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6월의 읽을만한 책: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강산무진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김훈
출판사 : 문학동네
2006.04.17 / 382쪽 / 11,000원
김훈은 특유의 감각적 문체로 빛나는 산문을 발표해 오다가 장편소설 『칼의 노래』를 발표함으로써 90년대 이후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가 발표한 작품은 많지 않지만, 그것들은 발표될 때마다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단편소설로는 2003년 「화장」을 처음 발표했는데, 그 작품으로 이듬해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8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이 8편의 단편을 묶어서 출간한 것이 『강산무진』이다.
김훈의 소설은 삶의 피폐한 속모습을 집요하게 들추어낸다. 대개의 경우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지만, 그 일상을 한 겹만 벗겨보면 가족의 병이나 갈등 그리고 사회적 모순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억지 평정 뒤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욕망까지 내면에 상처를 내고 있다.
일상적 삶 자체로부터 아무 이유도 없이 소외당한 존재의 내면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를 묶고 있는 수많은 고통과 욕망의 끈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김훈의 소설은 어떤 면에서 잔인하기조차 하다. 『강산무진』은, 오랜만에 만나는, 삶의 고통과 허무에 정면대결을 하는 소설집이라 할 수 있다.
추천위원 : 이남호(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세종, 조선의 표준을 세우다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이한우
출판사 : 해냄
2006.04.17 / 484쪽 / 13,000원
예나 지금이나 국가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역사전공자들이 등한시한 주제 중의 하나가 또한 이것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으나 우리 역사에 대한 허무주의나 사회경제사학의 풍미, 민중사관 등이 작용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그러한 학계의 흐름에 별 상관이 없는 저널리스트가 조선왕조실록을 근간으로 하여 역사에서 배우는 조선시대 군주열전을 기획하고 태종부터 시작하여 제2탄으로 펴낸 것이다. 조선시대를 조선시대의 눈으로 보겠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라고 하는 바, 이는 조선왕조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기도 하다.
성군으로서의 세종상에 머물지 않고 세종의 인간적인 고뇌와 신권과의 갈등,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까지 면밀하게 추적하면서 세종을 ‘조선의 표준을 세운 임금’으로 그려내었다.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사교양서이다.
추천위원 : 정옥자(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오강남
출판사 : 현암사
2006.04.05 / 376쪽 / 15,000원
오늘날 세계화와 국제화, 혹은 개방화의 추세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문물이 급격하게 교류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주제가 되는 것이 종교적 분야이다. 종교는 인생관과 세계관, 가치관 등 삶의 체계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교가 양립하기 어려울 때가 많이 있다. 종교다원주의는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시대적 요청의 성격을 띠고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비교종교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인류 문호의 주요 유산인 불교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가령, 기독교의 ‘회개’, ‘기도’, ‘사랑’ 등은 불교의 ‘깨침’, ‘염불’, ‘자비’ 등을 이해하고 비교함으로써 그 진정한 의미에 더욱 접근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교에서 뿐만 아니라 기타 모든 분야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자세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프로스트가 “좋은 담은 좋은 이웃을 만든다네” 하고 읊었을 때 그것이 참으로 무슨 뜻인지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종교 사이에도 담은 너무 높아도 안되고 너무 낮아서도 좋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추천위원 : 엄정식(서강대 철학과 교수)


후발 산업화와 국가의 동학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하용출
출판사 : 서울대학교출판부
2006.04.25 / 282쪽 / 13,000원
한국에서 압축적 산업화를 이루어낸 박정희의 발전국가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축적되었으나 여전히 외국 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데에서 나온 신화가 걷히지 않고 있다. 하용출 교수의 『후발 산업화와 국가의 동학』은 한국의 발전국가의 탈신화화를 시도한 역작이다. 저자가 벗기려 한 발전국가의 신화는 한국의 산업화가 관료적 합리성을 갖춘 강성국가의 관료에 의해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국가의 관료를 해부한 결과 저자는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관료는 오히려 탈관료화되고 강성국가는 공동화(hollowing-out)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후발 산업화를 급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관료는 베버가 이야기한 이념형적인 관료의 성격을 상실하고, 관료제의 특징인 실적주의는 지연 · 학연의 연고주의와 결합하였고, 무소불위였던 강성국가의 관료가 기업과 ‘명령적 의존’관계에 빠지고 급기야는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공동화된 명령’을 하는 단계로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입안과 집행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상공부 관료들과, 이들과 수시로 접촉했던 기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공부의 인사정책, 정책결정 과정, 정책집행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자신의 논지의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추천위원 : 임혁백(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러시아 경제사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따찌야나 미하이로브나 찌모쉬나 / 이재영
출판사 : 한길사
2006.03.30 / 520쪽 / 30,000원
이 책은 9세기에서부터 사회주의를 거쳐 페레스트로이카에 이르는 러시아의 역사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통상 제 학문에서 우리는 이론을 통해 배우는 부분이 있고 역사를 통해 배우는 부분이 있다. 자연현상은 그렇다하더라도 사회현상에 이르면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서구적인 보편성만으로 해명하기 힘든 한국사회에서 역사 연구와 역사 읽기는 대단히 중요하다. 심지어 경제학이론보다 경제사가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이해하는 데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학자도 적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경제사뿐만 아니라 주요국가의 경제사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불가결하다. 그러므로 서구에 뒤진 자본주의국가로서의 혁명 이전 러시아, 공산주의 하에서의 소련, 공산주의로부터의 이행으로 나뉘는 러시아의 경제사는 의미 있는 읽을거리이다. 더구나 이러한 시대구분은 한국의 개항 이전 혼란기, 일제시대와 해방 이후, 그리고 IMF 위기와 시기적으로 대체로 일치되어 러시아와 한국의 사회 및 경제에 대한 비교를 자못 흥미롭게 만든다. 러시아에 대한 연구서는 한국에 별로 많지 않으며 러시아어로부터 직접 번역되었다는 점에서도 이 번역서는 학계와 독서계에 공헌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경제사가 경제학에서 인문적인 요소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이기 때문에 경제학 고유의 딱딱함에서 벗어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추천위원 : 홍훈(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대한민국 파워엘리트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김기훈 외
출판사 : 황금나침반
2006.04.12 / 424쪽 / 18,500원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파워엘리트는 누구인가? 이 책은 한국사회 파워엘리트의 연줄망을 정계, 재계, 관계, 학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대상으로 파헤치고 있다. 중앙일보의 탐사기획 ‘한국사회 파워엘리트 대해부’ 시리즈를 엮은 것으로, 이 책을 통해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파워엘리트의 기원, 구조, 특성,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해방 이후 급속한 근대화의 과정에서 한국사회는 개방되어 가고 있지만 파워엘리트에 의한 자원과 가치의 독과점은 여전히 심각하다. 그러나 이 책은 한국사회의 파워엘리트 구조가 서서히 ‘집중’에서 ‘분화’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파워엘리트는 비록 똘똘 뭉쳐진 집단이지만, 여러 분야에서 탈(脫)집중화가 감지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나타난 권력이동이 차별극복과 세대교체를 가져 온 결과이다.
우리의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은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다. 이 책이 제시하는 미래엘리트 육성책이 그 하나의 해답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엘리트 교육시스템으로 파워엘리트의 재생산을 넘어설 수 있는 수평적 네트워크 사회의 출현이 가능한가 하는 것은 의문으로 남는다.
추천위원 :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인체 시장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로리 앤드루스 외/ 김명진 외
출판사 : 궁리
2006.04.25 / 390쪽 / 13,800원
지난 몇 달 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사건'의 난자 수급 상황을 통해 우리는 우리 몸의 일부가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목격했다. 하지만 난자 매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생명공학의 발전에 따라 심장이나 간과 같은 장기는 말할 것도 없고 호르몬이나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부분이 상품화될 수 있고 실제로 그들 중 상당수는 이미 거래대상이 되고 있다. 이른바 '인체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를 마치 금광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마치 한 때 금을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몰려들던 사람들처럼 무섭게 덤벼들고 있다. 이미 시장은 형성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법규과 개념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시장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물론 결국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 모두의 필독서이다.
추천위원 : 최재천(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최행귀 외
출판사 : 보리
2006.04.20 / 480쪽 / 22,000원
1960년대 북한에서 출간된 이 책의 내용을 접하며 두 가지에 놀란다. 첫째는 명징하고 쉬운 번역문. 이 책의 편자들이 지향한다는 ‘사회주의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는 명료하지 않지만, 이토록 잘 읽히게 번역된 고문은 국내에서도 드물다. 둘째는 선인들의 예술관에 담겨있는 현재성이다. 연암 박지원의 글 중 ‘옛것을 배우랴 새것을 만들랴’ 편은 우리 당대의 학자, 예술가들도 함께 고민하는 과제다. 더 나아가 내용과 형식의 갈등, 예술의 개인성과 사회적 가치, 재능의 선천성과 인위적 노력의 사이 등 옛 선비 33인의 문학관, 음악론, 화론에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문제의식이 가득하다.
글이 선정된 인물은 고려조 최행귀에서 조선말 신재효까지의 세월을 아우르는데 적어도 옛 선비의 등급 구분에는 남북이 따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만 권말에 담긴 북한학자 신구현의 긴 해설은 조야하고 기계적인 목적론에 불과한 글로서 아쉬움을 남긴다.
북한저작물의 국내출간이 남북교류 상의 방편적 의의를 지니는 경우가 많지만,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 훌륭한 독서물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의 고문 번역능력에 각성을 촉구하는 역할도 할 것을 기대한다.
추천위원 : 김갑수(문화평론가)

 

 

 


호남명촌 구림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구림지편찬위원회
출판사 : 리북
2006.04.03 / 536쪽 / 28,000원
명촌(名村)은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 산 좋고 물 좋고, 무엇보다도 인심이 좋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산 좋고 물 좋다는 것은 자연이 좋다는 뜻이고, 인심이 좋다는 것은 넉넉한 정신문화가 살아있다는 뜻이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도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인심이 좋지 못하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곳은 명촌일 수 없으므로.
『호남명촌 구림』은 영암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마을 구림의 이야기다. ‘비둘기 숲에 깃든 공동체’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구림(鳩林) 마을은 자연과 사람이 잘 조화된 호남의 명촌이다. 월출산 달맞이에서부터 천 년 고찰 도갑사에서의 기도까지, 구림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니다. 멀리는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에서 가까이는 지금 그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이 책은 구림이 어떤 정신으로 인간을 이끌어오고, 인간이 어떤 마음으로 구림을 닮아갔는지를 넉넉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림 마을 사람들이 손수 쓴 마을공동체의 역사라는 점에서 향토 역사서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추천위원 : 이주향(수원대 교양학부 교수)

 

 



박테리아 할머니 물고기 할아버지
추천월 : 2006년 06월
저 / 역자 : 김성화, 권수진 글/ 임선영 그림
출판사 : 창비
2006.03.31 / 92쪽 / 9,000원
이 책은 생명과학, 발효과학, 에너지과학 등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제를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한 책이다. 생명에 대한 역사를 그림과 대화체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이 책을 읽으면 과학과 한층 친해질 수 있다.
1장에서는 나와 우리 집안의 족보에서 출발해 인류의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의 삶을 알아보고, 포유류의 조상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2장에서는 태초의 생명 탄생에서 시작하여 원생생물 시기, 다양한 바다 생물의 출현, 물고기가 육지에 올라온 사연 등 다양한 생명 진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의 어린 시절과 비글호 항해 시절 등을 들려주면서, 다윈이 생각한 진화론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짚어준다. 살아있는 것들이 진화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는 성장기 아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주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젖먹이동물(포유류) 중 생쥐가 가장 먼저 생겨난 조상이라는 것, 인류의 시조 할머니 이름이 ‘루시’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내가 진정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욕구는 어른이나 아이 모두 공통된 관심사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과 소중함 '나 자신'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추천위원 : 김자연(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