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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0
    "미디어문화행동" 자체의 실험성: 문화연대 공간 사용에 부쳐
    아, 넷!

"미디어문화행동" 자체의 실험성: 문화연대 공간 사용에 부쳐

신자유쥬의 세계화 반대 미디어문화행동(http://gomediaction.net)은 현재 종로3가 운니동 51번지에 대한 문화연대(http://culturalaction.org)의 쪽방에서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연대 활동가들의 선처로 2006년 초부터 미디어문화행동(미문동)의 입장에서는 평화로운 점거가 가능했던 것인데요... 미문동의 활동이 저조하고, 문화연대의 재정 등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러한 미문동의 공간 사용이 힘들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문화연대가 올해 이사를 갈 계획인데, 미문동에 방 하나를 주기가 어려울 수 있고(문화연대 아니라면 사실 어느 조직에서 이렇게 해올 수 있었을까 싶고), 사실 이사 가기 전에도 방을 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할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해 전해듣기만 한 것인데...

이러한 상황에 처해, 운동사회에서 미디어문화행동 자체가 갖는 실험성이 있고, 이에 대해 좀 더 투자해달라는 주장의 메모를 해보았습니다. 쉬운 건 아니지만...


미문동이 2005년 하반기에 네트워크 형태(공동행동)로 조직된 이후의 활동들과 비교해서 현재는 많이 달라져있는데, 아시다시피... 어떤 지향을 갖고 어떤 활동/사업으로 현재 미문동이 존재하는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고, 계속 정리되고 있는 중인데요... 이걸 문제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저는 하나의 실험으로도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도 그렇지만 운동사회에서도, 그 지속가능성에 비추어 어느 하나의 "조직"이나 "모임" 형태가 지배적인 형태로 수렴되어 되어왔는데요: 예를 들어, 회원제와 회원의 책임 원칙(정관)이라든가, 제정확보 방식이라든가, 사무실이나 작업실 등의 공간이라든가, 대중사업 등등... / 미문동의 경우는, 계속 변화를 거듭하면서, 이러한 조직 형태에 있어서 지배적인 형태를 갖추기 힘든 조건이기도 했지만(그래서 문제적이고, 불안정하고, 어떤 분들은 이걸 계속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도 되기도 하고), 사실 기존의 지속가능한 조직의 형태가 아닌 형태로 이것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자체에서 그 실험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의 문화연대를 비롯해, 진보넷, 노동넷, 한독협 등의 공동행동 형태는 아펙, WTO, 그리고 한미FTA 초기 정도에서 그 지속가능성을 다 소진했고, 이제는 여기에 결합하는 사람들, 각 개인들의 네트워크 형태로 지속되고 있고, 뭔가 계속 해보려고 하면서 지속되고 있는 중인 듯 합니다... 꼭 미문동만 그런 건 아니고, 수많은 (교육이나 워크숍 이후의) 후속모임이나 자발적 모임들도 비슷할 텐데, 좀 진행되다가 흐지부지 해체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계속되기도 하고...
그런데 어느 모임이 계속 될 때, 특히 미문동의 경우는: 심지어 돈도 없고 뭔가 제대로 하는 것 같지도 않고(비전도 없는 듯 하고) 한데, 뭔가 여기에 오면 사업/활동의 공백을 메꿔주는 듯한, 최소한의 가능성은 느껴지는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놀다보니까, 사실 다른 곳에서 상근하면서 이와 유사한 활동을 하는 게 이제는 좀 싫어진다는 생각도 들고 합니다... 물론, 생계가 막막하니 반상근 정도는 해야하는 게 아닐까 가끔 생각도 들지만요...
하여간, 이렇게 지속되는 이유나 근거, 이게 무엇이냐? 기존의 지속가능성의 요소들(돈, 인력, 어느 정도의 규모 등)과 다른 어떤 요소들이 존재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현재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에서, 새로운 사회 조직화 방식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조직도 아니고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도 아닌, "조직된 네트워크"(organized network)가 출현하는 흐름이 있는 건 아닌가, 이것은 지속가능한 것인가? 이를 통한 비교적 새로운 운동 방식의 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는가?

미문동의 경우, 이 실험이 좌초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배경의 하나는, 아닌게 아니라 문화연대 사무실 일부의 공유지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평화적인 점거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문화연대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의미부여를 했는지도 궁금하네요. 하여간, 물질적인 공간의 확보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요한 요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간과 장비(생산수단)이 일정하게 확보되면서, 당장의 운동력(문화연대가 혹시 기대하고 있는 당장의 사업/활동의 성과들)은 없었지만, 일시적이기는 했어도 어느 시점에서는 폭발하기도 했고, 안정적으로/지속적으로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뭔가의 조직화가 계속 이루어져온 것 같습니다...
문화연대의 경우야 (잘 모르고 하는 소리겠으나 조직 내부 민주주의의 문제들과 재정 악화의 문제들이 없지 않지만) 최근 2년동안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인데, 기존의 규모 있는 조직들이 하기 어려운 즉각적인 행동과 실험들이 미문동에서 끊임 없이 있어온 것도 자율적인 개인 네트워킹에 기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기동성이 물론 당장의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는데... 이것이 어떻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있는 곳들"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미문동에 현재 결합하고 있는 개인들, 그리고 기존 방식대로 조직되지는 않은 수많은 개인들이 가진 역량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면, 최소한 무시하면 안 되는 정도라고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역량을 기존의 조직화 방식으로가 아니라, 그렇다고 비조직적인 형태로 방목하자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조직할 수 없을까에 대한 대한 실천적인 실험들과 시도들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운동사회 일부에서나마 투자가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미문동이 그런 투자의 가치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객관적인 판단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습니다.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이것의 의미는 무엇이고 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면 해야하겠습니다. 이런 다른 방식의 조직화; 혹은 네트워크 방식이 그런 것을 게을리 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니까요...
또한 미문동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런 비교적 새로운 조직화 방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어떻게 이를 활성화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일반적으로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미 사례와 실험들은 곳곳에 있기도 하니...

아이고, 중언부언 너무 길게 썼네... 그래서 저의 의견은:
문화연대가 이러한 투자를 좀 더 하면 좋겠다... 단기적인 어려움은 최대한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수준에서 그렇게 하고(세금의 문제, 활동가 교류의 문제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당장의 성과에만 상호 평가의 기준을 두지는 않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속적인 상호 공유와 평가의 틀은 필요하겠다...
그런데, 이사를 가고 하면서, 문화연대의 형편이 정 허락하지 않는다면, 문화연대의 지금까지의 "투자"는, 더 이상 '공유지'가 없다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이후의 성과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공간을 함께 쓰지 못하더라도, 활동이나 사업은 계속 긴밀하게 할 수 있게 하면서), 미문동은 새로 빌붙을 공간을 찾아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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