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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그리고 나

밥 먹다가 갑자기..

머리 가장자리에 흰 머리가 많이 났다는 걸 알았다. 엄마 말이다.

고우신 얼굴 덕에 마냥 젊으실 줄 알았는데.. 세월이 엄마만큼은 비껴 갈 줄 알았는데..

엄마의 흰 머리를 보고나서 밥 숟가락을 든 채로 엄마의 얼굴을 곁눈질로 찬찬히 살폈다.

늘어난 흰 머리만큼 주름도 많아지셨구나..

요새는 기침도 잦아지시던데..

그 덕에 식탁 한 구석에는 약봉지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모쪼록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 할 텐데..

 

네 달 전부터 금연모드로 돌입하신 아부지도 많이 늙으셨다..

요새는 하는 일마다 되지 않는다며 혀를 차시곤 하는데..

나만 보시면 입버릇처럼 "왜이리 살이 빠졌냐"며, 괜스레 엄마에게 잘 좀 해 먹이라고 잔소리하신다.

사실은 살이 쪄 가는데도.. ^^;;

 

언제나 그랬듯, 부모님의 근심걱정에 절반가량은 나와 동생에게 쏠려 있다.

알면서도 그렇게, 허구헌날 짜증에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엊그제 엄마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울컥 눈물을 쏟을 뻔 했다.

부모 마음을 따라갈 자식이 없다더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확실한 보장도, 뚜렷한 미래도 담보하지 않을지라도 믿겠다 하신다.

우리 새끼, 심지 하나는 제대로 박혔으니 하는 일 또한 헛투른 일은 아닐 거라 믿는다 하신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웃으면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친다.

엄마도, 나도.. 

 

이제부터라도 속상하게 해 드리는 일 없이, 보란듯이 잘 살아야겠다.  

내가 하는 일이 떳떳한 만큼, 정말 떳떳하게 인정받아야겠다.

자식을 믿는 마음을, 내가 하는 일을 믿을 수 있도록 그렇게 신뢰를 튼튼히 쌓아야겠다.

 

갑자기.. 그냥..

부모님한테 할 수 있는 한 잘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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