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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여행/추억 속으로 여행

10년만에 친구와 지리산에 갔다. 10년 전에도 이 친구와 갔다.

친구의 고향이 바로 지리산 밑자락인 경남 함양이다.

나는 시간이 널널한데 반해 이녀석은 무지하게 바쁘기에 일정을 짧게 잡았다.

 

 

문닫은 학교

 

우리가 택한 등산로인 백무동 계곡에 가려면 친구가 태어난 곳을 지나치게 된다.

친구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들렀는데 이미 폐교된 상태였다.

초등학교를 두 군데 다녔는데 두 곳 모두 문을 닫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학교 운동장은 잡초만 우거져 있었고,

새끼를 낳은 개가 사납게 짖어댔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곧 이녀석은 경계를 풀었다.

옛날 학교가 의례 그렇듯 이순신 동상이 근엄하게 서있다.

이승복 동상이 없는 게 오히려 좀 이상했다.

 

 

처음 가본 문수사 / 10년만에 찾은 문수사

 

어릴 적 형편이 아주 어려웠던 내 친구는 5년동안 절에 맡겨졌었다.

10여년만에 찾아가는 그 절로 가는 길 내내

친구는 감회에 젖어 계속 주절주절댔다.

지금은 도로가 뚫려 차로 금방 올라갔지만,

어린 초등학생이 산길을 따라 그 먼 학교를

5년동안이나 다니기엔 무척이나 힘들었을 게다.

친구의 옛날 사진 속의 절은

불전이 달랑 하나 있는 아주 작은 절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난 이런 사진 별로 안좋아 하는데, 친구녀석이 자꾸 찍으라고 해서 찍었다.

이 녀석이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식물도감'을 만드는 것이다.

전공이 뭐냐고? "화학공학" ^^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두 꽃 중의 하나가 다알리아라고 한 것 같은데...

이게 더덕 꽃이라고 한다. 다른 화려한 꽃보다 더 정감이 간다.

절은 변했지만 친구를 돌봐준 스님은 그대로 계셨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절답게 뱀도 돌아다녔다.

내려 오는 길에 호두를 땄다.

난 호두가 그렇게 생겼는지 몰랐다.

쌀밥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어린 시절의 친구에게는

이 호두가 천하진미의 간식이었다고 한다.

밤늦게 백무동 계곡 야영장에 도착해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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