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길에, 지리산 피아산방에서 돌배주 한잔 마시고 떠나는 길에 김병관님에게 책을 받았다

짙은 밤, 구례로 나서는 나에게 그는 '지리산처럼, 꿋꿋하고 의연하게 --~~'라고 책에 써주었다.

일독하고 삼배를 올렸다.

 

바쁜 몸은 죽고 나면 그만이지만 분주한 마음은 끝나지 않으니, 그 마음을 그대로 지니고 가서 다시 태어나며, 다시 바쁘다가 다시 죽으니, 죽고 태어나고 또 다시 태어나고 죽도록 정신이 아득하고 혼미한 것이 마치 술에 취한 듯 꿈을 꾸는 듯 하명 백겁百劫 천생千生을 지낼지라도 벗어날 기약이 없다. (39)

 

날쌘 말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내달린다. 송곳이 살갗에 꽂혀서야 알아채는 것은 둔한 말이다. (90)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목숨은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 하셨다. (92)

 

고인의 명훈明訓에 "오늘도 이미 다 지나갔으니 목숨도 따라서 그만큼 줄어들었다.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하여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하라" 하신 말씀이 있다. (99)

 

인간 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열반의 즐거움을 누림이여! (101)

 

마음의 변덕이 죽 끓듯하여 (150)

 

뜻이 지극하고 공력이 깊어지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삼매에 들게 되니, 이는 마치 나무를 비벼 불을 일으키는 사람이 비비는 작업을 멈추지 않아야만 불꽃이 일어나며, 쇠를 단련하는 사람이 담금질을 쉬지 안아야만 강철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153)

 

결정심(처음에는 의심하지 않는 '결정된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용맹스러운 정진 - 한결같은 서원과 불러서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156)

 

그래서 옛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은 경계를 없애고 마음은 없애지 않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없애고 경계는 없애지 않는다" 하신 것이다. (162)

 

옛말에 "예는 의義로써 행하는 것이 옳다"하였으니 (205)

 

 

- 운서 주굉 지음, 연관 옮김, 2005, [산색山色  - 죽창수필 선역], 도서출판 호미. ; (  )는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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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즉비를 통해서 삶을 보라고 합니다.

즉비卽非란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곧바로 공空으로 환幻으로 보는 것'입니다. '나'를 동반한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 실체가 없는 것을 확실히 알아차리면 마음이 열립니다. 우리가 매순간 삶의 모습을 즉비로써 지켜보면, '집착할 만한 자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316)

 

[금강경 풀이]

 

1. 법회가 열리고

2. 수보리장로께서 묻고

3. 대승의 바른 가르침은

4. 미묘한 활동은 얽매임이 없고

5. 이치에 맞게 참되게 보나니

6. 바른 믿음은 드물고

7. 얻을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고

8. 법에서 의지해서 나오니

9. 하나 된 모습에는 모습조차 없고

10. 정토를 장엄함은

11. 조작 없는 복의 뛰어남은

12. 바른 가르침을 존중하기를

13. 법답게 받아 지니니

14. 상을 떠난 고요함은

15. 경을 지니는 공덕은

16. 끝내 자아는 없고

17. 한 몸으로 함께 관하니

19. 법계가 전체적으로 변함은

20. 몸과 상호를 떠나서

21. 말도 말의 대상도 아니나니

22. 법에는 얻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23. 마음을 밝히고 착한 일을 함은

24. 복과 지혜를 비유할 수 없으니

25. 교화하나 교화의 대상은 없고

26. 법신은 모습이 아니니

27. 소멸해 없어진 것도 없으니

28. 받지도 않고 욕심내지도 않고

29. 품위와 거동이 고요하고 고요함은

30. 하나로 합쳐진 이치의 세계는

31. 생각으로 헤아림은 일어나지 않고

32. 응신, 화신은 참되지 않고

 

'모양에 집착하지 말고 한결같아 흔들리지 말지니라.' 왜냐하면 모든 조작된 법은 꿈, 허깨비,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와 같이 보아야 한다. (42~43)

 

- 정화스님 풀어씀, 2005, [금강경], 도서출판 법공양. 에서 발췌. ;  (  )는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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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용서

2010/02/19 03:15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고백하고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나로 인해 치명적 상처를 입었고, 속상하고 화가 났으며, 엄청난 짜증이 밀려왔다면,

진심으로 깊은 용서를 구합니다.

나의 천박한 마음과 조급한 행동 탓입니다.

 

2010. 2. 19. 완도. 새벽 3시.

['마음을 항상 열겠다' 그래서 어떠한 것에도 화내거나 욕심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내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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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은 이 책의 서문에서 '생각을 쉰다' 라는 말을 합니다. 아무런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이 '그냥 흘러가도록 놓아두는 것' 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옳다거나 그르다고 판단했던 생각을 쉬고 '생각의 흐름을 그냥 지켜보는 것', 그리고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생각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다' 고 알아차려야 한다고 합니다.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 뒤척이다가 밤 2시쯤 정화스님이 풀어쓴 금강경을 계속 읽었습니다.

 

'사람이 깨어 있을 때는 전체로 깨어있고' 미혹되어 있을 때는 전체로 미혹되어 있습니다. (93)

 

- 정화스님 풀어씀, 2005, [금강경], 도서출판 법공양.; (  )는 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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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지혜의 완성에 대한 핵심적인 가르침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관자재 보살께서

깊이 지혜의 완성을 닦아 나갈 때

오온이 다 빔을 비춰 보고

모든 괴로움을 건넜습니다

 

사리자여,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 그대로 공이요 공 그대로 색입니다

수와 상과 행과 식도 또한 그렇습니다

 

사리자여,

모든 법의 빈 모습은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더러워지는 것도 아니고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고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공 가운데는

색이 없고 수상행식도 없고

안의비설신의도 없고

색성향미촉법도 없고

 

안계도 없고 나아가 의식계도 없고

무명도 없고 무명이 다함도 없고

나아가 늙고 죽음도 없고 늙고 죽음이 다함도 없고

고집멸도도 없고

지혜도 없고 또한 얻음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얻을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보리살타께서도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는 까닭에

마음에 걸림이 없고

마음에 걸림이 없는 까닭에

두려움이 없고

잘못된 생각을 멀리 떠나

마침내 열반이며

 

삼세의 모든 부처님께서도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한 까닭에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알아야 합니다

반야바라밀다는

크게 신통한 주문이며

크게 밝은 주문이며

위없는 주문이며

견줄 데 없는 뛰어난 주문으로

모든 괴로움을 다 없앨 수 있으며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음을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주를 말했습니다

 

바로 주문을 말하겠습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가자, 가자, 깨달음으로,

함께 사는 아름다움으로

아! 찬연한 빈 삶이여!

 

 

- 정화스님 풀어씀, 2005, [반야심경], 도서출판 법공양, p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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