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매혹되지 말라

2010/12/03 00:53

1966년부터 징병검사를 기피하기 시작하여 급기야 1973년과 1974년에 행방불명되었던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2010년 11월 24일 연평도 피폭현장에 나타나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말했다.

 

이에 안대표를 수행한 육군 중장 출신 황진하 의원은 작은 보온병은 76.1mm 같고, 큰 보온병은 122mm 방사포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 [넘버3]에서 깡패 송강호는 헝그리정신을 부하들에게 설명하면서 "현정화 라면만 먹고...금메달 땄잖아..."라고 말했다. 이에 송강호 부하는 "임춘애입니다. 형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송강호에게 뒤지게 두들겨 맞았다.
 

현재의 권력은 깡패들 자존심보다 못하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정신 말이다.

어쩌면 황진하 의원은 두들겨 맞기 싫어서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맞장구쳤을까?

 

푸코는 들뢰즈의 [앙띠오이디푸스]서문에서 '권력에 매혹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권력에 매혹되면 자기 눈앞의 것도 제대로 보질 못한다.

권력이 보온병을 포탄으로 바꿔버렸다.

 

* Michel Foucault, 'PREFACE' in Gilles Deleuze and Félix Guattari, ANTI-OEDIP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trans. Robert Hurley, Mark Seem, and Helen R. Lane(Minneapolis: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90). pp. xi~xiv. 조형근 역, '[안티오이디푸스] 영역판 서문', [탈주의 공간을 위하여](서울:도서출판 푸른숲, 1997), pp.35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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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 닭하고 해봤어?

2010/11/28 23:29

술에 취하면 오문수는 모든 논리력을 잃었고 환상과 현실을 뒤섞어서 마구 주절거렸는데, 이상하게도 술 취한 그가 헛것을 헛되이 지껄일 때 그의 묘사력은 구체적인 사실성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오문수는 씹던 안주를 침을 뱉듯이 땅바닥에 뱉어내고 말했다.

 

- 이 안주가 닭이잖아! 형, 닭하고 해봤어? 난 얼마 전에 닭하고 했다. 의자에 앉아서 암탉을 뒤로 끌어안고 밀어넣었어. 암탉 밑구멍이 작지 않아. 그러니까 알을 낳지. 처음엔 빡빡했는데, 끄트머리를 밀어넣으니까 쑥 들어갔어.

 

오문수는 식탁에 이마를 대고 땅바닥을 향해 중얼거렸다. 나는 그의 머리통에 대고 소리질렀다.

 

- 야, 알았어. 학교 때려치우고 맘대로 붙어라.

- 쑥 들이미니까, 닭이 홰를 치면서 퍼덕거렸어. 더 들이미니까 닭이 목을 빼고 울더군. 암탉이 꼭 수탉처럼 길게 울었어. 새벽이 오는 것처럼 말야. 새벽이......

- 그래 좋더냐?

- 뜨거웠어. 뜨겁고 오돌도돌했어. 그게 닭인가봐. 형은 닭이 뭔지 알아? 형도 한번 해봐.

- 너나 실컷 해라. 이 쓰발놈아.

 

홀 안은 닭 모래집 굽는 연기로 자욱했다. 그날 나는 술 취한 오문수를 혼자 남겨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 김 훈, 2006, '뼈', [강산무진], 문학동네,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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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 풍선 인형

2010/11/28 13:15

......옥인동 네거리에서 신장개업한 호프집에 네온사인이 켜졌다.

호프집 앞 인도에서 풍선인형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어른 키 두 배만한 인형이었다. 인형 속에서 전기 모터가 일으키는 바람의 힘으로, 인형은 팔다리가 꺾이고 허리가 뒤틀리면서 춤을 추었다. 땅바닥에까지 닿았던 대가리가 하늘로 치솟았고 팔다리는 앞으로 꺽이고 뒤로 꺾였다. 무릅이 접히는 동시에 두 팔로 만세를 불렀고 가랑이가 비틀렸다.

 

 

- 김 훈, 2006, '배웅', [강산무진], 문학동네,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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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훈] 오줌

2010/11/28 13:13

아라는 치마를 올리고 속곳을 내렸다. 엉덩이을 까고 주저앉아 가랑이를 벌렸다. 허벅지 안쪽에 풀잎이 스치자 팔뚝에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아라는 배에 힘을 주어 아래를 열었다.

 

쏴 소리를 내면서 오줌줄기가 몸을 떠났다. 떡깔나무 마른 잎에 부딪칠 때 오줌줄기는 물방울로 흩어지면서 탁탁 튀는 소리를 냈다. 침전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땔 때, 마른 삭정이가 타들어가는 소리와도 같았다. 덜 마른 밤나무 잎에 부딪힐 때 오줌소리는 젖어서 낮아졌고 돌멩이 위에 낀 이끼에 부딪힐 때 소리는 돌 속으로 스며서 편안했다. 오줌줄기 부딪히는 소리가 돌 속으로 스미자, 오줌줄기가 몸을 떠나서 쏴-소리가 크게 울렸다. 몸속에서 살이 울리는 소리가 가랑이 사이의 구멍으로 퍼져나오고 있었다. 오줌을 눌 때마다 그 소리는 낯설고 멀게 들렸고, 소리를 내고 있는 살 구멍의 언저리가 떨렸다.

 

아라는 놀라서 오줌줄기의 방향을 바꾸었다.마른 잎이 찢어지고 흙이 튀었다. 아라는 가랑이를 벌려서 오줌줄기를 펼쳤고 가랑이를 오므려서 오줌줄기를 모았다. 땅은 부채 모양으로 젖었다.

 

아라는 대궐 침천 뒷숲에 오줌 누는 자리를 정해두고 있었다. 사슴우리를 지나서 작은 개울을 건너면 오리나무, 떡깔나무, 밤나무가 들어선 숲이 있었다. 바위가 뒤쪽을 막은 그늘 아래, 아라는 판판한 돌멩이 두 개를 주워다놓고 그 위에 쪼그리고 가랑이를 벌렸다. 바위 밑에 물이 고여 있었는데, 겨울에도 차지 않아서 뒷물하기에 좋았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오줌줄기는 마른 잎에서 바스락거렸고 겨울에는 오줌줄기가 눈 속으로 파고들면서 더운김이 올랐다. 겨울 눈밭에 쪼그리고 앉았을 때, 벌린 가랑이 밑으로 찬바람이 스쳤고 몸속의 살들이 오줌줄기를 따라서 바람 속으로 비져나올 듯 설레었다.

 

아라는 엉덩이 밑에서 피어오르는 더운 김 속에서 제 몸의 냄새를 맡았다.

 

 

- 김 훈, 2010, [현의 노래], 생각의 나무, 65~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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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이 지나면서...

2010/11/18 01:41

진실화해위원회를 떠나서 자유인이 된지 석달이 넘어간다

이제 겨울 초입이다 춥다

지난 석달을 지내면서 보고, 듣고, 읽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돌이켜본다.

 

[마음공부]

- 8.20~31 : 제따와나 호흡명상

- 이남곡 선생님과 대화

- BTN불TV 동영상 강의,  [근본불교의 가르침] 1~8강, 아상가 교수

- [금강경]

- 파욱 또야 사야도, 일묵스님 옮김, 2010, [열반에 이르는 길-사마타 위빠사나], 이솔출판

- 우 레아따, 레이 옮김, 2008, [깨어나라, 오 세상이여!], 명상선원 오솔길

- 팃낫한, 이도흠 옮김, 2009, [엄마], 도서출판 아름다운 인연

- 용수 지음, 정화 풀어씀, 2007, [중론中論], 도서출판 법공양 ; 읽다가 포기, 다시 시도

- 대림스님 각묵스님 공동번역, 2008, [아비담마 길라잡이 상/하], 초기불교연구원 ; 조금 읽다가 포기, 다시 시도

 

[생활]

- 전북 장수 논실마을학교와 멍덕골

- 서울, 전주, 해남

- 가끔 낮과 밤이 바뀜

- 등산 : 전주 모악산, 집근처 야산

 

[소설]

-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옮김, 2009, [1Q84] 1/2/3권, 문학동네

- 박경리, 2002, [토지] 1권, 나남 : 읽다가 포기

- 김 훈, 2005,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푸른숲

- 김 훈, 2007, [칼의 노래], 생각의 나무

- 김 훈, 2007, [현의 노래], 생각의 나무 ; 읽고 있음

- 김 훈, 2009, [남한산성], 도서출판 학고재 ; 현의 노래 읽고 바로 읽을 예정, 책 확보

 

[영화]

-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2010

- [해결사], 권혁재 감독,  2010

- [시], 이창동 감독, 2010

- [시라노; 연애조작단], 김현석 감독, 2010

- [레지던트 이블4 : 끝나지 않은 전쟁 3D], 폴 W.S. 앤더슨 감독, 2010

- [악마를 보았다], 김지운 감독, 2010

- [비밀애], 류훈/권지연 김독, 2009

- [안티크리스트], 라스 폰 트리에 감독, 2009

- [천국의전쟁],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 2004

- [로망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 1999

- [룸 인 로마], 홀리오 메뎀 감독, 2010

- [레이디 채털리], 파스칼 페랑 감독, 2006 

 

[기타]

- 우석훈 블러그, 박노자 블러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딴지일보, 나라일터, 다음 아고라 매일 눈팅, 대법원홈피는 가끔, 페이스북 가끔...

- 술 : 서울은 돈암역 근처 단골 횟집과 막걸리 집, 전주는 오원집과 진미집, 집앞 포장마차, 모악산 근처 소고기집...

- 광주 노래방

- 담배는 꾸준히 레종 블랙

- TV 본 지 오래 됐고.

 

[며칠전에 울고...]

희귀질환 난치병으로 십수년을 고생했던 치옥이 형이 올해 음력 1월에 다른 세상으로 '가부렀다'고 뒤늦게 소식들음, 11월 치옥이 형 엄마 보고, 치옥이 형 보러 망월동 납골당 찾아가서 사진 보고 울었다. 사람은 보고 싶을때 봐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4. 7. 16. 광주 매곡동 서치옥)

 

형, 내가 서울 간 뒤로 한번 보러 간다는 것이... 이제는 사진으로 다시 보네

아직 형이 나한테 보낸 메일은 그대로 있는데 말이지

미안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어

형보러 망월동 가닌까 젊었을 때 아프기 전 사진이 있더라. 멋있더라

흰국화 한송이 놓고 왔어

미안해. 오래 있으면 한없이 울 것 같아서 조금 있다가 왔어

내가 겪었던 서울생활 스토리를 엄청나게 말하고 싶은데... 이제 사심없이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서울 가기 전에 한 명이 가고, 서울 갔다오니 한 명이 가버렸다)

형, 거기서는 건강한 생을 보내. 내가 기도할께.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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