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5/07/14 12:24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앤아버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한지 이틀째이다. 내가 듣는 과목은 사회역학... 소위 사회경제적 위치, 소득, 교육수준 등등에 따라서 사망률이든 유병률이든 질병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컨셉의 학문이다(이런 당연한걸 왜 연구하냐는...ㅠㅠ). 수업도중 빵도 먹고 사과도 먹고 과자도 먹고... 거의 누운 상태로 수업을 듣기도 하고, 넓디 넓은 잔디밭에 털썩 털썩 앉아 있고, 길거리 다니면서 이것 저것 먹는 그들의 모습이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예의바른 학생(?)인 나에게는 매우 싸가지 없게 보였다. 하지만 난 싸가지가 없는게 좋다. ㅎㅎ

 

이틀간 배운것 중 기억에 남는 것...

- 평균 수명 보다는 사망률이 조사의 결과물로서 더 합당함. 평균수명으로 할 경우 70세 이상인 나라가 50%가 되기 땜시 비교하기에 적절치 않음.

- 사회계급이라는 단어보다는 사회경제적위치라는 말이 사회역학에는 더 맞음. 사회계급은 맑스가 얘기한 소유를 기본으로 한 개념이라서 노동인구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지나치게 사회학적인 용어임.

- 소비에트 연방이 깨지고 나서 90년대 초반 러시아의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남. 이는 알콜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급격한 증가와 관련이 있음. 알콜의 섭취의 증가는 다양한 사회적 이유 때문임. 고르바초프가 절주 운동을 전국적으로 했을 당시에는 사망률이 감소 했음.

- 경제위기와 같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의해 다양한 현상이 나타남. 한국의 경우 감염성 질환이 급증했었음. 알콜 소비는 이후 감소하는 경향임.

- 형평성(eauity)와 평등(equality)는 다른 말임. 형평성은 '공정하냐?'는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말이고 평등은 기회가 같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음. 건강에서의 모든 불평등이 불형평을 의미하는가? 평등한거는 형평성이 있는건가? 는 질문은 그때 그때 다름.

- 정책을 만드는 것은 전체적인 건강수준의 향상이 일차적 목표일 수 밖에 없음. 형평성의 문제 역시 고려되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등이다. 영어로 알아 듣니라 무쟈게 힘들다. 특히 한국의 경제위기 당시를 이야기 할 때는 계속 나에게 물어보고 의견을 구하는 바람에 춥던 강의실이 갑자기 덥게 느껴졌다. 거기다 조별로 토론하는 시간까지 있는 우리 수업은 진짜 쥐약이다. 위의 내용에서 보다시피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 중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은 것도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말을 못하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영어공부... 해야 하나?



워낙에 일상이 불규칙적인 인간이라 시차 적응등등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동네의 라이프 스탈은 정말 이상하다. 아침 일찍 오가는 사람이 많은 것은 그렇다 쳐도 저녁때는 도무지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다들 집에서 공부하나? 난 일찍 일나 수업듣고 점심먹고 다운타운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다가 집에 들와 일하고 저녁 먹는다. 빌린 집이 무선 랜이 되는지라 (미국은 무선랜이 더 보편적인 듯...) 참세상 글도 쓰고, 기관지 글도 쓰고 지금은 노동자 감시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는 중이다. 어제는 유명한 피노 와인도 마시고... 그야말로 웰빙한 생활이라 할 수 있다. 공부하려면 유학가야 한다는 한 교수님의 말에 백번 동의 하는 중...

 

#3.

 

위도가 한국보다 북쪽인지라 해가 밤 11시는 저야 진다. 도대체가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4,

 

간만에 한국소식을 접해보니 내가 미국에서 놀고 있는 동안 건설노동자 한분의 산재가 은폐되는 일도 있었고, 평택에서 평화 대행진도 했고, 하이텍 농성장이 침탈 위협을 당하기도 했다. 동지들한테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조금 든다.

 

* 이 곳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김기덕의 '빈집'이 있었다. 예술영화 전용관 비스무레한 느낌의 극장에서 익숙한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나 모른다.

 

* 길가의 팬시점에서 발견한 부시의 얼굴이 인쇄된 화장실용 휴지이다. 미국사람들은 대통령의 얼굴을 여기저기 새겨 놓기도 잘 하는 모양이다. 그 휴지를 사서 똥을 확 딱아 주고 싶었으나 부시의 얼굴이 나의 거시기에 닿을 생각에 끔찍해진데다가 괜히 비싼 돈 주기 싫어 포기했다. 미국 사람들도 부시 얼굴에 똥 닥구 싶어서 만든거면 좋겠다.

 

* 학교 앞에 있는 대자보이다. 그냥 선전 문구 같은 것인데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대학 곳곳에 대자보 판이 있는 우리와는 달리 이들은 물자가 많은 나라 답게 대자보두 천으로 만든다. 낮에도 헤드라이트 켜고, 하루 종일 추울 정도로 에어컨 틀고, 음식도 남으면 미련 없이 걍 버려 버리고, 넓은 땅 덩이에 남는 공간은 전부 잔디 깔아 놓구, 비가 와도 잔디에 물 주는 기계는 돌아가고, 분리수거 절대 안 하는 이 동네의 풍족함에 등줄기가 시리다.

이 대자보 바로 옆에서는 부시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가판이 있었다. ㅋㅋ

 

*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는 않았으나 도로 한켠이 있는 표지판이다. 모든 돈으로 생각하는 이 나라가 끔찍하게 다가온 순간이었다. 노동자들의 재해와 죽음도 돈으로 계산하는 느낌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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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4 12:24 2005/07/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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