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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잃어버렸다. 도둑맞았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나는 분명 자전거를 세워둔 곳을 알고 있었는데 가보니까 없었다. 자전거 스스로 증발하지 않았다면 누군가가 가져간 것이겠지. 누가 무슨 의도로 가져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알리지도,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갔으니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자전거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음을 느낀(알았다기 보다는 느꼈다는 것이 당시의 내 감각에 더 가까운 표현같다) 때는, 정말 어리둥절했다. 아, 이것이 도둑을 맞았다고 하는 것인가. 하는... 분노도 짜증도 슬픔도 아닌 그저 그런 감정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별로 화도 나지 않고 슬프지도 않다. 별 느낌은 없다. 그저 궁금할 뿐. 어떻게 가져갔을까. 왜? 무슨 맘으로? 혼자 가져갔을까, 아니면 공범이 있었을까. 사람들의 시선은 어떻게 피했을까. 자물쇠는 어떻게 풀었을까. 풀었을까, 끊었을까.
자전거가 있던 자리에 도난의 흔적이라도 찾아볼 걸 그랬나.끊어진 자물쇠줄이라도 있나 한번 보게. 하지만 난 그렇게 섬세하지 못하다. 그저 가서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주위를 한번 휘휘 둘러보고는 와버렸을뿐. 어차피 찾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다 부질없는 짓일테다.
처음 자전거를 사고서는 이름도 붙여주고 했지만, 그런건 역시 내 취향이 아니다. 그저 난 타고다니던 한대의 자전거를 잃어버렸을 뿐이다. 물론 정은 좀 들었지만.
봄이 되면 새로운 자전거를 장만해야할테다. 새 자전거를 구하는 일은 나에게 번거로움이 될 것인가 즐거움이 될 것인가. 아무래도 비싼 자전거는 사지 못할 것 같다. 도난의 기억이 언제나 생각의 한 켠에서 자리잡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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