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창] ‘일자리 보호’ 둘러싼 프랑스의 전투 / 딘 베이커
프랑스가 약 40년만의 최대 시위에 직면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젊은 노동자 해고를 손쉽게 허용하는 새 법에 반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불행하게도, 외국인들이 이 논란의 핵심을 분명히 알기는 아주 어렵다.
이 사태를 다루는 많은 글들은, 26살 미만 노동자 해고를 허용하는 이 법이 프랑스 노동시장을 근대화함으로써 이 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꼭 필요한 조처라고 묘사하고 있다. 이런 관점은 프랑스 노동시장의 특성, 현재 프랑스 경제 상황, 경제적 진보의 일반적인 의미를 잘못 표현한다.
영어로 된 글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프랑스에선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고 이 점이 낮은 경제 성장과 9.6%에 달하는 실업률을 유발한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26살 미만 인구의 실업률은 20% 이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26살 미만 노동자를 최초 고용 2년 동안에 한해 해고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은 프랑스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처일 수 있다.
사실 프랑스에서도 해고가 가능하다. 단지 고용주가 이유를 제시하면 된다. 노동자가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걸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프랑스에 다양한 고용계약 형태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고용주들이 계약기간 1년 미만으로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게 프랑스에서 이미 아주 흔한 일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고용주들이 젊은 노동자들은 임시직 형태로 고용할 선택권을 이미 갖고 있다는 뜻이다.
두번째 쟁점은, 프랑스 경제의 문제점이 어느 정도까지 고용보호 법률 탓이냐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노동자들을 해고로부터 보호하는 법률이 실업률 상승을 유발했음을 보여주려 노력해왔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아일랜드와 오스트리아처럼 노동자 보호가 강한 많은 나라들은 실업률이 아주 낮은 반면, 독일처럼 보호장치가 약한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다.
영어권이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프랑스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아무래도 경쟁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흔히들 프랑스를 ‘경쟁력 없는’ 나라라고 부르지만, 어떤 근거로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프랑스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보다 약 7% 정도 높다. 수출 대 수입 비율이라는 단순 지표로만 봐도 프랑스는 꽤 상황이 괜찮은 듯 하다. 무역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1.0% 미만이다.
프랑스와 다른 유럽국가들이 경쟁력이 없다고 보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이 나라들이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안정된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점인 듯 하다. 이런 생활보장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거의 없지만, 많은 기업인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인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당한 수준의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꽤나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듯 하다.
프랑스와 대다수 서유럽국가의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과 달리 실질적인 경제적 안전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경제 전문가라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거슬리게 생각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정부가 실직 위험을 막아줄 수 있다면, 국민 대다수에게 상당한 소득 보장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이 보장은 아주 소중하다. 프랑스 사람들 수백만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보장을 제공하는 데 저성장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많은 프랑스 사람들은 기꺼이 이 대가를 치르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프랑스 노동자의 안전이 나쁜 경제 상황의 주범이라는 증거를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유럽중앙은행의 모순적인 통화정책이야말로 훨씬 더 분명한 범인이다.) 프랑스의 정치 지도자들은 명백한 경제적 혜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나쁜 경제정책이다. 게다가 아주 훌륭한 정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출처 : 한겨레 20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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