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에게는 땅이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이고, 농사꾼에게는 농사지을 땅으로 보입니다. 침략당해 사라진 고구려를 두고 중국과 한국이 서로 자신의 역사라고 얘기합니다. 지하도가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차를 빨리 가게 해 주는 좋은 제도일지 모르나 몸 불편한 사람에게는 참으로 넘기 힘든 벽입니다. 이렇게 세상은 하나의 사실을 두고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조선과 일본 사이
조선을 KOREA가 아니라 JAPAN이라고 표시한 이 지도가 1930년대 일제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세계지도의 일부라고 하면 여러분은 이 지도가 옳다고 생각하십니? 만약 지금이 1930년대라면 조선인들은 틀렸다고 할 것이고, 일본인들은 맞는다고 하겠지요.
쿠르드와 쿠르디스탄
쿠르드인들은 3, 4천만이나 되는 인구를 가지고도 독립국가를 세우지 못해 아직도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 살면서 독립을 위해 투쟁하거나 이민족이라는 이유로 억압당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세계지도 어디에도 쿠르드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특히 터키에서는 민족말살정책의 영향으로 쿠르드어조차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쿠르드인들은 ‘쿠르디스탄’이란 이름의 땅을 자신들이 세울 국가의 영토라고 생각합니다. 쿠르디스탄은 단지 쿠르드인들의 상상일 뿐일까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첫 번째 지도는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만든 지도이고, 두 번째 지도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만든 지도입니다.
같은 땅을 두고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PALESTINE이라고 표시하고 이스라엘 측에서는 ISRAEL이라고 표시합니다. 물론 많은 지도에서는 이땅을 이스라엘이라고 표현을 합니다. 왜일까요? 이스라엘이 점령했고 지금까지 강자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가 이스라엘의 입장을 중심으로 그려진 결과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이 땅이 ‘이스라엘’이라고 인식되고, 팔레스타인의 독립요구가 '이스라엘 땅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 될 겁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측에서 만든 지도로 세계를 보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은 비록 이스라엘의 식민지가 되어 있지만, 앞으로 팔레스타인이 독립을 하게 되면 ‘팔레스타인이 제 땅을 되찾았구나’라고 되지 않을까요? 조선의 독립이 일본 땅의 일부에 국가를 세우는 것이 아니듯이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에서, 쿠르디스탄에서, 티벳에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식민통치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자와 지배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도와 기억을 약자와 피지배자들의 지도와 기억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누군가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기억을 우리가 잊어버리는 순간 정말 그들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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