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7/28 16:25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좌우당간 원고를 쓰는게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취재 다녀온 정식품 기사는 마무리를 해야 하고 '한미 FTA와 노동자 건강'은 자료 검토도 못했건만 (퍽! 우짜겠다는 것이고! 내일 저녁이 편집이란 말이닷! ㅠㅠ) 자꾸 딴 짓이 하고 싶어진다.

 

글쓰기의 압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불질을... ㅠㅠ

 

지난달 이탈리아를 다녀오면서 미술관들 이야기는  따로 남겨야 겠다 결심한 바가 있었다. 그 많은 그림과 미술품을 한 줄로 정리할 수는 없어서이다. 뭐... 이렇게 시작하는 거지.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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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라 미술관은 밀라노의 명품 쇼핑가로 유명한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탈리아의 미술관들이 대략 그렇지만 역시 안내판이나 간판이 없어 제대로 찾아온게 맞나 싶었다. 더군다나 1층은 유명한 미술대학인지라 2층에 있는 미술관을 찾아가는데도 은근 고생했다.

 

브레라 미술관은 17세기 리키니라는 사람에 의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나폴레옹으로 인하여 컬렉션이 확장되었다고 하는데 르네상스(대부분의 이탈리아 회화들이 그렇지만) 회화를 중심으로하여 약간 그 이전 시기에 무게를 두고 컬렉션이 구성되어 있다. 베네치아파의 그림이 많았고 라파엘로나 카라바치오, 벨리니의 그림들도 있었다. 근대 컬렉션에는 모딜리아니의 그림도 일부 있었다.

 

이탈리아의 미술관들은 미국처럼 마구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그저 마음에 담아 왔을 뿐이다. 브레라에 갔을때만 해고 여행 시작이었던지라 내가 보고 있는 그림이 성경의 어느부분을 묘사한지도 잘 모르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역시 그림은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

 

'피에타' 조반니 벨리니

 

피에타는 비탄 ,슬픔이란 뜻으로 르네상스 화가나 조각가에 의해 자주 표현되곤 하는 작품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마리아가 안고 있는 그림으로 모성을 표현하는 주제로 이야기 되기도 한다. 나는 '모성' 어쩌고 하는 해석이 전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그림에서 한참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상처와 죽음의 기운이 돌기시작한 얼굴빛의 묘사가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살짝 벌어진듯한 입술로는 무언가 유언의 기운이 흘러나올것 같았고 감은 두눈에는 고통이 남아 있었다.

 

옆에 있는 마리아나 요한이 없었으면 더 좋은 그림이 됬을거 같았다. 해질녁의 어스름과 노을이 깔리는 하늘을 배경으로 예수의 표정이 겹치면서 그 고통과 엄숙함, 그리고 (성경을 그리는 그림의 목적대로)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죽은 그리스도'. 만테냐. 1480년

 

극단적 원근법(단축법)을 사용한것으로 유명한 만테냐의 그림도 브레라에 있었다. 일단 이 그림은 독특한 구조가 사람의 눈길을 잡아 끈다. 죽은 시신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배치하고 마치 부감숏을 보는 듯 그려낸 구도가 그리스도의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됨을 의미하는 듯 불안정하다. 죽음으로 굳어가는 근육과 신체를 표현한 섬세함도 놀라웠다.

 

하지만 내 시선이 고정딘 지점은 옆에서 눈물흘리고 있는 마리아였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은 엉엉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소리를 삼키고만 있는 듯한 그녀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마리아의 결혼'. 라파엘로

 

라파엘로의 초기작이 마리아의 결혼이다. 사실 이 그림을 보고는 라파엘로에 살짝 실망을 했다. 묘사나 그림을 그리는 기술, 그리고 전체를 감싸흐르고 있는 부드러운 느낌은 좋았지만 웬지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라파엘로를 천재화가라고 부르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이후 여행이 계속되고 라파엘로 그림의 변천사를 보면서 화~악 바뀌고 말았다. 라파엘로의 그림은 기본적으로 행복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불행이라고는 절대 경험해 보지 못한 것과 같은 그런 순수한 행복 말이다. 하지만 이 그림은 사실 조금 불만족.

 

'엠마오 식사'. 카라바치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깊은 화가를 꼽으라고 하면 라파엘로와 카라바치오가 될 것이다. (물론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미켈란젤로였지만 그는 화가라기보다는 조각가가 맞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라파엘로와 카라바치오는 모두 오래 살지 못하고 일찍 죽었구먼... ) 그중 카라바치오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화가로 성스럽고 화려하게만 그리던 성경의 이야기를 일반인들의 이야기로 재해석해낸 화가이다.그의 그림은 성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라바치오의 그림이 내 눈길을 잡는 것은 그림에서의 빛을 쓰는 방식때문이다. 마치 연극무대의 하이라이트 조명처럼 그림의 어느 한 구석에 떨어지는 빛은 강한 명암대비를 나타내며 그 느낌과 깊이를 더한다. 정말 강하면서 포근한 느낌이었다.

 


'The kiss'. HAYEZ. 1859년

 

단연, 브레라 미술관에서 나의 눈길을 가장 확실하게 끌어 결국 포스터를 지르는 만행을 저지르게 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많은 습작들과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진 'kiss'시리즈의 최종판이라고나 할까?

 

지금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볼것 같은 절절함이 살아 있는 키스이다. 여성은 살짝 눈과 입을 벌리고 있고 저녁 햇살을 받은 듯한 새틴 드레스는 키스를 하는 동안의 마음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그림을 보는 동안 나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였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다.

 

포스터를 확 지르기는 했으나 붙일데가 없어(이미 내 방에는 작년 미국에서 사온 고흐의 포스터가 떡~ 하니 붙어 있다. 여전히 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아직 통안에 들어있다. 장마철이 지나면 조만간 병원 연구실 벽에 붙여 놓을 생각이다. 

 

근데 사실 좀 걱정이다. 이 그림 붙여놓고 보고 있음 가슴 설레서 일이 안 되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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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8 16:25 2006/07/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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