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의 연정제안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노회찬의원을 말 그대로, 노무현대통령의 지역구도타파의지는 충분히 알겠습니다. 지역구도가 지금의 혼란한 정치환경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인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뭏든 상당히 커다란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만은 분명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연정"이 "지역구도타파"를 위한 낚시밥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는 절대로 낚시밥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왜 노무현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냈는가?'일 것입니다.

탄핵국면 당시, 찬탁진형은 분명히 "반노"이었지만, 반탁진형이 모두 "친노"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순수한 "친노"는 오히려 당시의 "반노"보다 더욱 적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반탁운동을 주도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의 공통된 의견은 "탄핵은 절차적민주주의의 한계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라는 것입니다. 밖에서는 어떻게 보일지는 몰라도 탄핵을 주도한 세력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는 법대로 했다"라는 논리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의도가 어찌되었건 제도의 틀에 비추어 옳으면 된다라는 식의 제도적 민주주의에 대한 광범위한 거부감이 10만 촛불집회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노무현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대연정이라는 것 역시 제가 보기에는 "제도적 민주주의"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현행헌법에서라도 연정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하지만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일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국민들의 최소한의 발언권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보인다는 것이죠.

국민들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 주었다는 의미는 5년동안 노무현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서서 나라를 잘 운영하시라는 "명령"을 내린 것입니다. 아무리 지역구도 타파가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아니, 그보다 더한 아젠다가 있다고 하더라고, 국민들의 "명령"을 거부하고 무언가 다른 것을 얻고자 한다면, 대국민 편지라던지 TV토론에서의 폭탄선언이 아닌 보다 강력한 "국민의 의사를 묻는 절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언론이 자신의 뜻을 왜곡했다고 하지 마십시오. 노회찬의원의 표현 그대로, 전체 언론환경을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환경 아닙니다. 국민의 뜻이 자신의 뜻과 다르다고 한탄하지 마십시오. 당신 스스로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는 자리입니다. "우매한 대중"이라고 규정짓고 그들을 계몽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여기시는 것 같아서 대단히 씁쓸합니다.

그 암울했던 시기를 관통해서 이만큼이라도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 "국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민주열사들의 힘입니다. 그것이 정도입니다. 정도만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과거 전두환의 얼굴을 향해 명패를 던졌던 당신은 정도를 걷던 정치인이었습니다. 나는 그것 때문에 당신을 지지했었고, 앞으로도 당신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의도가 순수하다고 하더라도, 꼼수는 꼼수일 뿐입니다.

지금 참여정부의 실패는 개혁세력 전부의 실패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이하 참여정부의 실패가 이나라 정치시계를 30년 뒤로 돌려놓을 수도 있습니다. 위기감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정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상기해 보십시오. 새시대를 여는 맏형이 되고 싶다면, 정도를 걸으십시오.

나는 화려한 정치꾼을 지지한 것이 아니고 묵묵한 일꾼을 지지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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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8 09:38 2005/09/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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