 한참이 지난 후 조심스럽게 회사 이름에 대해 한 말씀하셨다. 이에 부키 대표 왈, “그럼 boo 다음에 점을 하나 넣고 kie를 붙여!” <편집장 장미숙>

 

 

 

북스피어 …… ‘누’를 빼고 ‘북’을 넣으면

출판사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했던  그 일주일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얼른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말도 못할 만큼 지쳐 있었다. 대뇌  피질의 시상 하핵 구석구석이 추석 연휴가  끝날 무렵의 경부 고속도로처럼  막혀버린 기분이었다.
왜 세상에는 그토록 많은 작명소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나는  이름들을 닥치는 대로 적어 봤지만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를 만났던 건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 무렵이었다. 우리는 지인을 만나 닭갈비를  먹던 중이었고, 문득 그가 이름을 지었느냐 물었고,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그는 본인이 출판사를 차리면  써먹으려던 게 있다고  말했고, 우리는  눈을 반짝였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누스피어nooSphere, 어때요?” 누스피어라. ‘정신’을 뜻하는 ‘누noo’와 시공간을 뜻하는 ‘스페어Sphere’의 합성어란다. “차라리 누드피어가  낫겠는데요.” 우리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다시 하루가 지났다. 더 이상은 미룰 수가 없었다.  누드피어로라도 지어야 할 판이다. 그때 동료가 ‘누스피어’에서 ‘누’를 빼고 ‘북’을 넣으면 어때, 라고 물었다. 북스피어?  북스피어라. 코오. 듣자마자 그 이름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모르게 탁 하고 무릎을  쳤다…는 건 거짓말이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북스피어로 정했다. 왜냐.
더 이상 생각하는 게 지긋지긋했거든. 이름 따위 아무려면 어떠랴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떤가. 북스피어. Book sphere(공간), Books fear(두려움), Book spare(여분). 심플하고, 날렵하며, 재미있다. 무엇보다 움베르토 에코가 갈파한 바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어느 한 가지 의미를 선택할 수 없게 만든다”에 딱 들어맞을 만큼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의미는 그저 우리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대표 김홍민>

 

 

 

산지니……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

‘산지니’는 산속에서 자라 오랜 해를 묵은 매로서 가장 높이 날고 가장 오래 버티는 새이다. 전투적인 이름이지만 이 이름은 80년대에 내가 대학생활을 할  때 학교 앞에 있던 사회과학서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 시절에  그 서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고, 그 기억은 산지니란 이름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해주었다.
출판사를 창업하기로 결심하고 이름을 고민하다가 그 서점의  이름을 떠올렸다. 지역에서 3년 이상 버티면 오래 버티는 거라는 주위 분들의 걱정을 들어온 터라 오래 버티자는 의미에서 산지니를 출판사 이름으로 정했다. 그러나 의외로 산지니가 무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서는 항상 “산지니가  무슨 뜻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간혹 “산지니 수지니 해동청 보라매라도 다  쉬어 넘는~” 하는 고시조를 읊어대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가웠다.
창업 후 위기도 많았고, 별다른 이익을 내지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3년 이상 버티고 있는 것은 산지니 이름 덕분이 아닌가 한다. <대표 강수걸>

 

 

 

산하 ……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출판사를 차렸다.  출판사 이름을 ‘이삭’으로 정했다. 땀  흘리며 성실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거두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삭은  주로 사회과학 서적을 펴내던 출판사였다.  『철학 사전』 『제3세계와 국가자본주의』  등 모두 24권의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문화공보부의 납본필증을  받은 책은 한 권뿐이었다. 그러다가 1985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민족의 문학 민중의 문학』을 펴냈던 것이 문제 되어 출판사 등록이 취소되었다.
이듬해에 새로 출판사를 등록하면서 이름을 ‘산하’로 정했다. 작은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제 길을 가고 싶었다. 그리고 좀더 넓고 근본적인  곳으로 출판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산하는 그런 고민 끝에 얻은  이름이다. 산하라는 이름과 더불어 출판 방향도  새롭게 정했다. 이 땅의 현실에 뿌리 내린 어린이책을 만들기로 마음을 정했다. 우리의 눈과 손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올곧게 담아낸 책을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싶었다. 묵직하면서도 은근히 맵시 있는 책, 시간이 흘러도 어린이들의 좋은 벗으로 남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다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대표 소병훈>

 

 


삼천리 …… 책하면 삼천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하고도 분명히 알 수 있을 경우,  우리는 시쳇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라고 말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척하면  삼천리”라는 말은 가물가물해져 잘 사용하지 않는다. 나이 든 사람은 앞의 말을 잘 모르고, 젊은 사람은 뒤의 말을  잘 모르거나 쓰지 않는다.
우리 사는 세상이 하도 빨리 바뀌면서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이라지만, 부여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삼천리’를 출판사 이름으로  정했다. 주위 반응이 희한하게도 비슷했다.  우선, 열에 아홉은 “촌스럽다”며 대놓고 다른 이름으로 바꾸면  안 되겠냐고 ‘충고’를 했다. 삼천리 ‘자전거’, 삼천리 ‘연탄’, 심지어는 삼천리  ‘고물상’ 같은 말이 떠오른다
는 얘기까지 곁들이며 확인사살! 물론 애정 어린 걱정이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런 얘기를 하니 “그런가?” 하고 변심할 뻔도 했다….
나는 인문·사회과학 책을 펴내는 출판사  이름이 좀 촌스러운 것도  미덕이라고 자위한다.
“새것은 낡은 것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삼천리의 첫  책 『빅토르 하라』도 20년 전에 출간된 헌 책에서 나왔다. 먼 훗날, 혹시 ‘책하면 삼천리’라는 말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대표 송병섭>

 

 

 

소명출판 …… 실명, 익명, 무명

거친 생각이지만 존재는 혹 세 가지가 아닐까. 실명, 익명, 무명. 덧붙이자면 익명과  무명은 다르다는 말부터 하고 싶다. 무명. 이름 없는, 또는 잘  알지 못하는 존재를 일컬을 때 우리는 쉬이 ‘이름 없는  들꽃’이라거나 미약하나 존재는  하는 불특정의 ‘대상’을  그렇게 ‘무명’이라고 관행적으로 표현한다. 요즘은 세상의 영악함에  반발하듯 무명성 자체에 순정의 가치를 부여하는 의미에서 ‘자연스럽고 때 묻지 않은 맑은 존재’로 ‘이름 없는 들꽃’을 명명하기도 하지만 대개 무시의 투로 칭하는 말이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서설이지만 ‘이름’은 존재를 드러내는 가장 특징적인 방식이며, 그래서 소중하고 어렵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의 어려움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유를 업으로 하는 철학자나  시인은 이름을 얻는(짓는) 것이 곧 ‘창조’라고 한다. 존재의 탄생이라는 것이다.
잠깐, 지금 ‘소명출판’을 말하는 자리니까 언능 본론으로 들어가자. 먼저 딴지부터 걸어야겠다. 흔히 ‘OO출판사’ 하면 대표 OOO라는 등식이  은연중 출판계 내부에 있는 듯하다.
아니, 의도하는 듯하다. 못마땅하다. 출판의 속성 또는 본질과 다르다는 생각에서다.  출판사는 지식, 지혜, 사유의 집이다. 집 주인이 드러날 이유가 없다. 어떤 사유, 지혜, 지식으로 채워진 집이냐가 중요하다. 유사 지식이나 지혜, 사유를 나는 경멸한다. 소명출판 대표는 무명이나 ‘소명출판’은 존재한다. ‘소명출판’은  일종의 그런 ‘부채’를  의식하는 뜻에서 무명의 존재가 뒷감당할 요량으로 겁대가리  없이 지어낸 존재의 이름이다.  그런데 직설적 이름(존재)이어서 요즘 두렵다. 누군가와 이 두려움을 나누거나 아예 떠넘기는 꿈을 꾸곤 한다.  <대표 박성모>

 

 

 

아고라 …… 소공사도 괜찮지 않나요?

출판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질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어떤 사람들과 어떤 책을, 그리고 어떤 출판사를 만들고자 하는가? 물론 여기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유독 두 단어가 강하게 다가왔다. ‘소통과 공유.’ 책을 매개로 사람들(출판사 일꾼이든 독자든 간에)은 각자의 삶을 넘어 공동체적 문화를 공유할 수 있고, 그 속에서 다양한 사고들이 소통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책이 이를 위한 유일무이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수단임에는 분명하고, 이를 생산하는 출판사는 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고 믿는다.
맞다. 출판사의 이름에는 해당 출판사의 이념과 지향점, 그리고 구현 방식까지 모두 담겨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작업이라고 말하는 건 결코 아니다. 출판사를 창업하고자  한다
면 이 정도는 미리 염두에 둔 상태에서 진행해야지 않을까. 따라서 출판사의 비전과 목적을 잘 정리한다면 그것이 좋은 이름이라 생각한다. 우리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고라’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사실 소통과 공유를 줄여 소공사라고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 반응이 영…. 누군가는 소공녀가 생각난다, 너무 식상한 거 아냐? 심지어 그게 뭔데? 등등.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물화체, 상징어였다. 그것이 바로 아고라였다. 토론과 물물교환의 장場인 아고라. 내가 생각하는  책과 출판사, 그리고 운영방식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했고,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이 이름으로 정했다.
결론은 출판사 이름을 갖고 굳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이를 계기로 내가 지향하는 출판 정신이 무엇인지 다시금 곱씹어보면 좋을 듯싶다.  그리고 이를 정리하면 작업 끝!  <대표 김찬>

 

 

 

아우라 …… 아우라 있는 책

“아우라? 출판사 이름에 그게 없었나?” 종종 듣는 말이다. 가끔 “아고라?”’ 하고 되묻는 분도 있지만.
출판사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때는 작년 9월 초,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나도록 출판사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 순우리말로 짓기로 하고 수십 개의  이름을 생각해보았으나 좋은 이름들은 벌써 다들 등록이 되어 있었다. 11월 초순, 저자와 출간 계약할 시점이 닥쳐왔다.
원고를 주기로 한  저자를 만나 출판사  이름 없이  계약서를 쓰려고 했다.  그러자 저자가 ‘아라’는 어떠냐고 물었다. ‘바다’  ‘알’을 뜻하는 우리말이란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이미 존재하는 이름이 아닌가. 순간 ‘아라’에서 ‘아우라aura’가 떠올랐다. 이 이름도 이미 존재하겠지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고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아직 이 이름이 없는 게 아닌가.
책을 내는 이상 베스트셀러에 대한 욕심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베스트셀러와 아우라란 말이 잘 어울리진 않는다. 그럼에도 출판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아우라 있는 책’에 대한 지향 또한 포기할 순 없을  것이다.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으려던 생각을  접고 그 자리에서 ‘아우라’란 이름으로 출판계약서를 쓰고 그날로 출판사 등록을 해버렸다.  <대표 김성은>

 

 

 

알마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애칭

㈜알마는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계열사로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교양서를  펴내고 있다. ‘알마’는 아랍어로 “양육하다, 키우다, 영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BC 3-4세기 경에 실재했던 고대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애칭이기도 하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의해 창설되었으며, 그 당시 80만 권 정도의 도서를 소장했던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오늘날의 출판 기능도  함께 수행했다. 이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번역 사업을 펼쳤으며, 구두법(마침표와 쉼표, 따옴표 같은 부호들)을 정리하고 억양 표시도 도입했다.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약물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이다. 덧붙여 알마에는 또 다른 해석이 붙기도 한다. 편집자 가운데 두 사람이 빡빡머리 헤어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알마는 이름하여, “알마다”의 준말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속설이 따라 다닌다. <대표 정혜인>

 

 

 

연암서가 …… 이용후생의 뜻을 잇는다

사명은 보통 특정 이념이나 목표를 염두에 두고 짓는 경우가  많다. 출판사 이름은 그런 점에서 대표의 생각이나 지향을 다양하게 반영한다. 연암서가燕巖書架는 연암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의  문장가 박지원의 호에서 따왔다. 연암은  홍국영의 세도 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들어가면서부터 쓰게 된 호이다.  그는 기발한 문체를 구사하여 「양반전」 「호질」을 비롯한 여러 편의 한문 소설을 발표하였다. 이들 작품은 당시 양반 계층의 타락상을 풍자·고발하고 근대  사회를 희구하는 인간상을 그려냄으로써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홍대용, 박제가 등과 함께 청나라의 문물을 배워야 한다는 이른바  북학파의 거두로 이용후생의 실학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서가는 문이 달리지  않은 책꽂이를 뜻하는데 이 말이 쓰이게 된 것 역시 근세에 와서이다. 그전까지는 서적을 서궤書櫃에 넣어 두는 것이 상례였는데 넣고 꺼내기 편리하도록 대중적인 궤장과 선반을 한데 붙여서 만든 2층의 궤장이 만들어져 점차 대중화되어 일반 가정도 서가를  가지게 되었다. 연암서가는 연암의 실학적인 기풍과 이용후생의 뜻을 이어 문학, 역사,  철학, 정치, 경제, 사회 등 다방면에 걸친 관심을 구현해내고자 한다. <대표 전명희>

 

 

 

열번째행성……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정거장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여행이야기와 일상에서의  유머스러움.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퓨전 컨셉트, 따뜻한 인간애가 묻어나는 사람이야기로 살아 있는 감동을 드리겠습니다.”
열번째행성을 소개하는 글이다. 물론 이  소개글은 이후에 덧붙여진 것이고, 브랜드  네이밍 때문에 한참 머리가 아팠을 때는 달랑 ‘취미·실용·여행을 대표할 브랜드’의 필요성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시 위즈덤하우스는 카툰집 『딱지네 이야기』와 여행책 『결혼 전에 꼭 가봐야 할 낭만적인 여행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문·예술·문학을 출간하는 예담, 경제경영·자기계발서를 출간하는 위즈덤하우스 브랜드로는 위의 책들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으레 그렇듯이 브랜드 네이밍을 위한 몇 차례의 지난한 회의가 열렸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수백만 리터의 커피가 소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별 진전 없이 고만고만한 아이디어만 입에서 맴돌자, 결국 얼마간의 상금을 걸고 사내 공모에 이르렀다. 역시나 상금을 향한 본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지, 당시 마케팅 담당이었던  권대관 차장은 우연히 접한 뉴스에 주목했다. 태양계에 열 번째 행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뉴스! 바로 그거다! 존재하지만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열 번째  행성. 지금은 이름도 없는 행성이지만, 언젠가는  미지의 우주로 향하는 정거장이 될 희망의 별!
그렇게 제안된 ‘열번째행성’은 직원들의  만장일치로 새로운 브랜드  이름으로 정해졌고, 지금도 『친절한 여행책』 『호젓한 여행지』 『바다...위의..낭만 크루즈 여행』 등 특색 있는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홍보팀장 허형식>

 

 

 

윌북 …… 당신의 푸른 미래 윌북이 함께 합니다

우리 회사의 사명은 참 심플하다.  영어의 조동사   윌Will과 북Book의  합성어인  윌북WillBook은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헬리코박터가 들어 있어  효험이 있다는 요구르트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윌Will은 ‘잘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이 이름을 생각한 이주애 대표는 자기계발서를 포함해 에세이, 어학 등 출판의 여러 분야에 고루 어울릴 만한 이름을 고민했고 마침내 Will을  택했다. 우리가 기독교 서적을 출판하지는 않지만 사실 작명의 이면엔 가톨릭 신자인 대표의 종교적 믿음도 작용했다. 영어 성경에서 Will은 God? Will의 의미로 주님의 힘(권능)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지대로 되지 않는 일도 종종 있는 법. 전화로 회사명을 불러줄때면 상대방은 종종 웰북 혹은 일북으로 착각하곤 한다. 이 정도는 양호하다. 정말로 당황스런 상황은 한글로 썼을 때 발생한다. 2년 전 이맘때 오랜 망설임 끝에 우리 가족  네 명이 다 같이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몇 달의 준비 끝에 영세식을 위해  수녀님과 면담하는데 담당수녀님이 조심스레 입을 여셨다. “은지씨, 어려워 말고 말해주세요. 혹시  북한에서 오셨나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이람. 수녀님은 입교신청서에 쓰인 회사명을 ‘월북越北’으로 읽으셨던 것이다.  그나마 물어보셨기에 오해가 풀렸지만 묻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실 분들이 있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책 제목이 책의 내용을 담고 있듯  출판사 이름은 그 출판사의 철학을 담고  있다. 우리 책 판권에는 “당신의 푸른 미래 윌북이 함께 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책을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내는 책마다 오롯이 담고 싶다.  <편집부 이은지>

 

 

 

은행나무 …… 이름값 한다는 것의 즐거움

출판사 이름 짓기는 모든 출판 창업자들의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출판사 또한 세상의 수없이 아름답고 의미 있는 언어들 가운데 ‘은행나무’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미래 지향적이고 트랜디한 감각의 출판사 이름들과 비교해볼 때 ‘은행나무’는 왠지 촌스러운 첫인상을 안겨주는 이름이다. 하지만 잎과 열매 모두 쓸모가 있으며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은행나무의 충직한 특징을 떠올린다면 어쩐지 그 이름만큼 출판사에 어울리는 이름도 없지 않나 싶다. ‘사회와 독자 모두에게 쓸모 있는 책을 오래도록 만들겠다’는 출판인의 강한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가! 게다가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책갈피 사이에 곱게 은행잎 한 장 꽂아 넣던 아련한 감성까지….
이름 덕인지 은행나무 출판사는 창업 이래 10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꾸준히 성장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간혹 “거기 은행나무  침대죠?”라며 출판사를 침대회사로 둔갑시켜버리는 재밌는 독자들도 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100년이 지나도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우직한 은행나무의 모습처럼의 이름값을 해내는 것이리라. <대표 주연선>

 

 

 

이덴슬리벨…… 여러분, 모두 ‘이덴슬리벨’ 하세요!

“안녕하세요, 이덴슬리벨입니다.” “어디라구요?” “이덴슬리벨이요.”  “이덴… 뭐라구요?” “이덴슬리벨이요.”
서점과 처음 거래를 개설할 때나 처음 전화통화를 하는 상대방과 흔히 있던 일이다. 한국말인지 영어인지도 모른 채 반복해서 물어야 하는 저쪽도 답답했겠지만 몇 번이고 다시 발음해주어야 하는 이쪽도 곤욕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어느 때는 영어처럼 한글 스펠링을 일일이 불러주기도 했다. 철자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고 나면 몇몇은 이제 그 뜻을 물어온다.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아, 뜻은 참 간단합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뜻입니다.” “네?” “영어로 ‘Eat  & Sleep Well’이라고 쓰거든요.  ‘이덴슬리벨’은 이것을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은 것이구요.”  <대표 이재박>

 

 

 

이채 …… 다른 색깔, 이채異彩

출판사 이름이 처음부터 ‘이채’였던 건 아니다.  1997년 강남구청에 ‘비상구’라는 나름 그럴싸한 이름으로 등록을 마치고 책을 내려 했더니, 글쎄, 서초구청에 우리보다 늦게  등록한 또 다른 ‘비상구’가 먼저 책을 내버린 거다. 당시  좀 알려진 출판사의 자회사였던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 출판사 등록 관리가 전국구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구청별로 나눠져 있었다. 어쨌든 책의 유통이 혼란스러울 것 같아, 등록은 내가 먼저 했지만  그 이름을 포기하고 말았다.
대략난감에 빠진 나를 현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이우정  관장이 도와주셨다. 자신의 콘텐츠 보물함에서 ‘이채異彩’라는 이름을 하나 꺼내 건네준 것이다. 다를 이異, 채색 채彩, 직역하자면 ‘다른 색깔’이란 뜻이다. ‘이채롭다’는 우리나라  말이 이렇게 아름다운가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떤 분은 이체ICE로  아신다. 그건 독일 고속열차입니다. 또 다른  분은 이체로 아신다. 그건 계좌 이체移替입니다.  가끔 전화도 온다. 파주에  쇼핑몰 이채를 언제 세우셨어요? 예예,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니. 세명대 김기태 교수는 이채, 삼채, 사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간혹 던져주시니 고마운 분이 한두 분이 아니다. 앗, 새삼스러운 기억 한 가지. 책 표지에 출판사 이름을 異彩, 한문으로만 썼다가 옛 종로서적  직원에게 날벼락을 맞았다. 주문하는 데 지장있다고욧! <대표 한혜경>

 

 

 

책공장더불어…… 책공장 공장장

학보사 시절부터 패션잡지까지 근 15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는 늘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내로라하는 감독, 배우, 음악가, 예술가 등을 만나 그들이 만들어낸 생산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기사를 쓰고 나면 나는 그들의 생산물을 ‘소비하는 글쟁이’일 뿐이라는 생각에 늘 쓸쓸했다. ‘기사도 2차 창작물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공장에서 냄비, 숟가락처럼 삶에 꼭 필요한 생필품을 만들어내듯 나도 그런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1인출판사의 문을 열면서 주저 없이 ‘책공장’이라는 이름을 택했고 공장장이 되었다. 책공장 뒤에 따라붙은 ‘더불어’는 동물전문출판사이니  모든 생명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뜻을 담았다. 선배들은  무슨무슨 한자가 들어가야 출판사가  흥한다며 조언을 했지만 일절 무시! 그리곤 이제 새 책을 낼 때마다 책공장의 공장장은 이런 고민을 한다. ‘이 책은 숟가락처럼 사람들 삶에 꼭 필요한 생산물일까?’ <대표 김보경>

 

 

 

쿠오레 …… 마음을 담는다는 생각으로

출판사 이름이 ‘쿠오레’라고 하면 10명 가운데 1명 정도만 그 뜻을 알고 좋은 이름이라고 하고, 나머지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뜻이고 어느 나라 말이냐고 묻는다. ‘쿠오레cuore’는 이탈리아 말로 ‘마음’이라는 뜻으로, 영어의 heart에 해당한다.
아주 오래전 어린시절, 내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은 책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탈리아 작가 에드몬도 데 아마치스의 소설 『쿠오레Cuore』였다. 70년대에 계몽사 문고로  나올 때는 이름 그대로 『쿠오레』였고, 이후에는 많은  아동도서 출판사에서 『사랑의 학교』라고 한국식 제목을 달고 나왔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상하게도 10대 후반의  나이에도 그 옛날 낡은 책을 찾아서 다시 읽을 정도로 내 마음 깊이 들어앉아 있었다.   
출판사 재직 중 자매출판 브랜드명을 지어야 할 때조차 이  이름을 제안했고, 결국 내가 꾸리게 된 출판사 이름으로 쓰게 되었다. 순우리말 이름이나 영어식 이름이 아니라 많이들 낯설어하지만, 절대적으로 끌려가는 이 ‘마음’을 어쩔 수가 없었다.
좋은 책 만든다는 명분을 출판사 이름을 통해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원래 체질에 안 맞기도 하지만, 간결하고, 은근하며, 신비한 듯한 이 느낌이 지금도 좋다. <대표 김미진>

 

 

 

파라북스…… 최고, 최상을 향하여

출판 독립을 선언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친 일은 출판사 이름이었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땐 사계절출판사에 있는 친구를 만나면 “나는 오계절로  할겨”, 더난출판사 관계자를 만나면 “난 잘난출판사로 할겨”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지만, 막상 출판사  이름을 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자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 결혼 후 얻은 첫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와 비슷했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함을 놓치지 않고, 정감이 가면서도 권위가 느껴지는… 등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최강의 이름을 짓고자 하는 욕심이 절로 생겼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조바심을 내어  되는 일이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출판사 이름 역시 출판을 시작할 때 가진 자금이나 인적 구성, 출간도서의 방향 등의 조건들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만들어졌던 것이다.
㈜파라북스는 지업사, 제본소, 출력소 등의 출판 관련업체가  투자해 만든 출판사이다. 출판사에 투자하신 분들이 제작업계에서는 모두 선두업체인  만큼 ‘최고, 최상을 향하여’라는 의미를 가진 ‘파라[빠라]’라는 인도 말을 따서 출판사명을 정했다.
그러나 그 말이 가진 뜻은 둘째  치고 우선 발음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일이 종종 생겼다. 출판에 관계하지 않는 지인들은 “책을 파니까 파라북스인가?”라 하고 서점에 가면 “책을 많이 팔아 달라고 파라북스야?”라고 했다. 또 평소 발음이 좋지  않은 나는 전화로 파라북스를 말할 때는 “도레미파의 파, 솔라의 라, 파라북스”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출판사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지나가고 있다. 파라북스는  아직 파라의 의미처럼 출판업계 최고가 아직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열정만큼은 출판사 이름에 못지않다는 걸 자랑으로 여긴다. <대표 김태화>

 

 

 

파란자전거 …… 자전거에 담긴 아름다운 꿈

파란자전거… 참 예쁜 이름이죠? 파란자전거는 도서출판  서해문집의 어린이책 브랜드이다.
1990년 시작된 서해문집은 주로 역사, 인문 등 제법 묵직한 책들을 출간해왔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0년부터 이름처럼 예쁜 파란자전거의 책들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파란자전거란 이름은 자전거에 담긴 아름다운 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동력의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으로서 우리의 두 발을  대신해주는 자전거처럼, 파란자전거는 어린이들의 벗, 나아가 지구의 벗이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그러면 ‘파란’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음… 빨간 자전거, 노란  자전거, 분홍 자전거, 초록 자전거보다  그냥 파란 자전거가 좋았다. 그저 우리의 미적 취향이랄까?
아, 재미난 일화 하나! 언젠가 회사 차로 업무를 보러  갔었는데(회사 차에는 서해문집/파란자전거 로고가 새겨져 있음), 그날 일을 도와주시던 어느 인부 아저씨 왈,  “그 이름 참 특이하구먼? 그런데 그 자전거 가게는 어디 있는 거요? 근처에서 본 적이 없는데…” 하시는 거다. 하긴, 어느 물품업체에서 서해문집으로 보내온 청구서에도 ‘서해문짝집’이라고 되어 있어 한바탕 웃음이 낭자했었다(‘서해문집’을 [서해문찝]으로 읽으셨나  보다). <편집장 김선정>

 

 

 

푸른길 …… 푸른 지리책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역사책은 많지만 지리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지리학을 전공한 나에게는 한편 슬프면서도 목표할 만한 일을 발견하는 계기였다. 나름 지리 분야와 어울리는 우리말로 된 세련된 이름을 찾고자 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없고 머리만 아팠다.
어느 날 아침 푸른 강물과 햇살에 빛나는 풀들이 호위하는 올림픽대로를 달리고 있는데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푸른 길’이었다. 그래 푸른 길~. ‘푸르다’는 우리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주는  낱말이다. 젊음이나 희망, 포부 등을  상징한다. ‘길’이라는 단어 또한 지리학도에게는 아주 친숙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희망이나 목표를 뜻한다. 푸른 길. 한번 떠오르자 더 이상의  고민이 필요 없었다.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과 그 위의 삶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책, 그런 지리책을 만들고 싶은 것이 나의 희망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지리 전문 출판사라고 하기에는 종수나 판매에서 매우 부족하지만 아직도 나는 이름처럼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 <대표이사 김선기>

 

 

 

푸르메…… 인간과 책의 정신을 푸르게, 푸르게!

누구나 그렇겠지만, 출판사를 내면서 가장 고민한 게 바로 출판사 이름이다. 그 이름 하나에 앞으로 출판하고자 하는 분야며 출판물의 성격을 다 담아 표현하려다 보니 더욱 그랬다. 주변에 모니터링도 하고, 국어사전이며 갖가지 참고도서를 뒤졌지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은 있었다.  첫째, 외래어가 아닌 우리말로 된 이름이되  영문 표기시에도 어렵지 않을 것(외국에 책을  수출하거나 도서전에 부스를 낼  때를 대비해서이다). 둘째, ‘OO북스’라는 어설픈 조합의 이름은 피할  것(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이름이다). 셋째, 글자 수가 석 자를 넘기지 말  것(다분히 디자인적인 이유인데 책등에 세로로 표기하지 않아도 되는 글자 수이기 때문이다). 넷째, 산이나  자연을 표현한 이름일 것(개인적으로 워낙 산을 좋아해서이다)이었다.
어느 날 출판사명을 고민하면서 북한산을 오르는데 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나 책을 읽는 사람이나 늘 푸르름 속에서 살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축복일까. 그렇게 해서 “인간과 책의 정신을 푸르게, 푸르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푸름에(into the Green)’, 즉 ‘푸르메Prume’가 탄생되었다. <대표 김이금>

 

 

 

플래닛…… 언제 한번 인사드려도 될까요?

출판사를 차린 지 1년 만에 드디어 첫 책의 필름을 인쇄소로 넘긴 직후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을 들었다. 플래닛미디어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와 이름이 너무 유사해서 서점과  거래를 트기 어려울 거라는 얘기였다.  그 말을 누가 했느냐,  바로 교보문고 구매팀장이었다.
플래닛미디어 대표가 자기와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며 그 회사보다 출판사 등록일이 늦다면 거래가 불가능할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플래닛미디어는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출판사였다. 당연히 출판 등록이 빠를 터였다. 그랬다, 내 마음속에서는 플래닛이라는 이름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제안한 동업자들에 대한 원망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1년을 백수 사장으로 지내면서 만든 첫 책을 파쇄하고, 출판사 이름 짓기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고민은 금세 해결되었다. 놀랍게도 플래닛미디어와  플래닛은 등록일이 같았던 것이다!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다. 플래닛미디어로 들어갈 팩스가  플래닛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심지어 플래닛미디어로 입금될 돈이 플래닛의 계좌로 들어온 적도 있다. 최근에는 2차 대전 이후의 유럽사를 다룬 『포스트워』라는 책을 냈는데, 군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플래닛미디어의 책들과 함께 주문서가 들어오기도 했다.  분명 플래닛미디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을 터이다. 플래닛미디어 대표님, 언제 한번 인사드려도 될까요? <대표 안성열>

 

 

 

함께가는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사랑 속에 형제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형제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너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 숨어있는 콘텐츠를 찾아라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삼국시대’는 엄밀히 말해 562년부터 660년까지의 98년  동안에 지나지 않는다. 가야와 부여가 600년 이상 존속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와 상호 유기적인 협조 또는 경쟁 관계를 맺고 있었다. 부여가 실질적으로 연나라와 고구려의 위성국 지위에 머물다가 494년에  그 왕족이  고구려에 투항하였으므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사국시대’인 것이다.
가야북스와 가야미디어의 대표인 김영철 회장이 영국 팬더자동차회사를 정리하고  귀국하던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사국시대’는 낯설기만 했다. 김 회장은 출판·잡지를 통한 문화사업을 구상하던 중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가야’를 떠올리며 사명에 쓰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소중한 역사인 ‘가야’를 발굴하고 재평가하여 역사의 한 줄기로 정립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단행본과 잡지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더군다나 ‘KAYA’는 외국인들이 기억하기에도, 발음하기에도 편한 단어인 점이 더해졌다. 덧붙여 한마디, 가야대학교, 가야산, 가야농장… 등과는 전혀 관계없다.  <편집장 김영회>

 

 

- <기획회의> 233호 (2008.10.05) 에서 무단으로 가져왔다. <필동 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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