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와 니노

from in the book 2007/11/21 21:40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는 어쩌면 내게는 넘어야할 벽같은 것이다.
강한 반여성적 전통을 가진 세계
알려고 다가가면 날 밀어내는 세계

코란을 조금 읽었다
성경의 배치에 따라 재배열하여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책으로 읽었다
물론 성경을 한번도 읽지 않았지만
거의 들어본 얘기였다.
코란과 성경이 거의 같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알리와 니노라는 소설을 읽었다
작가명이 있지만 작가 미상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와 아시아의 경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가 있는
카프카스지역을 배경으로
무슬림 청년과 그리스도교 여성의 사랑을 그려낸 소설이다.

종교적 차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이루어내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도
꽤  재미있는 꺼리가 되지만,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17년 즈음의 상황이
그리고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서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경제적 배경, 그리고
유럽과 러시아의 팽창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한다.

바쿠라는 도시에서 사는 유서깊은 무슬림 집안의 청년 알리는
러시아의 영향으로 현대식 교육을 받고
그루지야 여성 니노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결혼을 할때 히잡을 쓰게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무슬림 전통과 교리와 무엇보다 자신이 나고 자란 바쿠와 조국을 사랑하고
아시아를 사랑하는 그는 그의 아버지에 의하면 이미 절반은 유럽인이다.

"아시아는 죽지 않았다. 다만 아시아의 경계가 영원히 바뀌어 버렸을 뿐이야.
바쿠는 이제 유럽이다. 그건 우연도 아냐. 바쿠에는 더이상 아시아적인 것이 남지 않았거든"

"아버지, 사흘 동안 저는 기관총과 총검, 단검으로 아시아를 지켰습니다."

"너는 용감한 사나이다. 알리칸. 하지만 용기란 무엇이냐? 유럽인들 또한 용감하다.
너도, 너와 함께 싸운 전사들도 더 이상 아시아인들은 아니다. 나는 유럽을 미워하지 않는다.
무관심할 뿐이지. 네가 유럽을 미워하는 건 네 안에 유럽적인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너는 러시아 학교를 다녔고, 라틴어를 배웠고, 유럽인 아내를 맞았다.
네가 아시아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이냐?
네가 이겼다면 너 스스로 바쿠에 유럽을 들여왔을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새로운 공장이나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냐 러시아인이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세상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대로 유지될 수 없다. 가능한 한 적을 많이 죽이고 그 피를 취한다고 해서
훌륭한 아시아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훌륭한 아시아인이 되는 거지요?"

"너는 이미 절반은 유럽인이다. 알리.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는거야. 네게 설명할 수 가 없구나.
그건 인생이 네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거야. 네 얼굴은 대지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패배가 고통스러운 것이고, 그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지."


아버지의 이야기대로 그는 스스로 바쿠를 '유럽화'하고
또 조국을 위해 싸운다.

여기서 아시아라는 것은... 대체 뭘까?
결국 작가가 누구며 얼마나 소설의 내용(특히 아시아적 가치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이는 페르시아에 대한)
이 진실에 근접하여 있는가를 물을 수밖에 없는걸까.
작가가 유럽인이었다면 그저 이건 오리엔탈리즘일 뿐이야 라고 말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대체 오리엔탈리즘은 뭐지... 혼란이 온다.
그저 문화의 충돌이라고 하기엔 페르시아가 심하게 상태 안좋게 그려지고 있고,
물론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자 현재진행형인 사실일 수도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그리고 20세기 초 우리나라의 상황이 그보다 나았을거라고도 절대 얘기할 수 없다.
어쨌든 지금은 나의 가치라는 것이 서구에서 태어난 '보편적' 가치인 것이니까
나의 가치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동일시해버리는 거겠지?

결론.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였던 카프카스 지역에 가보고 싶어졌다. ^^;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공기를 느껴보러
그런데,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나라 남한과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이란이
혹은 예전에는 아시아에 속했던 아제르바이잔이 '아시아'라는 공통이름으로 호명될만한
무언가가 있는건가?
대륙이라는 것. 그거야말로 그저 지역적 경계일 뿐인 거 아닌가. 국경보다 더 모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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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1 21:40 2007/11/21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