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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촬영과 후기(남용조할아버지편)

행복했다.

오랫만에 온 몸에 불 냄새가 진동한다.

남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나는 고구마를 불에 구워먹었다.

촬영하면서 느끼는 부담감과 편집에 대한 압박감 대신에 내가 이 작업을 왜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때문에 끝마쳐야 하는지를 느꼈던 중요한 순간이었다.

뜨거운 고구마 껍질을 벗기며 검댕이를 손과 얼굴에 묻혀가며 먹던 고구마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남할아버지가 며칠전 술을 너무 많이 먹고 신장로로 걸어오다 길에 쳐박혔던(?) 큰

사건이 있었다. 할머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할아버지가 움츠려든 사건이었다.

주변에 머시기 상회 아저씨 아니었으면 남할아버지는 꼼짝없이 길에서 얼어죽을뻔한

사건이었다. 그로 인해 남할아버지는 며칠째 술을 예전처럼 못드시고 계셨다.

그래도 할머니의 눈을 피해 하루에 한잔 정도는 마신다고 했다.

술을 잘 못드셔서 그런가 손을 더 떠는것 같다.

남할아버지는 감기도 걸렸고 며칠전 사건도 있고 해서 영주시내 한의원에 다녀오신

모양인데 그곳에서도 주사는 안놔준다고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걱정이 많으시다.

 

우리 셋 불을 쬐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칠십평생 망가지고 갈라진 손을

이리 저리 보더니..슬쩍 만져 보신다.

분명하다. 서로 좋아하고 있다. 그래서 좋다.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가 바리 바리 싸주신다.

동지에 해놓고 얼려놓았던 팥죽이며 고구마며..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했다...아..C...돈마니벌어야게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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