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6/05 10:49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해미님의 [모두가 잠든 사이] 에 관련된 글.


 

금욜날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병원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위해 찾아온 학습지 동지와 철폐연대동지와 함께 느지막히 집회에 갔다.

 

빌딩을 지키던 용역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빠지고 뒤에 있던 새까만 전경들이 나타났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집회대오와 전경들 사이에 몸 싸움이 붙었다.

 

집회대오에서 다친 사람들을 살피던 사이, 서울본부에 있는 선배가 누군가를 붙잡고 오는게 보였다. 그 사람... 피가 얼마나 많이 났는지 얼굴이 온통 피 천지다.

 

'심하게 다쳤구나' 싶어서 쳐다보면서 뛰어가는데... 얼굴이 낯이 익다. 내겐 소중한 사람인데... 가슴이 철렁하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정신을 부여잡고 뛰어갔다. 죽는건 아닌지 너무 무서웠지만,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응급처치를 해야한다.

 

어떻게 금요일 저녁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선배가 신경외과 과장으로 있는 병원에 가서 이런저런 응급처치만 하고 우리 병원으로 가는 사이 경찰차 뒷자석에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그가 자꾸 졸리다고 하는게 너무 너무 무서웠다. 그 시간이 20분도 안 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맥박과 혈압을 확인하면서 가던 그 길이 정말 길었다.

 

우리 병원에 도착해서 머리 안 쪽은 괜찮음을 CT실까지 쫓아가서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좀 놓였다. 상처는 거의 기역자로 찢어져 있었고 안에 뼈가 보일 정도로 이마의 피부가 전부다 벗겨질 지경이었다. 방패에 맞아서 상태도 안 좋고 세로로 찢어진 부위가 있어 아무래도 흉터가 많이 남을 것 같다.

 

그런데 그날 집회는 그냥 포스터 붙이기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하고, 연행되었던 38명의 하이닉스 동지중에 5명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고 한다. 하이닉스-매그나칩 동지들은 여전히 청주에서의 싸움을 기약하고 있다.

 

거의 두시간 가량을 꿰메는 동안 응급실 밖으로 나와 기다리는데 눈물이 났다. 집에가서 여기저기 깔린 사진들을 보는데 볼 수가 없다. 참세상 영상을 보는데 또 눈물이 핑 돈다.  

 

이번주말에 얼굴을 못 보면 당분간 보기 힘들듯 하여, 피카소전이라도 구경가려고 했던 주말은 하이닉스 자본과 경찰 때문에 전쟁을 치른것 같은 주말이 되었다. 억울하다. 이 투쟁 꼭 이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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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5 10:49 2006/06/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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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g 2006/06/05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친 이의 몸고생은 물론이고, 지켜보아야 했던 '우리'들, 그 중에서도 유독 해미의 맘고생이 안타깝고 걱정되더라.

    그동안 해미의 말과 글을 보면서, 왠지 그날 집회에 가면 해미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직감이 있었다. 그래서 '너, 거기 가려구?'라고 흐지부지 물었던 건데... 내 직감이 조금 비껴가기는 했지만, 그래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현실이 속상타.

    다친 몸도 다친 맘도 짱짱히 나아서 더 크게 힘이 되리라 믿어.

  2. 해미 2006/06/08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콩/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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