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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진보의 시각 제시 - [경향신문] '책과 삶'

[책과 삶]선명한 진보의 시각 제시      

 

ㆍ잘못된 비판 탓 ‘박정희신화’ 여전
ㆍ정치·경제를 분리하는 ‘틀’이 문제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이광일 | 메이데이

박정희 시대의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고도압축성장을 두고 보수 쪽은 ‘독재·권위주의 불가피론’ 같은 소극적·수세적 옹호를 펴다 ‘선진화론’이란 적극적 담론을 들고 나와 ‘박정희제체’를 정당화하고 있다. 진보나 자유주의 세력의 평가는 여럿인데, 민주주의 억압과 인권탄압을 비판하면서도 경제성장과 산업화는 업적으로 인정하는 견해도 한 갈래다.

책은 이 같은 “경제발전의 업적은 인정하나 독재를 했기에 비판받아야 한다”는 진보 일각과 자유주의 세력의 ‘자유주의적 이분법’과 인식틀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박정희체제에 대한 자유주의적 비판에 대한 ‘비판’이다. 이분법이 보수담론 못지않게 ‘박정희 신화’를 지속시키는 힘이며, 박정희 비판자들을 ‘또 다른 박정희’로 만드는 ‘덫’이라고 분석한다.
 
박정희체제의 고도압축성장에 대한 책의 관점은 뚜렷하다. 경제성장과 반인권·억압의 독재는 동전의 양면이 아니다. 저자는 “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동력이었던 노동자들, 이른바 ‘산업역군’으로 칭송되었던 바로 그 노동자들이 ‘국가의 반인권·억압정치의 주요 대상’이었다”고 말한다. 1970년대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의 분신,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똥물투척사건’, 유신체제 붕괴에 영향을 미친 YH사건에서 볼 수 있듯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정희는 유신체제 이후 노동조합법 등을 개정하면서 전경련과 경총이 건의한 사항을 거의 관철시켰고 모든 비판의 목소리를 봉쇄했다.

‘죽은 박정희’는 산 사람들의 삶과 정치에도 영향을 미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리더들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이분법의 인식틀을 가졌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분법은) 경제발전의 토대 위에서만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배적 발상의 수용으로 귀결된다”면서 “바로 이것이 ‘산업화세력(수구세력)과 민주화세력(자유주의세력)의 연합’이라는 언술로 포장된 3당합당, DJP연합이 가능할 수 있었던 기저의 논리”라고 진단한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지금-여기’로 확장된다. 세계 10위 안팎의 무역규모이면서 9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는 현실, 저자는 “9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존재하기에 세계 10위의 무역규모를 자랑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그들(자유주의 세력)은 놓치고 있다”고 말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착취와 수탈, 배제와 억압의 사회관계들, 권력관계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된 결과로 보는 것이다.

대중 학술서를 표방한다. 박정희체제가 등장한 5·16쿠데타부터 10·26까지 정치·노동사 분석이 주된 내용이다. “경제성장은 노동자착취의 결과”라는 주제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구시대적 운동권 틀’이란 지적에 구애받지 않고, 선명한 진보의 시각을 관철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1.5.20.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
박정희체제, 자유주의적 비판 뛰어넘기
이광일
메이데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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