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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새로 간 산부인과 의사가 '아들이네요"라고 했다.

사람이란 원래 믿도 싶은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지라,
 명주씨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딸기'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마음의 준비가 안된 우리 둘다 허탈하기도 하고, 멍하기도 하고,
뱃속의 아이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면서도 이삼일 정도는 마음을 잘 추스릴 수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아들에게 딸기는 그닥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토란이로 태명을 바꿨다.
토란은 뿌리, 줄기, 잎 모두 먹는 쓸모있는 녀석이라 해서 그런 놈이 되라고 말이다.

그전엔 "딸기야!" 하면서 책도 읽어주고 말도 걸고 했는데
토란이로 바뀌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할 말이 별로 없어 뻘쭘하기도 하고 그렇다.

나와 명주씨 쪽 모두 합쳐 조카 일곱명이 모두 아들이다. 이제 우리까지 추가해서 여덟.
확률이 반반이라고 계산하면 2의 여덟제곱분의 1이니 여덟모두 아들일 확률은 64분의 1밖에 안되는데 우째 이런 일이!!!

그래도 내 자식인데 이뿌것지 뭐 --;;



애가 생기기 전부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아들인데 이 놈이 마초처럼 꼴통짓 하면 어케 하지?  역쉬 아들이면 안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유치원이나 학교 같은데서 잘못된 거 배워와서 그렇게 될 수 있을 거야. 난 그 꼴 못보는데 ㅜㅜ"


그러다
 '무조건 딸이어야 한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나니 이런 걱정이 생기는 거다.
"딸이 여우짓 하면 어떡하지?"
난 애교있거나 여우짓하는 여자 딱 질색이라서 걱정한건데, '그래도 내 딸인데 여우짓도 예쁘겠지'하며 딸을 기대했다.

우야뜬 가을이면 내게 아들이 생긴다. 일단 건강한 녀석이 나오길 바란다.
명주씨에게 농담처럼 "딸 낳을 때까지 계속 낳자"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자신은 없고  무엇보다  줄줄이 아들 낳을까봐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일단 토란이 키워보면서 상황봐서 결정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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