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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서평_진보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박정희 체제

광주매일신문>

진보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박정희 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이광일 지음

자유주의적 이분법으로 재생산되는 박정희 신화 비판
경제 성장과 독재를 분리해 평가하는 논쟁 구도 거부 박정희 체제,


입력날짜 : 2011. 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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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한 지 올해로 꼭 50년이 된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 얼굴의 ‘박정희’가 있다. ‘못난 후손들에게 홀대를 받던 박정희의 환생’을 꿈꾸는 이들은 박정희 기념관 건립과 교과서 수정작업 등을 통해 박정희가 5천년의 가난을 극복한 ‘불세출의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로 재조명되길 갈망한다.
그들에게 5·16쿠데타는 조국근대화 혁명의 출발점이고,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은 한국사회를 가난에서 해방시켰으며, 경제 발전이 가져온 풍요가 이후 민주화의 토대가 됐고, 유신체제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발현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그들은 ‘대한민국 전체가 박정희의 기념관이자 박물관’이 되길 꿈꾼다.
박정희의 또 다른 얼굴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자유주의적 평가’다. 박정희 체제가 ‘경제개발과 경제성장에서 크게 공헌’했지만, ‘군사쿠데타를 통해 민주주의의 자생적 발전을 가로막은 독재자’였고 ‘민주주의를 희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이며, 유신체제는 반민주 독재체제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이 같은 자유주의적 평가는 박정희 체제가 ‘경제성장과 독재’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지만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얼굴만이 집중 평가되고 부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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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부부.

그래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박정희와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는 ‘산업화가 먼저냐? vs 민주화가 먼저냐?’, ‘경제발전이 가져오는 풍요가 민주주의를 동반한다’ vs ‘민주주의를 먼저 했어도 경제성장이 가능했다’는 양 대극을 형성하고 있다.
박정희와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두 대척점과 논쟁구도는 타당한가? 이 책은 이 논쟁구도 자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박정희 체제에 대한 흔한 비판서가 아니다.
바로 ‘박정희 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에 대한 비판서’다.
즉, 비판의 초점이 ‘박정희’가 아니라 ‘박정희 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이분법’에 맞춰져 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이분법에 기초한 평가는 크게 두 가지로 드러난다.
‘박정희 정권이 그나마 최소 민주주의가 유지됐던 제3공화정을 유신체제라는 공개적 독재체제로 전환시켰기 때문에, 즉 최소 민주주의를 부정했기에 비판받아야 한다’는 평가와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경제발전을 이룬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유신체제라는 반인권, 억압의 독재체제를 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판받아야 한다’는 평가다.
저자인 이광일씨는 ‘자유주의적 이분법’에 대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이해, 즉 국가가 과연 민주주의의 담지자, 그 주체일 수 있는가라는 관점과 경제와 정치를 분리시킬 수 있는가?, 다시 말해 국가의 반인권, 억압의 주요 대상이었던 노동자, 농민, 빈민의 문제를 경제 문제와 분리시킬 수 있는가라는 관점 두 측면에서 발본적으로 비판한다.
저자에게 정치는 민주주의의 실현이고, 민주주의란 곧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동일성이자, 인민의 자기지배의 실현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선거 민주주의와 동일시하거나 한정시키는 자유주의적 이분법으로는 자기의지의 실현으로서 민주주의의 재구성은 이뤄질 수 없다.
또한 박정희 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이 노동자와 민중들의 삶과 노동의 고통이 곧 경제성장의 열쇠였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경제발전의 업적은 인정하나 독재를 했기에 비판받아야 한다는 평가는 경제발전과 외재적으로 독재 자체를 분리시켜 결국 경제성장이라는 신화를 받아들이고 경제발전 자체에 내재해 있는 불평등한 사회적 관계에 눈을 감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박정희 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이 박정희 신화를 유지키시고 박정희 체제를 환생시키는 생명수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사회는 지난 50여년 간 박정희 체제와 그리고 그 늪에 갇힌 자유주의적 정권 모두를 경험했다. 이제 이 두 대립항의 시대, 그 이분법의 덫을 어떻게 벗어던질 것인가가 역사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보수 지배세력은 이 두 대립항, 즉 산업화와 민주화를 선진화로 통합하자는 시도를 한다. 자유주의 세력은 과거로의 회귀를 비판하며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의 틀에 안주한다.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는 이런 대립항을 뛰어 넘어 이론과 실천에서의 민주주의의 급진화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과거의 박정희 체제에 대한 평가만이 아니라, 미래의 한국사회가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역사의 진보를 꿈꾸는 자들이 박정희 체제라는 늪을 벗어나고 자유주의적 이분법이라는 덫을 벗어던질 수 있는 논의와 성찰의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메이데이·1만7천원>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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