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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씨에게 언성을 높였다.

단아는 날 닮았는지 엄마를 닮았는지 (아님 둘 다 닮았는지) 꼴통기질이 있다. 내자신이 꼴통을 그닥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난 꼴통이란 말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고집이 세다'란 말로는 부족할 때 '꼴통'이란 말이 썩 어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아가 화가나거나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자기 분에 못이겨 뭔가 집어던지거나 때리거나 끝도 없이 울거나... 그럴 땐 나도 난감하거나 짜증이 나기는 한다. 근데 명주씨는 그 상황이 참기 힘들거나 뭔가 빨리 끝내버려야 하거나 하는 것 같다.

 

오늘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단아는 신경질을 내며 울어대기 시작했고, 명주씨는 그걸 달래다가 결국 화를 냈다. 단아에게 '엄마 화났으니까 그만해'라는 신호를 주기 위해 화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화가 난 것이다. 그리고 단아 허벅지를 아플 정도로 때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난 명주씨 보다 훨씬 더 화가 났다.

 

"애를 왜 때려요?"

"얘가 끝도 없잖아요"

"그럼 그냥 달래지 말고 내버려두면 되지 왜 때려요?"

"아니 그럼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는데 그냥 둬요?"

"내가 애들 때리지 말라고 했죠? 아니 대체 애들을 왜 때려요?"

 

이렇게 쓰고나니 명주씨가 상습적으로 애들이나 때리는 엄마로 그려지는 것 같아 참 거시기 하다. 명주씨는 애들을 거의 때리지 않는다. 그러다 아주 가끔 애들을 때리는 적이 있는데 난 그게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애들과 보내다보니 나보다 훨씬 힘들 것은 이해하기에 심하게는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너무 화가나서 정색을 하고 언성을 높였다.

 

난 부모님께 거의 맞은 적이 없다. 너댓살 쯤에 형하고 싸운다고 어머니에게 맞은 기억은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일이었고 그 이후로는 맞은 기억이 아예 없다. 혼난 기억도 거의 없다. 반면 명주씨는 어렸을 때 많이 맞으면서 자랐다고 한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애들 얘기를 들어보면 걔네들도 많이 맞는다고 하니 내가 특별한 경우이지 명주씨가 특별한 경우는 아닌가 보다. 어쨌든 내가 맞고 자라지 않아서 그런지 애들 때리는 걸 용납하기가 힘들다. 물론 명주씨도 '애들은 맞으면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근데 그래서 더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때리니까 말이다. 명주씨도 전에 인정했다. '사랑의 매는 없다'고 말이다.

 

단아를 명주씨에게 뺏어서 안아주고 달래줬다. (물론 단아는 달랜다고 달래지는 애는 아니다.) 한참을 울더니 엄마에게 가겠단다. 내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할꺼야?"라고 물었더니 그건 싫단다. 그래도 어쨌든 엄마한데 간댄다. 나~참. 나 같으면 하루 정도는 엄마한테 안갈텐데... 뒤끝 부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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