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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체제를 능가할 수 없는가

[토론참관기] 권영길 체제를 능가할 수 없는가 (1)

 글쓴이 : 새벼리 등록일 : 2006-01-13   23:51:51

 

 

[2기 지도부] 권영길 체제를 능가할 수 없는가
① 일반명부 최고위원 후보들의 실망스런 진보관

2기 최고위원회 선거가 중반전을 넘어 서고 있다. 오늘 민주노동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합동토론회' 후보들 모두 피곤해 보인다. 생각 같아서는 "박카스"라도 한 병씩 권유하며, "파이팅"을 외쳐주고 싶다. 당이 처한 '위기'로부터 제 한 몸 헌신하겠다는 "일꾼"들 아닌가. 모든 후보들의 건투을 빈다.

(그러나 후보들의 건투만을 빌어주기에 너무 맥 빠진 토론회였다. 몇 가지만 지적한다)

1, 오전에 진행된 일반명부 최고위원 후보들의 토론회, 쟁점 형성에 실패한 토론회였다. 다만, 몇 가지 인상적인 상호 공방이 있긴 했었다. 김기수동지가 김성진동지에게 "소속 정파가 있으면 밝히고, 어떤 경로로 후보로 선출되었는지 밝혀 달라", 김정진동지가 김성진동지에게 "맥아더동상 철거투쟁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광수동지가 이해삼동지에게 "단병호 비정규수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광수동지가 김기수동지에게 "단병호 비정규수정안에 대해 전진은 현장투쟁단과 당중앙위원회, 민교협성명서에 대한 태도들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등등이 질문되었다.

2, 후보 상호간의 공방들은 후속타없이 원, 투 "잽"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가령, 김성진동지가 "나는 어느 정파에도 소속된 바 없다"고 답하면 그만인 그런 식의 상호 공방인 것이다. 토론회가 이렇게 밋밋한 것은 형식적 토론 진행 방식이 그 핵심 원인이다. 보수 언론 방송토론회도 사회자의 재량에 따라 융통성 있게 토론을 진행하며 쟁점을 형성하려 애쓰는데, 민주노동당 지도부 선거에서는 "쟁점" 형성보다 "형식" 준수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명색이 당 최고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단 한번의 토론회라도 제대로 쟁점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늦었지만, 중앙선관위는 참고 바란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널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돋보였다. 특히, 북한 개성공단에 대한 정치경제적 판단을 묻는 질문이 후보들의 허를 찌른 거 같다.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북한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패널의 질문에 정확히 답한 사람은 농민후보 강병기동지와 사회주의후보 김광수동지였고, 북한 바로알기를 많이 공부했을 것같은 김성진동지는 잘못 알고 있더라는 것이다. 사소한 지식일지 모르겠지만, 남북 칠천만 통일시대를 운운하려면, 정확한 팩트에 근거해야 함을 새삼 상기하는 순간이었다. 어쨋든, 개성공단에 투입되는 남한 기업 업종에 대한 평가와 거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의 노동 인권 문제는 두고두고 토론되어야 할 민주노동당의 과제가 될 것이다.

4, 한편, 패널로 참가하신 박경석님은 국회 계류 중인 민주노동당의 당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고, 비대위의 5-7차 중앙위원회_"부문할당 수정안 자진 반려 사건"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였다. 대다수 후보들은 당론인, '장애인차별금지법'조차 모르고 있음을 고백하였으며, 다만, 중앙 당직자였던 김정진동지와 여의도 현장 투쟁에서 결합하였던 비정규직후보 이해삼동지만이 이해하고 있었다. 당론조차 모르고 있는 후보들의 고백을 들으면서, 그런 무지가 부끄럽지도 않은지 "소수자 문제를 제도화로만 바라보지 말자"고 한마디씩 하는 후보들을 보면서, 지난 중앙위 행태에 대해 더욱 더 분노가 치솟았다.

5, 최고위원 후보들조차 모르는 당론을 평당원들이 알 리 있겠는가, 그런 수준으로 의원단에서 입법안만 올리면 되는 것인가. 당 간부들도, 지역 당원들도 모르는 주요한!! 입법안을 중앙 의회에 올리면 만사 OK인가 말이다. 그래 놓고, 전당적인 사업으로, 전당원의 참여로 그 입법안 쟁취 투쟁을 할 수 있겠는가? 혹여, 의원단의 의회 교섭력(?)으로 처리 가능한 문제라고 판단한 것인가? 아닐 것이다. 아니기를 바란다. 아직 미숙한 당사업 풍토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생각하고 싶다만, 확신이 서질 않는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단병호 비정규 수정안도 그렇지 않은가.

* 어쨋든, 소수자에 대한 '배려' '배려' '배려' 웅웅웅하는 일반명부 최고위원 합동토론회장 마무리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아직, 민주노동당은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아, 우리는 왜 사회적 약자 문제 해결이 노동자 계급 정당의 중요한 '임무'가 되어야 하는 지, 사회적 약자와의 '수평적 연대'의 관점과 그 실천이 노동자 계급 정당에게 얼마나 소중한 가치로 놓여야 하는 지 (우리는 왜) 놓치고 있는 것인가. 아니, 민주노동당의 대중화, 대중 조직화의 첫걸음이 사회적 약자와의 수평적 연대임을, 그 시금석이 당시스템으로의 제도화임을 왜 모르고 있는 것인가. 도대체, 진보적 대안 세력의 '정체성'을 뭐라 생각하기에.

일반명부 최고위원 후보들의 실망스런 진보관에 암울한 하루였다. 하늘의 먹구름만큼이나,,,

(민주노동당은 아직 권영길 체제를 능가할 수 없는 것인가. 오후에 진행된 당대표 후보 토론 참관기를 쓰면서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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