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박물관

from Vietnam 2007/01/24 03:11

요즘은 작년 겨울의 베트남 여행을 종종 떠올리곤 하는데,

역시나 여행기를 초반부까지밖에 쓰지못한 게 영 아쉽다.

벌써 너무 많이 잊혀져버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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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에서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박물관에 대한 것.

박물관이 많기도 하거니와 많이 가기도 했거니와 음....

호치민 박물관의 미술, 역사, 기록 등이 섞인 그런 약간 선동적인 분위기도 맘에 들었고

뭐 박물관 얘기를 하자면 이얘기 저얘기 시리즈가 되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박물관은

베트남 남쪽 국경마을 쩌우독에 있던 작은 박물관이다.

그러니까 작은 마을의 작지 않은 박물관이다.

밤늦게까지 '개방'되어 있는 그 박물관에서 아이들은 대포 위에 앉아 놀고 있었고,

박물관 안에는 죽어간 여러 사람들의 이름들이 엄청나게 적혀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니까 난 무슨 얘길 하고싶은것이냐...

 

베트남은 역사를 무겁게 간직하고

우리에겐 너무 가볍다.

 

그러니까 베트남의 그 박물관 같은 것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이런 식인 것이다.

 

대추리에 마을회관 만한 건물에다가 대추리 근현대사에 대한 모든 역사 전시물들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과... 아니 일제시대의 비행장 이야기와.. 쫓겨난 이야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좌익 소탕에 대한 이야기...

갯벌을 막아 농지를 만들던 것...

집을 짓던 것...

학교를 짓던 것...

그런 것들이 마을의 역사가 되어 박물관에 가득 채워지게 되었을텐데...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들에게 역사가 그런 무게로 현실 속에서 함께 숨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추리 역사관은 좀.... 너무 예술적이다. 흠...

 

암튼 꼭 대추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지역엔가 나중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

지역역사관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잊어버리지 않게. 반복하지 않게.

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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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4 03:11 2007/01/24 03:11

GAZA에 띄운 편지

from 대추리 일기 2006/12/03 22:36

금요일에 문예인들 주점에 촬영을 가던 길에

교보문고에 들렀다.

 

정말 오랜만에 들러서 책을 샀는데, 정말 사고싶은 책이 정말 없었다.

어려운 머리아픈 책 말고 소설이나 그런 것을 보고 싶었는데,

요즘은 통 관심도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얼핏 봐서도 별로 땡길 리가 없는 것들로

가득찬 서점이라니;;

 

그 사이에서 이 책을 주워들었다.

 

크게 기대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는데..

 

너무 가볍게 접하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데, 지하철 버스 안에서 오가며 읽다가 계속 울어버려서

 

내 참... 아무래도 내가 이상한 건지...

 

자꾸 현실과 오버랩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비슷한 상황이 나올 때마다

그때의 그 감정이 되어버리는 것.

 

...

 

 

아직 성인도 되지않은 예루살렘의 일개 시민인 네가 테러가 뭔 줄은 알고 있기나 해?

응? 네가 테러로 죽어봣어? 테러로 다쳐봤어? 가까이서 테러를 본 적이나 있어?

텔레비전만 켜면 보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리오르, 텔레비전은 제가

냄새를 맡을 수 있게 하지도, 폭발이 일어나는 그 찰나의 침묵을 들려주지도 못한다고!

고함, 그리고 한탄과 통곡과 신음까지..... 모두 아이들처럼 울어대. 나이가 오십줄이 된 사람들까지도! 텔레비전은 네게 그런 것들을 보여주지는 않아. 아직은 온전하고 건강하게 살아 있는 방송국 리포터들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서 '테러 현장'에 나가지 않았으니까. 아무도 알 수 없는거야.

 

 

 

 

 

"특히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각자 하나의 개체로 존재한다는 걸, 그들이 공통된 운명에 처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닮은꼴인 익명의 존재가 아니란 걸 인식하는 거야. 그 사람들 각자는 둘도 없는 유일한 존재니까."

 

 

...

 

그래. 아는 사람이 없을 때와 있을 때 그 느낌은 정말 달라.

예를 들면 스리랑카에 쓰나미가 일었을때...

그런 대 재앙 속에서 아는 이들의 가족들이 실제로 실종되거나 다치거나하고

또 그렇게 겨우 한 두 다리 쯤 건너서 알고 있는 사람이 당사자일 때

그건 재앙을 맞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아는 '누군가'의 안부를 걱정하게 되는 거지.

만약 이곳 대추리에 당신이 아는 누군가가 있다면

대추리에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릴거야.

아는 사람...이 주는 강렬한 느낌.

동정심? 걱정해주는 마음?

ㅋ 갑자기 맹자의 측은지심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오르네.

맹자가 아니었나;;

내가 아는 돼지를 죽여 만든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과

내가 모르는 돼지를 죽여 만든 고기를 먹는 것...

(이런 부분은 확실히 어릴 때와 나이들어서 달라진 것 같아. 무뎌진거지)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적극적으로

후자까지 먹지 않게 된다면 그건 좀더 이성적인 어떤 것이라고 봐.

뭐랄까.. 이데올로기가 결합된 것?

적극적으로 평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물론 그 단계를 넘어서야 겠지만,

음.. 그래서 자매결연 따위를 하는걸까? -_-

이건 좀 비호감이군.

anyway 어려운 주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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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3 22:36 2006/12/03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