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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영화와 아줌마

주5일 40시간 근무제를 하지 않는 나는 평일에도 낮에 시간이 나는 날이 제법 있다. 그런 날 가끔 조조 영화를 보기도 한다. 값도 싸고 한가하기 때문에 조조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요즘 평일 조조로 본 영화들만 해도 <마더>, <걸어도 걸어도>, <요시노 이발관>, <거북이 달린다>, <트랜스포머2> 등 여러 편이 있다.

 

근데 요새 조조영화를 볼 때 아줌마들 때문에 당황스러운 때가  종종 있다. 주위의 사람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줌마들의 잡담이라든가 전화 받기 같은 경우 때문이다.  <마더>를 볼 때에는 내 주위의 1시 방향, 8시 방향, 11시 방향으로 세 팀의 아줌마들이 포진하여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받고 무엇인가 들은 비닐봉지를 부스럭 거리는 등 서라운드로 소음을 내더니, <거북이 달린다> 때는 4명씩 짝을 이룬 아줌마 부대 두팀이 내 바로 앞 줄의 좌석 8개를 점령해서는 남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떠들어가며 영화를 관람한다. 주인공이 잘 생겼네, 저 사람 <박쥐>에 나왔던 배우네, 아이고 아이고 잡아야지 잡아야지, 깔깔깔... 도저히 몰입을 할 수가 없었다. <마더>의 경우는 40대 후반 정도 되는 아줌마들이었고 <거북이 달린다> 때는 40대 초반 아줌마들 같았다. 나이드신 분들이라 그런가 하지만 또 그런 것도 아닌게 <요시노 이발관>때는 30대 중후반 정도의 아줌마 둘이서 거의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얘기를 하면서 영화를 본다. 도저히 그냥 볼 수가 없어서 조용히 좀 해달라고 얘기를 했다.(내 옆옆자리에 앉았었거든.) 그 다음부턴 잠잠해졌지만 기분이 언짢아 이후로도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럴까. 왜 아줌마들은 조조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며 소음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내가 목격한 것이 아주 드문 예라면 개인적인 성격 탓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보편적인 현상이라면 이에 대한 사회적인 맥락에서의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일단 아줌마들이 조조영화를 택하는 이유는 나랑 비슷할 것이다. 매일 출근하는 것은 아니니 평일 낮에 시간이 난다. 그리고 조조영화가 싸고 사람도 적다. 친구들과 아침에 영화 보고 점심 먹고 집에 오면 시간이 적당히 맞는다. 뭐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조조영화관에 아줌마들이 많은 것 아닐까. 절대적인 수로는 아닐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연령대와 성별로 구분하여 다른 시간대보다 조조에 아줌마들이 많은 것은 확실할 것이다. 그래서 조조시간에 아줌마군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다음, 왜 아줌마들은 영화를 보면서 떠들거나 전화를 받거나 할까. 사실 이건 꼭 아줌마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저씨들도 많이 그런다. 영화를 볼 때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철같은 공공장소에서 정말 시끄럽게 떠들거나 전화를 받는 이들 중에는 아저씨들도 많다. 조조에 나이 든 아저씨들이 없어서 그렇지 아저씨들이 있었다면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의 그런 행태를 보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싶다. 한참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굶지 않으려면 남을 배려하기는 커녕 밟아 죽여야 내가 산다. 상식과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통치를 하였으므로 사회에서도 상식과 배려는 통하지 않았다. 그저 악다구니를 써야 살 수 있었던 사회였다. 그런 사회를 살아오신 분들이니 영화관에서 전화 좀 받고 얘기 좀 하는 거야 뭐 좀 그럴 수도 있지 않냐라고 나와도 이해할 수 있다. 이해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짜증은 나더라도.

 

그렇다면 연령대가 나보다 그닥 많지도 않은 아줌마들이 그러는 건? 그 아줌마들은 집에서 아이 키우고 집안일 하고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하루도 제대로 쉴 날이 없다. 그런 와중에 보고 싶던 영화를 상영하자 큰맘 먹고 아이를 어디에 맞기고 집안일을 잠시 미루고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극장에 온다. 간만의 외출로 마음은 좀 들떠 있다. 영화가 시작했지만 들뜬 마음과 반가운 친구 덕에 할 얘기가 너무 많아 영화를 보며 계속 얘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과중한 가사노동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던 아줌마들이 영화관에서 간만에 자유를 만끽하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것이다. 그러느라고 좀 떠들었다... 라고 얘기한다면, 그래, 이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짜증은 나지만...   

 

앞으로도 나는 조조영화를 종종 보러 다닐텐데 아줌마들과 불화하지 않고 영화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상식과 배려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아줌마들을 과중한 가사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할 것인가. 아아, 생각해 보면 굉장히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 조조영화에서 영화를 조용히 보기 위해선 사회 변혁 운동이 필요하다. 는 것 말이다. 모든 것은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동떨어진 문제란 굉장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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