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7/06/17 13:17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경찰들의 삽질덕에 예상에 없던 시간을 만들어 주는 바람에 집에 가는 길 보게된 애니 슈렉...

 

수요일 오후, 경기도의 한 금속 사업장에 내려가서 회의를 하기로 되어 있었던 나는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아직 서울에서 출발 안했지요?"

"네... 왜요?"

"오늘 미팅 못하겠네요. 지금 전임자가 저 밖에 안 남아 있어요."

"왜요? 뭔일 있어요?"

"어제 이젠텍에 있다가 수석이 연행 됬어요. 경찰서 항의방문 가야해요."

"아...네... 근데 뭔일인지 자세하게 얘기해봐요. 아침부터 일하느라 뉴스를 못봤네..."

 

허거덕... 이래저래 상황을 들어보니 집회 끝나고 술마시고 자고 있던 사람들을 열나게 패면서 끌고 갔다는 것이다. 충청지역 동지들이 많이 연행되었다고 했다. 대충지부, 충남지부의 여러 동지들과 통화를 하고 상황을 확인하고 하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꽤 지나고 있었다.

 

이미 아침부터 병원에서는 나와있는 상황이었고, 구리병원으로 돌아가자니 시간도 애매하고 하여 그냥 영화관으로 향했고, 제일 빨리하는걸 보게 된게 슈렉이었다. 평일날 저녁 시간에 썰렁한 극장에서 혼자 애니매이션이라니... 안습한 상황이었고 영화도 별로 기대는 안했더랬다.

 

하지만, 슈렉 3편은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별로 재미가 없다. 1편과 2편에 비해서 드라마적인 요소도 적고 신선하고 새로우면서도 각인될만한 캐릭터도 적다.

 

겁나먼 왕국의 왕위를 둘렀싸고 벌어지는 일종의 소동극이고 그 중에 슈렉은 왕위 계승 1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왕위를 싫어하고, 아빠가 되기를 두려워 하던 그가 아빠가 된다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소위 '공주님'들의 변신이었다.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라푼첼과 같은 동화속 주인공들은 피오나의 친구이다.

 

왕자가 와서 구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했던 그녀들은 위협에 몰리면서, 그리고 피오나의 설득에 변하게 된다. 브래지어를 불태우고 활동을 거추장스럽게 하던 치마를 찢고, 남자를 기다리느라고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라고 누워있고, 자신의 무기인 목소리를 이용해 새들을 유인하여 왕궁으로 돌진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통쾌한 장면이었다.

 

물론, 그녀들의 변화가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못 마땅하기는 하지만 브래지어를 불태워버리고 누가 구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슈렉과 피오나의 공동 육아의 모습은 참 보기도 좋았다. 수많은(도대체 몇 명인지 모르겠다.) 슈렉 베이비들을 같이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는 피오나와 슈렉의 모습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반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발휘하며 왕위 계승권자 1위의 자리를 내어놓는 슈렉 역시 신선했다.

 

하지만, 여전히 몇가지 아쉬움은 남았다.

 

왕위 계승 순위에 슈렉과 아더같은 남성만 이야기 되는것이 대표적이다. 명실상부한 1위는 피오나 아니던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왕을 하기 싫으면 왕이 없는 체계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공주들의 변신은 그저 왕국을 구하기 위한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왕국이라는 절대선이 존재하고 이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여성성의 활용과 비틀기를 통한 돈벌이가 드림웍스의 판매 전략이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뭐, 상당히 찜찜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주들의 변신이라는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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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7 13:17 2007/06/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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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흐린날 2007/06/18 15: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중독자가 간만의 느낀 여유! 축하드림돠~
    우리 언제 술 한잔 해요~ 기억나시는지... 비오던 날 짱게집...ㅋㅋㅋ

  2. 해미 2007/06/18 1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린날/ 물론 잘 알고 있지요~ ^^ 글게 언제 술한잔 하면 좋을랑가? 조만간 날 함 잡아봐요~~~

  3. 새삼 2007/06/19 04: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사실 기대하고 봐서 너무 실망..ㅠ.ㅠ 같이 본 친구에게 사과하고 말았어요. 대체로 해미님과 비슷한 생각이고, 왜 왕위를 그 말 인형 타고 다니는 그 녀석이 하면 안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ㅎㅎ교훈이 역시 타고나야 한다는 건가? 하면서 급분노!그래도 장화신은 고양이 때문에 흐흐

  4. 해미 2007/06/21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삼/ 그러게요. 기대하면서 봤으면 급분노 했을거 같으네요. 장화신은 고양이 여전히 참 귀엽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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