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8/06 17:2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휴가를 다녀왔다. 사실 남들 휴가 간 사이에 밀린 논문이나 좀 보고 자료 검토를 좀 하면서 보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워낙에 사람들이 복작복작 한 휴가지를 싫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 바램을 잠시 접고 휴가를 다녀왔다.

 

얼떨결에 떠난 제주의 여름은 초록빛 바다가 반짝이는 이국적인 섬으로 다가왔다. 조용히 물 안개속으로 지던 우도의 저녁 해, 한참을 걸어도 허리밖에는 물이 차지 않고 빌로오드 카펫같은 느낌의 부드러운 모래가 발길을 잡던 표선 해수욕장에서의 즐거운 물놀이, 에어컨을 설치한 것처럼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내던 삼나무 숲, 지나가는 길 햇살이 부서지며 반짝이던 이름 모를 늪, 호우로 불어난 물 때문에 그 깊이가 더 하던 돈내코 계곡의 물소리,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반짝 환한 모습을 보여주던 백록담...

 

휴가를 간 사이 하중근 조합원이 사망했다. 이제 이쁘고 편했던 기억은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일상으로 뛰어들어야 할 때이다. 2006년 여름의 제주는 사랑스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기억에 남았다.

 

내륙의 어디쯤. 제주는 오름이 많은 내륙이 더 아름답다.

한라산 근방의 목장이다. 하늘이, 구름이 쏟아질거 같았다.

그 세월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삼나무길.

안에 에어컨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삼나무 길. 하늘 색깔이 그림처럼 나온다.

삼나무숲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

가을 억새로 유명한 산굼부리는 황금빛 물결대신 초록빛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멀리보이는 성산 일출봉. 햇살에 타 죽을거 같아 감히.. 올라가 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주는 봄과 가을이 더욱 멋진 섬이다.

현무암의 검은 빛과 모래의 베이지 색이 절묘히 섞이면, 에머랄드 빛 바다는 더욱 이뻐진다.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 일출봉. 넓고 편안한 초원이 좋더라.

김영갑 갤러리 한 구석에 연꽃이 피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난다는 쇠소깍의 뗏목 위. 조용함이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야경구경삼아 나온 천지연 폭포 근처. 이름모를 꽃의 보라색이 나를 붙들었다.

한라산 등산로. 계단옆의 이끼의 푸르름이 눈에 남았다.

주상절리. 현무암 때문인지 엄청 덥더라. ㅠㅠ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을 것 같은 천제연 폭포

무지개가 반짝 반짝

새순이 파릇파릇 올라오는 다원의 설록

해질녘, 우도 산호사 해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질 정도로 구름이 꽉차서 '삼순이'의 한 장면이나 다름 없던 정상에 올랐다.

한순간 바람이 불면서 한치앞을 보기 힘들었던 구름이 걷히고 백록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타난 백록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딱 몇 분에 불과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8/06 17:27 2006/08/06 17:27
TAG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ptdoctor/trackback/229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newtimes 2006/08/07 15: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녀온 코스를 보아하니...제주도를 잘 아는 이랑 같이 돌아다닌 것 같네..

  2. 해미 2006/08/07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ewtimes/ 공보의 3년차인 아는 형의 소개를 받아, 제주도 3회 방문의 경험을 바탕삼아 다녔지요. ^^

  3. 미류 2006/08/08 2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와 '내륙'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구려. ㅋ 다른 곳을 말하는 듯한 이질감이란~ ^^;; 나보다 더 열심히 돌아다녔구나. 요즘은 정말 제주도가 내 고향맞나 싶당 ㅠ,ㅠ

  4. 해미 2006/08/09 15: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류/ 글게... 내륙이란 표현은 좀 웃기지? ㅋㅋ 언젠가 같이 제주도를 가게 되면, 내가 기꺼이 가이드를 하지. ^^

About

by 해미

Notice

Counter

· Total
: 420412
· Today
: 68
· Yesterday
: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